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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⑬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보리밭의 보배 반하(半夏)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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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인간 이성은 자연의 생명력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생산해냈다. 그것을 진보라고 역설해왔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만들어놓고 돌이키자니 세상이 아득하다. 사람도 암과 같은 큰 병의 진단이 떨어지면 다들 피부를 가르고 살과 장기를 적출하고 최악의 상황도 감수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여류감독 콜린 세로의 ‘뷰티플 그린’이란 영화는 이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상상력을 통해 돌이킨다. 머나먼 우주 한 행성이 봉착했던 문명의 문제들을 ‘신문예부흥’이란 이름의 대수술을 통해서. 한때 그들 문명도 지구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과 똑같은 문제들에 봉착했다. 다름 아닌 화폐와 시장, 거대도시, 자동차와 가전제품, 과학기술공학, 핵, 석유 문명과 물질 환원주의, 환경오염, 자본가, 부패한 정치인, 국가체제다. 쓰레기 처분하듯 이들을 내다버렸다. 이 모두를 추방하고 불매하고 거부하는 전 행성인의 필사적인 무브먼트를 통해서. 고고학 교과서에 나오는 오래전의 일이다. 프랑스식 코미디로 웃음을 자아내는 이 영화보다 더 불온한 상상력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콜린 세로가 그려낸 ‘뷰티플 그린’의 세상은 그렇게 화폐와 자동차를 박물관 진열장에 집어넣고도 물물교환과 4시간 정도의 노동만으로 자급자족하는 말 그대로 ‘로하스’의 세상이다. 국가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이 그랬듯이 대표자들이 모여 산상회의를 한다. 굳이 말하면 아나코 코뮤니즘이다.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살아서 이곳의 인간은 평균수명도 300살로 늘어났다. 학교에선 텔레파시로 사물과 대화하는 정신감응력을 배운다. 거의 천인(天人) 수준으로 진화했다고나 할까.

동양에서는 천지(天地)와 인간이 하나다. 천지가 탈이 나니 사람의 몸과 마음도 탈이 나고, 사람의 심신이 아프니 천지가 아프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 멀쩡하지 않은데 그의 몸과 마음이 도대체 멀쩡할 리가 없다. 그의 몸과 마음이 천지요, 천지가 그의 몸과 마음이다. 일(一)이 다(多)요, 다(多)가 일(一)이다.

체액이 정체돼 생기는 담음(痰飮)



반하는 역(易)에서 말한 궁즉변, 변즉통을 한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을 돌이킨다. 무슨 말인가. 반하는 담음(痰飮)을 치료한다. 담음이란 우리 몸의 수기(水氣), 물이 순환하지 못하고 한 곳에 머물러서 흩어지지 않게 된 것을 가리킨다. 하천의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걸쭉해지고 종내는 썩어 악취를 풍기는 오수가 된다. 몸의 물인 체액(體液)도 흐르지 못하면 엉키고 썩어서 온갖 병을 부른다.

십중구담(十中九痰)이란 말이 있다. 질병이 10가지면 9가지가 담음으로 인한 병이란 말이다. 실체론적인 양의학과 달리 순환론적인 세계관의 산물인 한의학은 담음을 그렇게 크게 여긴다. 생각해보자. 우리 몸무게의 50~60%를 수분이 차지한다. 몸의 절반 이상이 물, 체액이다. 끊임없이 순환하기 때문에 썩지 않는다. 이 체액이 움직이지 않고 걸쭉한 가래 같은 것이 되어 몸의 이곳저곳에 고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 동의보감에 나오는 왕은군의 ‘담론(痰論)’을 보면 그 증상들이 이렇다.

“담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럼증이 생기는데 눈앞이 아찔하고 귀에서 소리가 나고 입과 눈이 푸들거리고 눈썹과 귓바퀴가 가려워진다. 팔다리에 유풍(부종)이 생겨 단단하게 부어서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은 듯도 하며, 혹은 잇몸이 부으면서 뺨이 가렵고 아픈데 일정치 않다.

혹은 트림이 나고 신물이 올라오며 명치 밑이 쓰리고 구역질과 딸국질이 난다. 목이 메고 끈끈한 가래가 있는 듯해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다. 목구멍으로 나오는 가래의 색깔이 그을음 같고 복숭아나무 진 같고 조갯살 같기도 하다. 혹은 명치 밑에 얼음이 있는 것 같고 왼쪽 젖가슴이 때때로 싸늘하면서 아프다. 발목이 시큰거리고 약해지며 허리와 등이 갑자기 아프기도 하고, 팔다리의 뼈마디도 여기저기 안타깝게 아파서 굴신하기가 어렵다. 힘줄이 땅겨 다리를 절기도 한다.

등뼈 가운데 손바닥 크기의 얼음이 있는 듯 시리면서 아프고, 온몸에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도 같다. 혹은 눈 둘레가 검고 눈시울이 깔깔하거나 가렵고 입과 혀가 잘 문드러진다. 목둘레에 멍울이 생기기도 하고 가슴과 배 사이에 두 가지 기운이 뒤엉킨 듯하며 머리와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기도 한다. 정신을 자주 놓는 전광증(정신분열증)이 생긴다. 중풍이 되어 팔다리가 뒤틀리기도 한다. 폐결핵처럼 밭은 기침이 잦다.

혹은 명치 아래가 들먹거리고 놀란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며 누가 잡으러 오는 것처럼 무섭다. 숨이 차면서 기침이 나고 토하기를 잘 하고 군침이 잘 고인다. 푸르스름한 물과 검은 즙 같은 것을 뱉는다. 치질이 되어 대변에 피고름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꿈속에서 괴이한 것들이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린다. 이와 같이 몸의 안팎에 생기는 병이 몇 백 가지인지 알 수 없는데 모두 담으로 인한 병이다.”

반하는 이와 같이 담음으로 생긴 일체의 병을 다스린다. 몸 안의 수기(水氣)가 순환되지 못하고 머물러 담음으로 굳어진 것을 녹여서 본연의 수기로 되돌리기 때문이다. 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것들도 흩뜨리고 삭혀 몸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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