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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성보다 감성 의무보다 욕망 내일보다 오늘 마음대로 사는게 행복의 비결”

‘날라리 행복론’ 전도사 윤대현 서울대병원 교수

  • 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이성보다 감성 의무보다 욕망 내일보다 오늘 마음대로 사는게 행복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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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60대 중반의 기업 CEO 얘기를 꺼냈다. 노년이지만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싱글의 이 기업인이 어느 날 실연한 사춘기 소년처럼 풀이 죽어 진료실에 들어서더니 “윤 교수 말 듣고 연애 비슷한 거 했는데 괴롭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는 것이다.

“아마 여자한테 순수한 감정으로 다가갔다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충격을 받은 모양이에요. 그게 참….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친구를 만나 함께 웃고 떠들고 멘토가 돼주면 감성 보상이 이루어지거든요. 그런데 굳이 더 나아갔다가 문제가 생긴 거죠. 상징적인 조언을 듣고 싶은 대로 듣고 해석하는 분들이 있어요. 말조심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꼭 그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적당히 들고 성공한 이 가운데 사랑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종종 영화관을 찾는 윤 교수는 지난 4월 ‘롤리타 신드롬’과 ‘여주인공의 파격노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된 영화 ‘은교’를 관람했다. 박범신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의 줄거리는 일흔 살의 원로시인 이적요가 열일곱 살 여고생 은교를 만나면서 잊고 지내던 사랑의 열정과 욕망을 되찾게 되고, 그들 사이에 제자가 끼어들면서 파멸로 치닫는 것. 윤 교수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사랑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나이 든 환자들 때문에 아직 그 나이가 안 됐는데도 영화 속 노 교수의 마음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 ‘감성의 뇌’는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나요.

“소통과 공감을 하는 거죠. 열심히 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려 하고 명품 백을 사는 행동의 기저에는 관심 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남보다 앞서나가고 남과 달라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끊임없이 경쟁하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그러다보면 감성의 뇌가 지쳐서 모든 게 싫어지고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고독해진다는 거예요. 성공한 사람일수록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한 회장님보다 동네에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시골 어르신이 얻는 심리적 보상이 더 클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세상은 공평한 거 같기도 해요.”



‘날라리’로 사는 법

“이성보다 감성 의무보다 욕망 내일보다 오늘 마음대로 사는게 행복의 비결”
윤 교수는 “행복을 느끼는 데 재산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감성의 목표를 낮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가령 작은 것에 기뻐할 수 있는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면 상대적으로 심리적 보상이 더 많이 채워집니다. 반면 재벌 2세처럼 사회적 지위와 부를 노력 없이 물려받은 사람의 경우 오히려 불행할 수 있어요.”

그는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하며, 이미 후계자로 내정된 상태인 20대 후반의 젊은이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날 ‘아빠 때문에 너무 괴롭다’며 그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집이든 회사든 심리적으로 피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양쪽 모두에서 아버지와 부딪치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남 눈에는 팔자 좋은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부나 지위는 이성적인 성취일 뿐이에요. 고생 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누리려면 감성적인 성취도 있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잘 노는 겁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감성 보상이 되도록 노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 ‘노는 것도 재주’라는 말도 있죠.

“네. 한번은 일에 지친 여성 환자한테 노는 걸 좀 연구해오라고 했더니 ‘방법은 하나도 못 찾고 고민만 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자꾸 해결책을 얻는 데 집착하는데, 사실 노는 걸 연구하는 것 자체가 감성에 만족을 줄 수 있어요. 놀 궁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진정한 휴식과 쾌감을 얻는 거지요. 노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날라리’인데 인생의 30%쯤은 날라리로 살아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날라리’가 되면 인생이 정말 가볍고 경쾌해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날라리’가 될 수 있죠?

“감성 위주의 삶을 사는 거죠. 사람들이 ‘날라리’라는 말을 좋아하는 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모범생이 많기 때문일 거예요.”

그는 모범생 진단법을 알려줬다. ‘오늘 꼭 해야 할 일’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뒤 둘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모범생일수록 둘의 차이가 크다. 해야 할 일의 리스트가 훨씬 길다. 윤 교수는 “‘날라리’가 되려면 전자의 항목을 줄이고 후자를 늘리라”고 조언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하루 10분씩 사색하면서 걷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고, 취미생활이든 뭐든 마음이 즐거운 일을 하는 것. 윤 교수는 이에 대해 “매우 아날로그적인 것들”이라고 했다.

“뇌를 쉬게 하려면 단락을 지어줘야 해요. 해야 할 일에 치이다 술 한잔 먹고 자는 일상이 계속 반복되면 인생이 무가치하게 그냥 흘러가버리죠. 사색하면서 삶의 목표를 재정립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그게 뇌의 단락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매일의 삶에 의미가 생겨요.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죠. 그러려면 자유를 얻어야 해요. 저는 그걸 ‘바캉스(vacance)’라고 부르는데, 라틴어 ‘바카티온(vacation)’에서 온 단어예요. ‘쉰다’가 아니라 ‘자유를 얻는다’는 뜻이죠. ‘날라리’로 살아야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윤 교수는 현대를 감성 마케팅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감성 마인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한다.

“언젠가 병원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적이 있어요. 술 한잔 먹고 길을 가는데 TV 광고가 보이더군요. SUV 차가 거침없이 질주합니다. 그 순간 확 자유가 느껴졌어요.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는 감성 마케팅 광고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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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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