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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프로젝트

압도하지 않고 동네로 스며들다

상도동 주택가 ‘핸드픽트 호텔’

  • 글·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사진·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압도하지 않고 동네로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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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섭 제공]

[신경섭 제공]

장소 서울 동작구 상도로 120
개관 2016년 2월 14일
설계 김동진·로 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설계팀
문의 02-2229-5499

지난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1950년대 개발돼 ‘서울 신도시 1호’로 불리는 이곳의 오래된 주택가에 호텔이 처음 들어선 것. 그것도 무궁화 다섯 개짜리 1급 관광호텔인 ‘핸드픽트(HANDPICKED) 호텔’이다.

1급 호텔치곤 덩치는 그리 크지 않다. 지상 10층 지하 2층에 객실은 43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이 5층 안팎의 상가에 빌라 아니면 주택단지다 보니 멀리서 보면 우뚝 솟아 있다. 이런 경우 보통은 그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하기 마련. 하지만 핸드픽트 호텔 경우엔 반대로 그 존재감을 희석시키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설계를 맡은 ‘로 디자인’의 김동진 대표(홍익대 교수)가 건축 프로젝트에 부여한 명칭은 ‘카무플라주(camouflage)’. ‘은폐’ ‘위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핸드픽트 호텔 옥상. 북서쪽으로 여의도 고층빌딩과 남쪽으로 관악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은 야외 결혼식장이나 소규모 콘서트장으로 쓰인다.

핸드픽트 호텔 옥상. 북서쪽으로 여의도 고층빌딩과 남쪽으로 관악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은 야외 결혼식장이나 소규모 콘서트장으로 쓰인다.

‘파우 와우 코리아’ 축제의 일환으로 ‘영원한 사랑’이란 그래피티를 그려 넣은 옥상 외벽.

‘파우 와우 코리아’ 축제의 일환으로 ‘영원한 사랑’이란 그래피티를 그려 넣은 옥상 외벽.

키즈존을 만들어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지하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외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코리안 타이거 배드 보이’.

키즈존을 만들어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지하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외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코리안 타이거 배드 보이’.

계단을 내려와 만나게 되는 기념품 가게와 꽃집,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개방형 공간. 천장의 파이프라인 구조를 그대로 노출해 공간감을 확장했다.

계단을 내려와 만나게 되는 기념품 가게와 꽃집,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개방형 공간. 천장의 파이프라인 구조를 그대로 노출해 공간감을 확장했다.

호텔 지하1층은 동네 주민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휴식공간으로 꾸며졌다.

호텔 지하1층은 동네 주민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휴식공간으로 꾸며졌다.

9층에 위치한 호텔 로비의 접객 공간. 모던한 단순함을 추구했다.

9층에 위치한 호텔 로비의 접객 공간. 모던한 단순함을 추구했다.

핸드픽트 호텔의 야경. 7층까지는 붉은 벽돌로 박스를 치고 검은색 철판으로 안정감을 부여하면서도 유리창과 벽돌의 크기와 형태를 달리해 변화를 줬다. 9, 10층은 반사유리로 박스를 쳐 멀리서 볼 때 화려한 빛을 발하게 했다.[신경섭 제공]

핸드픽트 호텔의 야경. 7층까지는 붉은 벽돌로 박스를 치고 검은색 철판으로 안정감을 부여하면서도 유리창과 벽돌의 크기와 형태를 달리해 변화를 줬다. 9, 10층은 반사유리로 박스를 쳐 멀리서 볼 때 화려한 빛을 발하게 했다.[신경섭 제공]

로비와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1층의 유일한 장식물은 사슴머리 조각 정도다. 원색의 플라스틱 의자조각을 재활용해 플라스틱 때문에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을 형상화해온 김우진 작가의 작품이다.

로비와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1층의 유일한 장식물은 사슴머리 조각 정도다. 원색의 플라스틱 의자조각을 재활용해 플라스틱 때문에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을 형상화해온 김우진 작가의 작품이다.

“주변에 위압감과 위화감을 주지 않고 지역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에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주변에 붉은 벽돌 건물이 많아 같은 톤의 벽돌로 박스를 치고 그 안은 검은 빛깔의 ‘구로철판’(구로공단에서 많이 쓰는 공장용 철판이라 하여 붙은 명칭)으로 외관을 지어 투박함과 날카로움으로 고급 호텔의 화려한 이미지를 대체했습니다. 호텔 뒤편 외벽과 내벽은 도색하지 않은 노출콘크리트를 그대로 써서 고풍스러운 근대 건축의 이미지를 부여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요소는 9층과 10층을 반사유리로 마감한 것 정도인데 동네 밖으로 나가서 볼 때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한마디로 튀지 않으면서 주변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림을 추구했다는 소리다. 이는 건축주인 김성호 핸드픽트 호텔 대표의 철학과도 맞물려 있었다.

“호텔 로비가 왜 그렇게 웅장한지 아세요? 고객이 함부로 굴지 못하게 압도하기 위해서죠. 실제 로비가 화려하고 웅장할수록 고객의 컴플레인(불평불만) 접수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건 옛날 방식이죠. 요즘은 호텔이 들어서는 곳 주변 공간과 조화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중시하죠. 저희 집안은 3대째 상도동에 사는 토박이입니다. 호텔이 들어선 곳은 저희 집안에서 운영하던 주유소가 있던 곳이에요. 그래서 동네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투숙객뿐 아니라 이웃 주민의 편익을 배려하는 ‘열린 호텔’을 구상했습니다.”

핸드픽트 호텔에서 제일 넓은 8층 객실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상도동 주택가 풍경.

핸드픽트 호텔에서 제일 넓은 8층 객실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상도동 주택가 풍경.

상도동 아기엄마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하1층 키즈존.

상도동 아기엄마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하1층 키즈존.

‘파우 와우 코리아’의 일환으로 핸드픽트 호텔 뒤편 노출 콘크리트 외벽에 그려진 대형 그래피티 ‘영원한 평화’.

‘파우 와우 코리아’의 일환으로 핸드픽트 호텔 뒤편 노출 콘크리트 외벽에 그려진 대형 그래피티 ‘영원한 평화’.

9층 로비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나루’의 통유리로 내려다보이는 상도동 주택가 풍경. 1950~2000년대까지 한국 주택 건축양식이 파노라마처렴 펼쳐진다.

9층 로비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나루’의 통유리로 내려다보이는 상도동 주택가 풍경. 1950~2000년대까지 한국 주택 건축양식이 파노라마처렴 펼쳐진다.

실제 핸드픽트 호텔의 1층은 입구와 엘리베이터 그리고 담쟁이덩굴만 있다. 로비는 9층에 위치한다. 1층에 있을 경우 체크인/아웃 투숙객으로 붐벼, 해당 공간이 호텔임을 과시하는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 9층으로 로비를 옮겼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호텔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이 호텔에서 ‘가장 좋은 뷰(view)’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뷰가 도대체 뭘까. 상도동 언덕배기 오래된 골목의 주택단지가 빚어내는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이다. 예전 같으면 익숙한 산동네 풍경이라고 무심코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와’ 하고 탄성을 터뜨릴 만큼 귀한 풍경이다. 서울시에서 무분별한 고층아파트 건립을 막고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지정한 근린재생사업지 14곳 중 하나다.

“제가 15년간 호텔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제 고객이던 최고급 호텔이라면 절대 택하지 않을 것들을 실현해보자 생각했어요. 저만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유니크 호텔’이죠. 그중 하나가 1950년대 건축양식에서 2000년대 건축양식까지 한국의 시대별 건축양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을 투숙객들에게 선사하는 거였습니다.”

실제 이 호텔을 찾은 서양 관광객들이 가장 만족감을 표하는 지점도 이 한국적 풍경이라고 한다. 서울대에서 열린 건축 세미나 참석차 이 호텔에서 묵은 일군의 독일 건축가들이 한 “한국에서 본 풍광 중 최고였다”는 칭찬이 보이지 않는 훈장처럼 김 대표 어깨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동네 주민을 위한 서비스 공간은 지하 1층과 10층 꼭대기에 위치한다. 지하의 카페와 레스토랑, 꽃집, 갤러리가 동네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개방형으로 지어졌다. 특히 유아들의 실내 놀이공간인 키즈룸을 무료로 개방해 유아를 둔 엄마들의 환영을 받았다. 10층 꼭대기에 위치한 연회장은 동네 주민들 돌잔치 공간으로 인기다. 그 위 옥상은 야외 결혼식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독특한 시도로 주목받은 핸드픽트 호텔은 최근 값진 선물을 하나 받았다. 9월 23~30일 8일간 서울 7곳에서 펼쳐진 길거리 예술축제 ‘파우 와우 코리아’에 참여한 세계적 그래피티 화가들이 그려준 3점의 벽화다. 호텔 뒤쪽 노출콘크리트 외벽에 용 두 마리를 형상화한 ‘영원한 평화’, 옥상 공간에 서울의 노을을 담은 ‘영원한 사랑’, 지하 1층 계단 외벽에 한국 민화의 단골 주인공 까치호랑이가 피자를 먹는 ‘코리안 타이거 배드 보이’다. 김 대표는 “값을 매기기 어려운 예술작품을 선물받았다”며 “작품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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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사진·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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