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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없고 사사건건 간섭만 늘어 사학 枯死위기 더 이상 못 참겠다”

‘사학법 재개정’ 요구 분출… 대선 쟁점화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김지은│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지원 없고 사사건건 간섭만 늘어 사학 枯死위기 더 이상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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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교수는 “국·공립학교와 동일한 납입금을 받으면서 운영되는 사립 중고교에 투입되는 공교육비가 더 적다. 이는 사립학교들이 학교법인의 희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재정 지원에 있어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차별이 있어선 곤란하다. 학교법인은 사학을 설립해 운영하는 시설물 법인이지 수익을 얻고자 활동하는 영리법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학생을 돕기만 하는 장학법인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수익사업을 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건 오히려 폐해만 낳을 뿐이다. 교육 사업과 관련한 권한은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수익사업을 하라고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사학도 운영을 더욱 투명하게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사학법 개정안에 학교법인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을 의무로 하는 조항이 담겨야 한다.”

벨기에 틸뷔르흐대의 얀 드 흐로프 교수는 정책포럼에서 “사학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사립학교를 신뢰하고 그들에게 자율적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며 부모들이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석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

“규제만 가득한 사학법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법”




“지원 없고 사사건건 간섭만 늘어 사학 枯死위기 더 이상 못 참겠다”
오정석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은 부산 동래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래학원은 동래여·중고, 부산예중·고, 동래초교 및 부속 유치원을 운영한다.

오 회장은 “현행 사학법하에서는 교육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사학 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없으면 사학이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발전을 위한 정책포럼을 개최한 까닭이 뭔가.

“대선을 앞두고 우리의 목소리를 국민과 정치권에 전하고자 개최했다. 대부분의 사학이 자율성을 빼앗긴 채 공립학교와 차별성 없이 껍데기뿐인 상태로 머물러 있다. 국가가 교육의 질을 높이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사학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자율이라는 낱말엔 철저한 책임이 포함돼 있다. 학생선발권, 재정운영권, 교육과정 운영권을 개별 학교에 되돌려줘야 한다. 사학 본연의 자율성, 특수성을 무시하고 사학을 억압하기만 하는 현행 사학법하에서는 한국 교육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학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열린우리당이 2005년 12월 날치기로 개정한 법률이 현행 사학법의 뿌리다. 전교조 등 편향된 단체의 요구와 지원을 등에 업고 사학 비리를 척결한다는 미명하에 사학법을 개악했다. 현재의 사학법은 사학의 생명 격인 건학이념을 부정하고 있다. 2007년 개정된 사학법에도 개방형이사제, 교원인사위원회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건학이념과 무관한 인사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개방형이사제는 반(反)헌법적·반(反)민주적 제도다. 종교 신념에 따라 설립한 사학에서 종교가 다른 인사가 임시이사로 선임돼 학교 교회를 폐쇄하고 교목이 쫓겨난 일도 있다. 일본·중국·대만 법률을 검토했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도 우리처럼 사립학교를 옥죄지 않는다. 우리가 독소조항이라고 꼽은 부분은 중국·일본·대만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조항이다. 사학법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법이다”

“사학 발전 없이 교육 발전 없다”

-규제가 강화된 것은 사학 비리 탓이 아닌가.

“부정·비리를 저지른 일부 사학이 빌미를 준 건 부인하지 않겠으나 그러한 사학은 극히 일부다. 어떤 집단이건 부패는 생겨나게 마련이다. 고유한 건학이념에 따라 학교를 잘 운영하는 명문사학 사례는 잘 드러나지 않고, 몰지각한 소수 사학의 문제점만 부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전 재산을 투자해 학교를 설립한 분들을 전교조가 학원모리배, 비리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현행 사학법은 남자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성범죄 소지가 있다면서 전자발찌를 채우는 꼴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태어나자마자 전자발찌를 채우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일각에선 사립학교가 사회에 환원된 공적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좌파가 그렇게 주장한다. 잘못된 인식이다. 학교법인은 공교육을 담당하는 특별한 지위로 인해 사학법 등에 따라 권리, 의무를 가진 것일 뿐 본질적으로는 설립자의 건학이념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투여한 사유재산의 집합이다. 공적재산이란 주장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사학법은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설립자의 경영권을 빼앗고 있다.”

-규제나 감독을 받지 않고 재단 마음대로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건가.

“외국 사례를 볼 때 공립학교든 사립학교든 교육 내용에 일정한 공통적 기준이 제시되고,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소 수준을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학법은 사학을 규제·감독 대상으로만 본다. 학교법인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다. 사학법이 개정되더라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교육청 감시·감독을 받고 있지 않나. 학생, 학부모가 문제 있는 사학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형법도 허투루 있는 게 아니다. 비리를 척결하는 것과 사학법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교육당국 감독을 받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비리, 부정을 엄벌하는 사후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외부 감사제 도입, 교육당국 감사 강화 등을 통해 사학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국가가 주는 보조금으로 학교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고 재정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법인전입금이 적은데다 수업료와 재정결함보조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니 학생, 교직원과 경영권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리에 어긋난다. 재정결함보조금은 보전금(補塡金)일뿐 국고보조금이 아니다. 1974년 고교평준화를 시행하면서 사립학교 수업료를 공립학교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국가가 사학을 지원하는 건 학교법인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사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다. 교교평준화 이전에 사립학교는 공립학교보다 등록금을 더 받았다. 정부가 결손액을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사학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학교별로 조금 차이가 있지만 사립 중고교는 정부가 수업료를 통제하면서 재정적 여력이 없다. 대기업이 운영하거나, 재정이 탄탄한 일부 학원을 제외하면 학교법인은 수익금의 80%를 학교로 전출해야 하는데다 법정부담금도 내야 해서 미래를 위해 적립금을 마련하거나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교사 신축·개축·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교육환경도 공립학교보다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사학 발전 없이는 교육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학 정책에 획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수의 사학이 고사(枯死)할 것이다.”


신동아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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