고교생들이 입학사정관 모의 면접을 보고 있다.
대학에서 수험생을 모집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과연 대학들은 ‘적성과 소질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해왔을까? 사실 대부분 적성·소질보다 학업 성적에 의한 줄 세우기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대학의 수험생 선발 방법에 변화가 일고 있다. 단순히 학업 성적이 좋은 수험생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큰 수험생들을 선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여기서 말하는 입학사정관은 대학 입학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대학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목적으로 성적 이외의 다양한 전형 자료를 심사해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등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업무를 수행한다.
성적에 의한 정량적 평가를 배제한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습의 결과를 중시하고 평가 대상자의 현재 모습에만 초점을 두고 선발하던 것에서 탈피하고자 도입됐다. 즉, 입학사정관 전형은 교과와 더불어 비교과영역 능력을 평가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해 수험생의 현재 모습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성장잠재력까지 고려해 선발한다.
Ⅱ. 입학사정관 전형의 평가요소
1. 학교생활기록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학교생활기록부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3년간의 기록으로서, 가장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되는 자료다.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번째 항목인 ‘교과학습발달사항’은 교과영역, 그 외의 항목을 비교과영역이라고 한다. 다시 비교과영역은 학업과 관련된 활동과 비학업 활동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항목들은 각각 평가의 내용과 방법이 다르게 적용된다.
1) 교과영역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면서 많은학부모와 학생이 ‘성적은 중요치 않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입학사정관 전형 역시 ‘학업능력’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평가요소다. 아무리 타 방면에 뛰어난 능력이 있고, 재능이 훌륭하더라도 대학 진학 후에 학과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단, 이전의 입시와 다른 점은 내신과 수능 점수를 기계적으로 계산해 선발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학업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교과영역에 대한 평가는 크게 △전체적인 학업 우수성 평가 △학년별 성적의 추이를 통한 잠재적 능력과 발전가능성 평가 △심화교과 및 전문교과 성적을 통한 전문성과 특정 분야에 대한 우수성 평가 △교과별 성적을 통한 모집단위와 학업 연관성 평가 △학업 성취과정을 통한 주도적 학습 평가 및 성실성 평가 △개별 환경(학교 프로그램, 학생의 상황, 해당학교의 소재 지역)을 고려한 상대적 우수성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2) 비교과영역
2012년 건국대 수의학과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강원 홍천여고 이현주 양. 이 양은 고2 겨울 강원 지역에 구제역이 창궐하자 등교를 포기하고 아버지를 도와 혹한 속에서 방역작업을 벌였고 이 경력을 인정받아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했다.
2.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나타나지 않은 학생의 면모를 알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의 평가요소이기 이전에 학생이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적성, 흥미, 소질을 파악함은 물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고, 또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평가받는 자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자기소개서를 따라 쓰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장 또는 허위로 작성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자기소개서는 학생의 문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창한 어휘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글로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 일부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주거나 첨삭해주는 업체가 있긴 하나 이렇게 만들어진 자기소개서는 오히려 학생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뿐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 등의 내용과 일관성도 떨어져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더구나 학생 수준에서 사용하는 어휘와 문장 구사 능력 등과 차이가 있으므로 이러한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들에 의해 걸러지거나 면접과정에서 드러나게 된다.
3. 추천서
추천서는 지원자의 개인적인 특성 및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나타나지 않은 학생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류다. 이 때문에 숨은 자질이나 특성, 잠재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위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인품과 태도 등에서 마이너스가 될 만한 요인이 있거나 어려운 가정환경, 질병, 특정 학기에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이에 대한 확인과 함께 관심을 갖고 꾸준히 활동한 내용 등을 일화를 들어가면서 기술하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와 같이 화려한 문장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는 것이 좋다. 추천서는 담임교사가 주로 작성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학생의 장점과 환경, 실정, 모습, 자질, 특성, 단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추천서에는 추천인과의 교류기간을 작성하게 하고 있다.
4. 면접
한 고교생이 성신여대에서 입학사정관 면접을 보고 있다.
대체로 학업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문제 해결형 면접은 지양하며 편한 분위기에서 학생의 진솔한 모습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쉽게 말해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특히 교과 성적과 서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 면접은 합격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면접관은 면접을 통해 학생부 및 기타 서류 등에 대한 사실 관계와 서류에 나타나지 않은 학생의 학교생활, 대인관계, 성격, 인성은 물론 잠재력, 주도적 학습 능력, 도전의지, 관심분야, 열정, 의지, 사고의 깊이 등을 두루두루 확인한다. 이를 통해 학교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서류에 포함되는 자기소개서 내용 중 지원 동기나 진로계획의 명확성, 독서활동의 사실 확인 및 이해 수준, 학업능력의 깊이나 전문성, 가정환경이나 교육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등을 물어볼 확률이 높으므로 서류에 기재한 내용 중심으로 예상답변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면접 준비는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보다 평상시 부모님, 선생님과 진로, 학업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거나 거울을 보며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변해야 하고 가치관, 신념, 의지, 관심분야, 진로, 지원동기 등에 대해서도 자기 주장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5. 기타 증빙자료 및 포트폴리오
기타 자료로는 학생부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실적이나 자기소개서 등의 근거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수상 실적, 인증점수에 대해서는 자신의 특기/재능과 연관성이 있다면 제출해도 무방하며, 자신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정리해 이력철을 만들어 제출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포트폴리오는 학생의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로 관심과 열정, 노력, 활동상, 실적, 지속성, 전문성 등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또한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의 분량상 제시할 수 없었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서류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자료의 성격도 갖는다. 특별한 양식은 없이 다양한 주제, 활동을 대상으로 작성하면 된다. 예를 들어 독서노트, 체험활동보고서, 관심분야 스크랩, 탐구활동 보고서 등 주제와 활동의 성격에 맞춰 구성하면 된다. 여기에 사진이나 인증서, 자격증 등을 첨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활동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며 일관되고 꾸준한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모든 활동을 기록하기보다는 자신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활동이나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활동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또한 주제별/활동별로 정리를 하고 대학 지원 시에는 중요도를 고려해 재구성하거나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즉, 활동의 질, 중요도, 모집단위와의 연관성, 자기소개서와의 일치성을 따져야 한다.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자료는 제외하는 것이 좋다.
포트폴리오 등의 기타 자료들은 모든 대학의 필수 평가 항목은 아니다. 하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든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입시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Ⅲ.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녀가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수시모집에서 실시되는 수많은 전형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즉, 각 대학의 전형 계획을 참고해 수시 지원전략을 세우고, 그중 입학사정관 전형이 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업 성적보다 적성이나 특기, 성장잠재력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라는 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성적은 안 좋은데 한번 지원하면 혹시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그릇된 생각으로 지원한다면 합격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짚어보자.
① 입학사정관 전형은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NO! 성적이 기본이다. 학교 생활에 충실하자
입학사정관들이 학생의 고교생활 충실도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자료는 학생부다. 특히 교과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도 착실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1단계에서 일정 배수를 교과 성적 또는 학생부로만 선발하기 때문이다. 충실한 학생부 관리야말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첫걸음이다.
②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할수록 유리하다?
NO! 비교과 활동의 3대 키워드는 진실성, 일관성, 연속성이다.
비교과 성적이 중요하게 평가되긴 하나 활동의 ‘양’을 재는 것이 아니다. 자칫 다방면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실제 전형에서는 학생의 가치관에 따라 목표와 진로를 세우고 진실된 마음으로 일관되게 활동한 학생을 더 높이 평가한다. 자녀가 아직 정확한 진로나 목표를 설정하기 전이라면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목표와 진로가 뚜렷하게 설정되었다면 그때부터는 일관되고 연속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③ 입학사정관 전형도 대략 성적이나 활동에 맞춰 지원하면 합격할 수 있다?
NO! 성적보다 진로와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많은 학생이 대학 지원 시 성적에 맞춰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목표와 진로탐색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원한다면 지원하는 전공과의 괴리로 인해 대학 진학 전에 했던 활동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는 전공적합도다. 이는 학생의 활동이나 성적 등이 지원한 모집단위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한 모집단위와의 연관성과 진로 등을 심사숙고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Ⅳ.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① 대학입학은 수단이 아닌 자녀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OO활동을 하면 입학사정관 전형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학생부는 OO등급 정도이고 별다른 스펙은 없는데,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해도 될까요?’
필자 역시 입시설명회나 상담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이나 선생님 역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참 난감하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학생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수시의 수많은 전형 중 하나로 여기고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다. 그러나 입학사정관 전형은 대학 진학이 아닌 진로와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관문으로 여기고 준비할 때 더욱 승산이 높다. 대학 진학을 위해 한순간에 만들어낸 스펙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에 정말 관심이 있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해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② 진로 설계와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준비하자
입학사정관 전형 준비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꿈은 무엇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양한 활동이 학생의 충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는 될 수 있겠지만 희망하는 전공에 대한 열정과 연속성, 일관성, 잠재능력 등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진학과 대학, 모집단위 선택보다 선행되어야 할 사항은 진로탐색과 진로설계다. 이를 통해서만이 올곧은 활동과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③ 포트폴리오는 전공 관련 활동 위주로.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지자
입학사정관 전형의 확대로 서류의 비중이 점차 강조되어 많은 학생이 다양한 활동을 기록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있다. 진실성, 일관성, 연속성 등 서류 평가의 중요한 평가 기준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양한 활동을 최대한 화려하게, 나열식으로 포트폴리오에 담는 학생이 많은 실정이다.
입학사정관들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하지만 진실성이 드러난, 양은 적지만 학생이 정한 진로와 목표에 따라 연속적으로 일관되게 활동한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이는 입학사정관들이 활동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잠재력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한양대 미래인재전형 합격생들의 포트폴리오 평균 매수는 20매 정도라고 한다. 단순 나열식으로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다수의 학생이 불합격했다고 하니 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방대하고 실속 없는 자료는 어찌 보면 입학사정관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려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기억하자.
④ 자기소개서에는 나만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역어 진솔하게 보여주자
자기소개서를 작성함에 있어 학생들이 빈번하게 하는 실수는 좀 더 화려하게 본인을 꾸미려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나 활동 등을 과장하거나 확대, 또는 허위로 작성하기도 하는데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활동이나 실적의 결과를 과정 중심으로 작성하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드러날 수 있도록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적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 나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입학사정관들이 원하는 자기소개서는 본인을 화려하게 꾸민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투박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진솔하게 이야기를 담아낸 자기소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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