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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서울시장 후보 검증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rek1102@naver.com

유력 서울시장 후보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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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서울시장 후보 검증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정 의원과 국민통합21은 2002년 대선 단일화 파기 후 대선기간 홍보물 제작비와 광고비 30억여 원을 홍보기획사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정 의원 측은 당시 “과잉청구로 협상을 진행 중일 뿐”이라고 했다. A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정 의원은 대선 준비로 복수의 책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작가가 원고를 절반쯤 써서 정 의원에게 보낸 무렵이었어요. 작가는 정 의원이 다른 책 진행하던 거 관두라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들었대요. ‘만약 내 원고가 시원찮았으면 내가 중간에 잘렸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래요. 세상일에 돈이 전부가 아닌데…. 화가 나더래요. 당시 여러 사람이 모인 팀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크게 추진하다가도 중간에 정 의원이 ‘그만해’ 그러면 끝인 거예요. 물론 정 의원은 판단력과 조직 통솔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정 의원이 국회의원 26년간 대표 발의한 법안은 15개, 1년에 0.6개의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법안 발의가 많다고 꼭 일을 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 의원의 권위주의 스타일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정 의원에게 따라다니는 또 다른 논란은 ‘말의 어눌함’이다. 지도자급 정치인은 말로써 국민과 소통해야 하므로 이에 필요한 능력을 요구받는다.

‘세네카 인용’에 질려



기자가 2002년 초순 정 의원을 인터뷰하면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정 의원은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경구를 인용해 “공직이든 죽음이든 그것이 찾아올 때 도망하는 것은 어리석고, 그것을 따라다니는 것도 어리석다”고 말했다. 멋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자는 몇 년 뒤 이 생각을 접었다. 정 의원이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때마다 수시로 세네카의 동일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었다. 정 의원은 2000년 11월 2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세네카의 이 경구를 처음 말했는데, 2014년 2월 26일 서울시장 출사표를 낼 때도 이 경구를 인용했다. 포털 검색 결과, 정 의원이 이 구절을 말하는 것을 실어준 기사가 지난 14년여 동안 60건에 달했다. 이 정도면 질릴 지경이다. 이 건으로 A씨와 대화를 이어갔다.

▼ 정 의원은 10년 넘게 똑같은 세네카 구절을 인용하는데.

“내가 그분 주변에 있을 때도 그분이 세네카의 그 구절을 자주 말했어요. 한마디로, 책을 잘 안 읽으시고 교양을 잘 안 쌓으신다는 거죠.”

▼ 정 의원은 재벌 출신 뉴욕시장인 블룸버그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것 같던데요.

“블룸버그와는 지식과 정보의 깊이에서 큰 차이가 날걸요.”

▼ 참모들이 연설이나 인터뷰 때 쓸 은유 표현 같은 것 챙겨주지 않나요?

“상하 간 정신의 자유로운 교감이 있어야 그렇게 되는데….”

▼ 사석에서 자주 대화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정 의원은 평소 말을 정확하게 안 하셨어요. 그래서 한번은 물어봤어요. ‘왜 그렇게 말씀을 하시냐?’라고요. 비유컨데 ‘돈 좀 빌려줄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네, 얼마나요?’ 혹은 ‘죄송해요, 지금 돈이 없어요’라고 말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정 의원은 ‘글쎄요. 태산에 해가 뜨면 돈이… 있을 수 있는 거고’ 이런 식으로 말이 안 되게, 황당하게 말해요. 미국 정치학을 보면 ‘정치인은 한 번에 두 가지 뜻으로 들리게 말한다’고 하는데 정 의원은 정도가 좀 심한 편이고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버릇이 된 것 같았어요. 답답하더라고요.”

‘신동아’는 정 의원에게 반론 보장 차원의 질의서를 보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자서전 대필 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독단적이고 즉흥적 성품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 ▲2002년 대선 투표일 전날 단일화 파기도 이런 성품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 ▲주식 백지신탁 어떻게 할 것인가. ▲기초단체 정당공천 배제를 주장했는데 새누리당의 공천 유지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 ▲뉴타운 허위 공약으로 기소된 바 있는데 당시 오세훈 시장과 어떤 대화 나눴나. ▲정서적 안정감을 대통령의 첫 번째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본인은 정서적 안정감이 있다고 보나. ▲캠프가 경직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권위적인 시장이 되는 것 아닌가. ▲‘시내버스 요금 70원 발언’ 등 평범한 사람의 애환을 모르는 것 아닌가. ▲연설이나 토론에서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동문서답하거나 얼버무리는 편 아닌가. ▲2008년 여기자 성희롱 의혹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질문 내용이 민감해 답변을 못 하겠다”고 밝혀왔다. 정 의원을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만의 장점과 공헌이 있었기에 7선 의원, 집권여당 대표를 지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과 같은 다른 차원의 공직을 맡으려면 본인을 향한 비판에 좀 더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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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rek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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