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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하버드대 수석 졸업한 진권용의 공부비법

  • 조건희│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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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비법 - 새로운 시각, 당당한 의견, 충실한 수업 태도

“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진권용 씨가 하버드대 졸업장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진 씨가 필립스아카데미에서 처음 제출한 에세이 과제는 소설 독후감이었다. 진 씨는 책을 성실히 읽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에세이 절반 이상을 소설의 줄거리로 채웠다. 실망스러운 점수가 나왔다. 당시 교사는 “내가 줄거리를 알고 싶으면 직접 책을 읽지 왜 에세이를 요구했겠느냐”며 “중요한 것은 책을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고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진 씨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다가 미국 방식에 적응해나갔다. 포인트는 평가자인 교수도 에세이를 읽고 나서 ‘배웠다’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진 씨의 국제통상 논문을 지도한 마크 멜리츠 경제학과 교수는 진 씨의 논문을 “다양한 자료를 조화롭게 인용한 뛰어난 논문”이라고 극찬했다.

토론 중심 수업도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미국 대학에서는 사실을 외우는 것보다 그 사실에 근거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한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진 씨가 만난 미국 학생들은 교수와 생각이 달라도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진 씨는 특히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질문하라고 조언했다. 한국 학생 중에는 질문을 해 수업 흐름을 깨는 것이 폐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오히려 궁금증을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자신뿐 아니라 열심히 가르친 교수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진 씨가 하버드대를 만점으로 졸업한 또 하나의 비결은 강의에 충실했던 점이다. 진 씨가 수강한 경제학과 수업 중에는 한 학기 동안 2000쪽이 넘는 교재를 소화해야 하는 과목도 있었다. 교과과정이 빠르고 압축적이라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진 씨가 하버드대 3년 중 수업을 빼먹은 적은 수술을 받아 이틀 쉰 때를 빼고는 한 번도 없었다. 또한 궁금한 점은 그 자리에서 교수에게 묻고 수업 앞뒤 시간을 쪼개 예습과 복습도 마쳐 시험기간에 따로 벼락치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진 씨는 ‘사당오락(4시간 자면 원하는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을 철칙 삼아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한국 학생들의 공부 방식을 ‘효율성을 버리는 공부’라고 비판하고 “장기적으로는 휴식을 충분히 취하며 밀도 있게 공부하는 편이 능률이 좋다”고 조언했다.

진 씨는 하버드대의 특이한 교육 방식으로 ‘학생 스스로 기회를 찾아오도록 유도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기르는 것’을 꼽았다. 진 씨가 하버드대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으로 내세운 것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서는 태도’였다.

하버드대 학풍 - “떠먹여주는 밥은 밥이 아니다”

“하버드는 학생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를 지지하지만 직접 떠먹여주지는 않아요. 학생이 직접 적극적으로 찾아내 이룬 성과가 아니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는 학부 시절 하버드 로스쿨과 케네디 행정대학원 수업도 신청해 4과목 모두 만점을 받았다. 학부생이 찾아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함께 수업을 들은 다른 대학원생들은 의아해했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대학원에서 수업 들을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고 했다.

연방준비위원회(FRB) 챌린지에 하버드대 대표로 참가할 때도 교수들이 활동에 깊게 관여했던 다른 대학과 달리 하버드대 교수들은 ‘직접 결정하고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화폐 정책 관련 강의가 없어 관련 보고서와 논문을 직접 찾아 분석하고 방향도 스스로 잡았다. 하지만 직접 찾아와 도움을 청하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하버드대 교수들의 특징이다. FRB 이사에까지 오른 제레미 스타인 경제학과 교수는 연구실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오며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진 씨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고 이후 진로 상담도 마다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자세에 각종 상금은 부상으로 따라왔다. 하버드대 유학 비용은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1년 기준으로 5만5000달러(약 6500만 원)지만 상금을 학비에 보탰다. 지난해에는 재미한인장학기금으로 1000달러를 받았고 졸업 당시에는 최우수 졸업논문상(토머스 후프스상) 4000달러, 경제학과 수석상(존 윌리엄스상) 3000달러를 받았다. 2009년 고교 ‘화제의 졸업생’ 장학금으로 받은 3000달러는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경제학도가 광우병을 연구한 이유

진 씨는 한 가지에 꽂히면 미친 듯 몰두하는 성격이다. 하버드대 1학년 때 들었던 교양생물학 수업에서는 ‘수혈에 의한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인간광우병)의 감염위험과 정책대응’을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학계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분야라 준비하기가 까다로웠다. 관련 연구가 빈약해 참고할만한 논문도 적었다. 1개월 내내 의과대학 도서관에서 살고 생물학과 교수를 찾아다녀야 했다.

진 씨가 자신의 전공인 경제학과 무관한 수업에서 에세이를 쓰면서도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재미’ 때문이다. 진 씨는 “이미 결론이 난 주제를 가지고 에세이를 썼다면 호기심도 갖지 못했을 테고 문제를 파헤치려는 원동력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답의 영역이라는 사실 자체가 진 씨를 흥분시킨 것이다. 이 에세이는 다른 생물학 전공자가 쓴 수많은 에세이를 제치고 교양학부 최고 에세이로 선정돼 코넌트상을 받았고, 다음해 학부 1학년 학생들이 듣는 필수과목의 교재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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