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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자와 술 16

‘술꾼’ 룰라가 사랑한 브라질 국민주 ‘카샤사’

  • 김원곤| 서울대 의대 교수·흉부외과 wongon@plaza.snu.ac.kr

‘술꾼’ 룰라가 사랑한 브라질 국민주 ‘카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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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활동으로 높아진 정치적 위상…3전4기 대통령

룰라와 노동자당의 꾸준한 노력에도 1984년 처음 제출된 대통령 직선에 대한 수정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원래의 법안대로 이듬해인 1985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룰라의 지원을 받은 민간인 출신 탄크레도 네베스(Tancredo Neves·1910~1985)가 당선되는 성과를 얻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취임식을 앞두고 네베스가 급사해 부통령이던 조제 사르네이(Jos?e Sarney·1930~)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마침내 4년 후인 1989년에 숙원이던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룰라는 그동안 1982년 상파울루 주지사 선거에서 한 차례 낙선한 후 1986년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대권 도전의 길은 순탄하지 못했다. 1989년 직선제로 수정된 헌법하에 첫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룰라는 급진 개혁 정책을 내세우며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지만, 친기업 정책과 반부패 공약으로 지지 세력을 결집한 군소후보인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Fernando Collor de Mello·1949~)에게 예상 밖 패배를 당하고 만다. 절치부심(切齒腐心). 룰라는 1990년 국회의원 재선을 포기하면서까지 노동자당의 외연을 넓혀나갔지만, 1994년 선거에서는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이션을 해결한 전 재무장관이자 사회민주당 후보인 페르난도 엔리케 카를로소(Fernando Henrique Cardoso·1931~)에게 패하고 만다. 이어 벌어진 1998년 선거에서는 더 큰 표차로 낙선한다. 결국 2002년 10월 선거에서 사회민주당 후보 조제 세라(Jos?e Serra·1942~ )를 이기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된다. 3전4기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폭음을 일삼는 술꾼

룰라 취임 당시 브라질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세계는 브라질의 국가부도를 우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취임 후 룰라는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 자세로 브라질 경제를 일으켜 국가부도설까지 나돌았던 브라질 경제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5% 가깝게 성장하는 성과를 거둔다. 이 기간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3배 이상 커졌고, 외환보유액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브라질 GDP는 2005년 한국을 제치고 세계 12위로 올라섰고, 현재는 세계 8위다. 그리고 룰라는 재임기간 중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각종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고 주도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면서 브라질 국민의 자부심을 크게 높였다.



이런 업적으로 그는 2006년 재선 성공에 이어, 2010년 선거에서는 퇴임을 앞두고도 80%가 넘는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 공식 후계자이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1947~)의 당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정치 영웅’ 룰라가 첫 대통령 임기를 보내고 있던 2004년, 그의 음주에 관련된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사 하나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룰라 대통령을 ‘폭음을 일삼는 술꾼’으로 묘사하며, 이런 룰라의 술버릇이 대통령직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요지의 기사였다. 이 기사는 그해 5월 9일 NYT에 보도된 다음 날 브라질 신문에서 이를 인용 보도해 일약 국제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국내에서도 주요 일간신문들이 앞 다투어 이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는데, 5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살펴보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술꾼으로 묘사한 NYT 보도에 브라질 전역이 들끓고 있다. 뉴욕타임스 브라질 특파원 래리 로터는 9일자에서 ‘브라질 사람들이 대통령의 지나친 음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10일 대부분의 브라질 조간신문 1면을 장식하자, 룰라 대통령 지지자는 물론 반대파까지 발끈했다. 안드레 신제르 대통령 대변인은 ‘믿을 수 없는 취재원에게서 들은 얘기로 기사를 쓴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분노와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NYT가 인용한 소식통은 룰라 대통령의 반대 세력이거나 균형감을 상실한 일부 칼럼니스트라는 것. 한 언론인은 ‘룰라 대통령이 술을 많이 마신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기사로 다룰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의 출신을 거론하며 그의 과도한 음주를 옹호하는 반응도 있다.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그가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선반공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그에게 ‘폭넓은 자유’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관용은 룰라 대통령이 간혹 대중 앞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 때뿐만 아니라 종종 포르투갈어를 엉망으로 구사할 때도 적용된다는 것. 그러나 NYT의 보도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당시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취재원은 룰라에 대해 어느 정도 편견이 있는 사람이긴 했다. 한 사람은 룰라의 과거 노동운동 동지였으나 룰라가 대통령이 된 이후 그의 정치, 경제적 기조가 바뀐 데에 큰 불만을 가진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은 칼럼니스트로 과거 룰라의 정적이었던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 측의 대변인을 맡았던 사람이었다. 또 다른 칼럼니스트 한 사람도 평소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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