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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상황을 현재진행형으로 공개…억울한 문화재청, “그때 다 고쳤다”

숭례문 설계 원형훼손, 화재취약 발표는 감사원 실적 부풀리기?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6개월 전 상황을 현재진행형으로 공개…억울한 문화재청, “그때 다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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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옛날 일을 지금 일처럼 말하나

그렇다면 문화재청이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 전례 없이 즉각적인 반박자료를 내고 ‘부적절 설계’에 따른 원형 훼손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근거는 무엇일까. 문화재청에 대한 취재 결과 문화재청은 당초 설계 단계부터 복원된 숭례문 지붕에 전통기와를 얹기로 결정했으며, 강회다짐층은 감사원의 감사가 한창이던 2011년 11월 22일 숭례문복구자문단 17차 회의에서 ‘숭례문은 전통기법으로 복구한다’는 기본원칙에 따라 배제했고, 그 대신 보토에 강회를 혼합해 시공토록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주문한 방식 그대로다. 실제 숭례문 복원 현장에 대한 확인 결과 6월 1일부터 시작된 숭례문 지붕 복원 보토공사는 감사원의 주문 그대로 보토에 강회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시공되고 있었으며 기와도 전통기와가 사용되고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11년 11월 22일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보토에 강회를 혼합하는 방식으로의 변경)을 감사원 측에 분명히 통보했는데 감사원이 뒤늦게 올 5월 들어 감사결과를 공개하면서 공법을 변경한 사실을 감사보고서상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더욱이 보토 위에 강회다짐층을 올리는 방식은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에 규정된 것으로 1960년대 이후 모든 문화재에 적용해왔기 때문에 법이나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2009년 7월 24일 숭례문복구자문단 기술분과 회의에서 강회다짐층의 각종 문제가 제기됐는데 문화재청이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린다. 문화재청 측은 “무시한 게 아니라 그때부터 기존의 방법인 강회다짐층으로 시공할 것인지, 전통 방법대로 보토와 강회를 섞어 다짐한 후 시공할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어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며 “보토 공사는 완공시점 6~7개월 전에 하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하려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전통기와를 사용하지 않아 원형을 훼손했다’는 언론보도는 감사원의 애매한 감사발표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감사원은 1997년 숭례문 복원공사 때 교체된 기와와 경복궁 근정전(2003년), 광화문(2011년) 복원에 쓰인 공장제 기와에 대해 지적했지만, 강회다짐층의 원형훼손 문제와 섞이다 보니 각 언론들이 오해를 한 것이다.



감사원, “실적 부풀리기 아니다”

6개월 전 상황을 현재진행형으로 공개…억울한 문화재청, “그때 다 고쳤다”

이번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 전통기와.

더욱이 감사원이 ‘중요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해서는 전통기와를 사용하도록 해 원형 복원 및 제조 명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문화재청이 이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전통기와 제조 명맥이 끊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언론은 더욱 헷갈렸다. 감사원이 감사결과보고서에 이번 숭례문 복원에는 전통기와가 쓰인다는 사실을 단 한 줄만 밝혀놓았어도 이런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점을 지적할 게 아니라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 할 부분이지만 감사원은 보고서 그 어디에서도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사실 강회다짐층 설계와 마찬가지로 문화재청이 숭례문 복원에 공장제 기와를 썼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전혀 없다. 1994년 개정된 문화재수리표준시방서는 한국표준협회가 1979년 제정한 KS규정에 적합하면 공장제 기와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1994년 이후에 복원공사가 진행된 문화재들은 대부분 공장제 기와를 써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통기와는 공장제 기와보다 5배 비싸다. 그런데도 숭례문은 복원의 상징적 가치 때문에 당초 설계 단계부터 전통기와를 선택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에 드러난 전통기와의 단점을 극복했다. 전통기와 문제는 숭례문에 사용할 전통기와가 재현돼 향후 국보, 보물 등 중요문화재 보수공사에 사용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문화재청이 첫 설계 단계부터 지붕에 전통기와를 쓰기로 하고, 강회다짐층은 지난해 11월 감사원의 요구대로 강회다짐층을 제거하기로 한 사실을 충분히 알면서도 올 5월 22일 감사결과를 뒤늦게 발표하면서 그 내용은 빠뜨린 셈이다. 더욱이 법을 어긴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 식는 권고사안이, 그것도 이미 해당 관청이 시정한 사안을 두고, 과연 ‘기관 통보’ 대상 또는 일반인 공개 대상이 되며 ‘주의’ 권고를 할 만한 것이냐는 부분도 의문이다. 그것도 숭례문 복원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감사원은 왜 이미 시정된 사안에 대해 뒤늦은 감사결과를 내놓은 걸까.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2일까지 20일간 외부 전문인력 6명을 포함한 감사인원 17명을 동원해 문화재청 및 서울특별시 등 4개 시도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는데, 감사결과보고서에는 ‘감사결과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감사대상기관과의 질문·답변 등을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한 후 감사원의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 5월 3일 감사위원회의 의결로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화재 관련 한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는 했고 뭔가 실적은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단단히 오버한 것 같다. 전문가들끼리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그것도 법이나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닌 사안에 대해, 감사원이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문화재청이 이미 6개월 전에 감사원의 권고를 받아들였는데도 아직 시정이 안 된 것처럼 된 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신의원칙 위반이다. 지붕공사가 곧 시작되는 시점에 ‘우리는 감사한 대로 써서 통보하니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는 문화재청이 알아서 하라’는 것은 감사 편의주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감사를 하고 난 후 감사위원회를 통과해 보고서가 발표되기까지 5개월이 걸린다. 뒤늦게 낸 게 아니다. 감사보고서에 관련 문제들이 시정되었음을 밝혔으면 이런 일이 없었다는 지적은 인정한다. 언급을 했으면 일이 좀 더 클리어(명쾌)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통보나 주의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편의주의적 발상에서라든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정 부분을 밝히지 않고 감사보고서를 낸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감사보고서가 나간 이후 확인취재를 한 기자들에겐 현재 상태에선 숭례문 복원 지붕공사와 관련해 화재 위험과 원형 훼손 우려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혔지만 잘 반영되지 않았다. 그것은 언론의 몫”이라고 해명했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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