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퍼스펙티브 디자이너’ 박용후의 긴급제언

  • 박용후│카카오 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 parkyonghu@gmail.com

    입력2012-06-21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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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 시즌 서울 홍대 앞 코카콜라 행사 장면.

    삐삐, 친구에게 보내는 종이 편지, 디스켓, 공중전화!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나는가? 한때 우리 주변에서 습관처럼 익숙하게 쓰이던 것들이다. 어떤 것들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언제부터인지 우리 습관의 언저리로 밀려났다. 다른 것들이 습관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사람에게 언제부터 그렇게 바뀌었는지 질문하면 선뜻 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습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조금씩 ‘시나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꽤 많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 항상 얻는 것이 있다. 뜬금없이 성공한 사람들의 이이기를 꺼내는 이유는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과 성공한 사람은 분명하게 구분되는 작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평범함과 비범함의 차이

    성공한 사람들은 시나브로 흐르는 시간을 느끼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 대별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이야! 언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지?”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은 3개월 뒤, 6개월 뒤, 1년 뒤의 세상을 읽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뒤돌아보면서 세상이 바뀌었음을 아는 사람과 세상의 변화를 느끼면서 미래를 바꿀 준비를 하는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세상의 속도는 이전에 비해 엄청 빨라졌다. 미국 MIT대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쓴 ‘디지털이 되라(Being Digital)’라는 책에는 ‘개의 1년(Dog Year)’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개는 사람의 10분의 1밖에 못 산다. 개에게 1년이란 사람의 10년과 맞먹는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예전에 10년에 걸쳐 일어나던 일들이 이제는 1년 아니, 한 달이라는 시간에도 일어난다고 말한다.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있다. 김범수는 최민식과 유지태가 주연한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나도 그 영화를 봤지만 신선한 충격까진 아니었다. 김범수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바로 이 대사였다.

    “당신의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유지태)은 오대수(최민식)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줬을까?”

    관점의 반전! 이것이 바로 김범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우선 마케팅과 홍보에 이 ‘관점의 법칙’을 적용해보니 꼬인 실타래가 한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후 나는 “마케팅이란 고객의 관점을 바꿔 서비스나 제품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코카콜라의 경우 병 안에 들어 있는 검은색 액체의 본질이 바뀐 적은 없다. 똑같은 내용물을 가지고 100년 동안 세계 브랜드 1등을 했다(정확히 125년). 이건 사실 기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단 하나. 관점 전환이다. 코카콜라의 마케터들은 시대에 맞춰 코카콜라를 바라보는 고객의 관점을 계속 바꿔준 것이다.

    “겨울철에 콜라를 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니! 미쳤어요? 추운데 누가 콜라를 마셔요”라고 답한다면 코카콜라에서는 바로 해고다. 이것은 당연함에 갇혀 사는 일반인의 답이다. 코카콜라의 마케터들은 사실에 기초해(based on true story) 산타클로스를 탄생시켰다. 산타클로스와 코카콜라 로고의 붉은색을 오버랩했다. 겨울철에도 콜라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게 새로운 관점을 입힌 것이다. 이 멋진 ‘당연함을 부정한 관점 바꾸기’로 인해 겨울철이면 경쟁사는 눈물을 흘린다.

    ‘마케팅은 짧고 서비스는 길다’라는 책에 소개된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의 사례도 바로 관점 바꾸기였다. 이 책에는 ‘고객기점’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고객을 주어로 관점을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매장이라면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세탄 백화점은 “매장이란 고객님이 물건을 사시는 곳”이라고 했다. 관점이 바뀐 것이다. 이것만으로 서비스의 혁명이 시작됐다. 단지 관점을 바꾸었을 뿐인데 말이다.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창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알려진 것들을 조합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1991년 아오모리 현에 기록적인 태풍이 닥쳐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땅에 떨어졌다. 상품가치가 있는 사과는 겨우 10% 남짓. 농부들은 간단한 관점 바꾸기로 대박을 쳤다. 10%의 사과에 ‘기록적인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대단한 사과’라며 ‘대입합격사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10배나 높은 값을 매겼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다 팔렸다.

    많은 회사는 주어의 자리에 본인을 놓는다.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본다. 실패하는 사례의 대부분이 이렇다. 반대로 나는 히트 상품은 오직 고객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회사가 신제품이라고 홍보하고 광고해도 고객들이 신제품이라고 느끼지 않으면 그것은 신제품이 아니다. 발표자, 화자, 파는 사람이 아니라 수용자, 듣는 사람, 고객이 관점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제품이 사장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해석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어떻게 고객의 관점을 바꿔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해석하게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공중전화부스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여고생. 수년 전까지 공중전화부스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의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연결된 점들(connecting the dots)’이라는 표현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론(緣起論)’과 맥을 같이한다. 현재 내가 보고 듣고 행하는 어떤 행위가 하나의 점이라면 이 점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어떤 점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말하자면 멋진 미래를 꿈꾸는 사람은 이 미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현재의 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없으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인류에게 충격을 안겨준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아이폰의 기능 중 애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MP3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이고 전화기와 인터넷 커뮤니케이터도 스티브 잡스의 작품이 아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지어보고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 아이폰이라는 기적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로 다른 것들의 연결과 새로운 관점으로의 재해석이 갖는 힘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재발명(reinvent)이라고 명명한다.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런데 더 쉽고 더 가치 있는 일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해야 한다. 즉,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여기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내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관점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건 이제 알겠다. 그런데 관점을 어떻게 바꿔야 하지? 그 방법이 뭐지?”

    이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당연함을 부정하라!”

    당연함에 던지는 왜

    모든 것이 당연하면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함의 틀에 갇히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과학과 철학은 기존의 당연함을 계속 인정했다면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학과 철학은 당연함을 끊임없이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관점의 변화는 당연함의 부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나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창의적인)’에 대해 ‘당연함에 던지는 왜?’라고 정의한다.

    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소셜미디어는 미적분이다.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친구가 되면 그 사람이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누구와 친구인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또한 트위터의 검색을 이용하면 어떤 주제와 관련된 많은 사람의 생각이 물 흐르듯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 생각들을 적분하면 사람들 생각의 모양이 보이고 흐름이 보인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보인다.

    나는 “사람을 설득하고 관점을 바꾸는 방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자발성’이다. 선거철만 되면 소셜미디어가 정치판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어떤 정당은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잘 못한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는 잘하고 못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여기서도 관점이 중요하다. 많은 정치인은 신문이나 잡지와 인터뷰하듯이 소셜미디어를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잘못된 관점이다. 소셜미디어는 ‘읽는 도구’다. 그런데 ‘말하는 도구’라는 관점으로 보고 있으니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올드 보이’의 오대수 말처럼 틀린 질문만 하니 맞는 대답이 나올 리 없는 거다. 정치가가 소셜미디어를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먼저 경청하라. 그리고 말하라.’ 소셜미디어에선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소통을 워낙 강조하므로 정부 관계자도 소통하는 법에 대해 각별한 관점을 갖는다. 해답은 이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의 어원인 ‘서로’라는 말에 녹아 있다.

    서로 주고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일종의 ‘받아넘기기’다. 즉 대화하는 A가 어떤 말을 하면 B가 이 말을 받아넘겨주고 다시 A가 이 말을 받아넘겨주고…. 이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사람이 항상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화의 이어짐 자체가 중요할 때도 많다.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향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면 ‘틀리다’고 얘기하는 습관이 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나랑 생각이 달라? 넌 틀렸어. 네 생각과 내 생각은 틀리거든’이라는 뜻의 틀리다(not Exactly)와 다르다(Different)는 다른 의미다. “나는 너와 다르게 생각하는데, 너 한번 얘기해볼래. 어떻게 생각해?”처럼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를 염두에 두고 조합하기

    홍보, 마케팅, 소통. 어떤 관점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삶도 마찬가지다. 당연함을 부정해보자. 이것이 출발지점이다. 상대가 여자친구이든, 고객이든, 면접관이든, 유권자이든 상대를 염두에 두고 기존의 것들을 조합하고 재해석해 다른 관점을 만들어보자.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박용후

    1965년 천안 출생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과정

    전 CNET 한국 지사장

    전 충무로국제영화제 자문위원

    경기도 정보화 자문위원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


    상대에게 유익하고 나에게도 유익한 관점 말이다. 자기만의 성에 갇혀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과 이렇게 하는 것과는 결과가 다를 것이다.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거기서 얻은 해답이 관점이 된다. 그 관점은 단지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어선 안 된다. 실질적으로 나의 삶과 상대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는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이야기를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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