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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알아듣지만 말귀는 어두운 편

인공지능 스피커, 사? 말아?

  • 최덕수|앱스토리매거진 기자 dschoi@appstory.co.kr

말은 알아듣지만 말귀는 어두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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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샐리’와 ‘헤이카카오’, 초반 흥행몰이 일단 성공 
    ● 스마트폰 손 안 댄 채 택시 부르고 카톡 보내고
    ● 차량 호출, 음식 배달, 쇼핑 도우미…다양한 서비스로 확대 절실
    ● 당장 구매보다는 향후 업그레이드 추세 지켜볼 필요
최근 출시된 인공지능 스피커들. 카카오 미니, 애플 홈팟, 
KT 기가지니, 네이버 웨이브, 
구글 홈(맨 위부터 시계방향).

최근 출시된 인공지능 스피커들. 카카오 미니, 애플 홈팟, KT 기가지니, 네이버 웨이브, 구글 홈(맨 위부터 시계방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거침없이 부상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공지능이 우리 곁에 처음 찾아온 것은 스마트폰을 통해서였다. 애플이 아이폰4s를 내놓으며 ‘시리(Siri)’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주요 스마트폰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됐다.

이후 인공지능 시장에 한차례 변혁을 가져온 것은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자신의 고유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선보이며, 이를 염가에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 ‘에코(Echo)’를 내놓아 크게 성공했다.

에코는 텀블러 크기로 블루투스 스피커 형태를 띤다. 각 가정의 거실과 부엌에 자리 잡고 앉아 음악을 틀어주고 아마존닷컴(amazon.com)을 통해 물건을 주문해준다. “Alexa, re-order paper towerls”라고 말하면 전에 구입한 적 있는 주방용 휴지가 배달되는 것이다. 에코의 성공을 좇아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IT 공룡들이 연이어 블루투스 스피커를 내놓는 요즘이다.

이 기조는 최근 국내로도 확산됐다. SK텔레콤의 ‘누구(NUGU)’를 시작으로 KT의 ‘기가지니(GiGA Genie)’, 양대 포털사이트 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웨이브(WAVE)’와 ‘카카오 미니(kakao mini)’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쟁이 개시된 것이다.

아마존이 선두주자

인공지능 스피커 시대를 처음 연 아마존 에코(왼쪽)와 최근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한 구글 홈.

인공지능 스피커 시대를 처음 연 아마존 에코(왼쪽)와 최근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한 구글 홈.

만약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원활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 스피커 선택에는 그다지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자주 이용한다면 구글의 인공지능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피커를 선택하면 되고, 애플을 사랑하는 소비자라면 올 연말에 출시될 예정인 애플 시리 탑재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HomePod)’을 기다리는 게 좋다. 애플도 구글도 특별히 선호하지 않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면 아마존의 에코를 추천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 홈’은 129달러에 출시됐고, 애플의 홈팟은 애플답게 상당히 비쌀 것으로 보인다. 에코는 모델에 따라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40~90달러다.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기에 이들 제품을 원한다면 해외직구를 해야 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최근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애플과 아마존은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들 제품은 한국어를 못하는 ‘한계’가 있어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은 국산 제품이 견인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이 시장에 적극 나섰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누구는 소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공로를 세웠다. 이어 출시된 KT의 기가지니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두 제품은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으니, 인공지능 성능이 시원치 않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제 기능을 하려면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으로 구현돼야 한다. 먼저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해한 말을 기반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잘 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SK텔레콤과 KT 둘 다 이 점에서 약점을 갖는다. 사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설령 알아들었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누구와 기가지니에게 “오늘 날씨 어때?”라고 말을 걸어보자. 이들 인공지능 스피커가 이 말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미세먼지, 기온, 오후에 비 올 확률 등의 정보를 찾아주는 데는 미흡하다. 오늘 날씨가 궁금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 정보의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누구와 기가지니는 블루투스 스피커로는 나름의 매력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자 소비자들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9월부터 사전예약 판매를 개시했는데, 두 회사 모두 빠른 속도로 초도물량을 완판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의 웨이브는 1차와 2차 사전예약 물량을 모두 완판했고, 3000대의 카카오 미니 초도물량은 사전예약 개시 38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샐리야, 아침 7시에 깨워줘”

10월 중 정식 판매되는 카카오 미니는 카카오의 다양한 O2O 서비스와 연동되는 것이 장점이다.

10월 중 정식 판매되는 카카오 미니는 카카오의 다양한 O2O 서비스와 연동되는 것이 장점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법은 이렇다. 우선 스피커를 집 안에 구비한 뒤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스피커와 연동시킨다. 웨이브는 ‘클로바(Clova)’, 카카오 미니는 ‘헤이카카오’라는 앱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작동하려면 ‘호출’을 해야 한다. 웨이브의 호출명은 ‘샐리야’, 카카오 미니는 ‘헤이카카오’다. 웨이브 호출명은 ‘제시카’ ‘짱구야’ ‘피노키오’ ‘자기야’ 등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샐리야, 30분 뒤에 약 먹으라고 알려줘.”
“샐리야 신데렐라 동화 읽어줘.”
“헤이카카오,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 틀어줘.”
“헤이카카오, 혜리한테 ‘뭐해’라고 카톡해줘.”

위 문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 스피커 홍보 웹사이트에 웨이브와 카카오 미니 활용 예시로 표기해놓은 것들이다. 웨이브는 모든 면에서 네이버(naver.com)와 연계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네이버 음성 검색은 물론 날씨, 금융정보, 일정, 맛집 추천 등을 네이버와 연동해 알려준다. YTN의 뉴스를 들려주고, 팟빵의 팟캐스트와 연계된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피커 ‘본연의’ 기능인 음악 재생은 네이버 뮤직과 연동된다.

카카오 미니는 다음(daum.net) 및 카카오톡과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악 재생은 시장 1위 음원 서비스이자 카카오가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과 연동된다는 강점이 있다. 카카오 미니는 이외에도 카카오의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앱과도 연동될 예정이다. “헤이카카오, 광화문으로 가는 택시 불러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오픈소스’ 나서는 까닭

네이버 웨이브는 포털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네이버 웨이브는 포털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웨이브와 카카오 미니 두 제품을 포함해 한국어를 알아듣는 대부분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지극히 제한된 행동만 취할 수 있다. “○○○에 관한 정보를 찾아줘”라고 말하면 웨이브는 네이버로, 미니는 다음으로 검색을 한다. “음악 틀어줘” 하면 웨이브는 네이버뮤직을, 카카오 미니는 멜론을 재생한다. 날씨나 일정과 관련한 질문은 다양하게 바꿔 물어도 항상 비슷한 답을 내놓는다. “8시간 35분 후에 깨워줘”라고 하건 “내일 아침 6시에 깨워줘”라고 하건 의도된 시각에 정확하게 알람을 울린다. 만약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어떨까?” 하건 “미세먼지 농도!”라고 짧게 말하건 인공지능 스피커는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 상태입니다”라고 답한다. 스마트TV 리모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채널A 틀어줘” “볼륨을 좀 키워줘”라는 말대로 해준다.

다만 이 같은 음악, 날씨, 일정관리, 알람 설정, 정보검색, 스마트TV 리모컨 등 규정된 활동 이외의 영역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는 아직 활용성이 그리 크지 않다. 발음이 부정확한 말은 알아듣지 못하고 카테고리화되지 않은 정보는 제대로 분류해내지 못한다. 말을 알아듣는 수준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아직 말귀는 좀 어둡다.

예를 들자면 분식집 ‘미미분식’이라는 정확한 가게명은 인식하지만, 이 가게를 ‘떡볶이집’으로는 분류하지 못한다. 사용자가 미미분식 근처에 산다고 가정하자. “미미분식”이라고 하면 미미분식 관련 정보를 찾아주지만, “우리 집 근처 떡볶이집은 뭐가 있지?”라는 질문에는 미미분식을 찾아내지 못한다.

이러한 약점은 인공지능 이용량 증가와 데이터베이스 축적에 따라 추후 해결될 것이다. 미미분식을 ‘근처 떡볶이집’으로 찾는 정보량이 많아지면, 인공지능이 미미분식과 근처 떡볶이집이란 키워드를 연결할 것이란 이야기다.

해외의 인공지능 스피커들은 다양한 O2O 서비스와 연계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활발하게 창출하고 있다. 우버(Uber)와 같은 공유차량 서비스를 호출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는 것도 스마트폰이나 PC에 의존하지 않고 인공지능 스피커만으로도 할 수 있도록 기능이 발전돼 있다.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들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른 디바이스, 앱, 서비스에 자신들의 인공지능을 연동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다. 네이버는 자사의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무상으로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파트너사들이 네이버 인공지능을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네이버 웨이브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점차 늘려가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카카오는 우선은 자사의 다양한 O2O 앱과 카카오 미니가 연계되는 방향으로 발전을 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한 O2O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이기에 자사 앱과의 연계성만 제대로 확보된다면 카카오 미니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당장에는 카카오택시와 미용실 예약, 음식배달 서비스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홈팟은 올 연말에 정식 출시될 예정.

애플 홈팟은 올 연말에 정식 출시될 예정.

곧 후속 제품 출시될 듯

그렇다면 지금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마련할 때일까? 인공지능 스피커는 조만간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필수 가전제품’으로 집 안에 안착하게 될까?

필자가 판단하기에 현재는 시기상조다. 일단 당장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가 너무 적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더욱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고유의 장점이나 편리성이 아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채널A 틀어줘”는 가능하지만, “기아 타이거즈 야구경기 중계 보고 싶어”는 소화하지 못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아직은 편성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공지능 스피커가 이해하도록 말을 전달하려면 ‘샐리’와 ‘헤이카카오’가 보다 알아듣기 쉽도록 특정 단어와 어투를 선택해야 한다. 불편하다. 다만 블루투스 스피커로서는 그 성능이 꽤 괜찮은 편이다.

사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중간단계의 기술로 봐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로 집 안의 모든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면 이를 제어할 허브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바로 이 허브 구실을 할, 무엇보다 ‘저렴한’ 디바이스로 고안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몇 년 후에도 스피커가 IoT 허브 구실을 수행하는 ‘적임자’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까? 집 안에서 집사 노릇을 하는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무도 모를 일이다.

SK텔레콤이 2세대라 할 ‘누구 미니’를 선보인 것이나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의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신제품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 것처럼 네이버와 카카오도 머지않아 후속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2세대 제품은 당연히 배터리 효율이나 기능이 더 향상된 버전일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데이터베이스 집적에 따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다. 향후 업그레이드 수준을 지켜보며 인공지능 스피커 구매 시점을 판단하는 게 좋겠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개념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공로를 세운 SKT의 누구.

인공지능 스피커의 개념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공로를 세운 SKT의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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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수|앱스토리매거진 기자 dschoi@app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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