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Hot Star

“애국가 울리면 가슴 벅찬 한국 사람 평창에선 개인전 메달 따고파”

쇼트트랙 귀화 스타 공상정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애국가 울리면 가슴 벅찬 한국 사람 평창에선 개인전 메달 따고파”

2/3
▼ 마음고생이 심했나요.

“사실 언니들보다 체구가 작아서 처음엔 (다음 주자를) 미는 게 잘 안 맞았어요. 언니들은 다 키가 비슷해서 밀고 받는 게 잘 맞는데 저 혼자 조그마하니까 잘 안 맞는 거예요. 힘은 좋은데 미는 요령을 잘 몰라 매일 밤 상체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어요. 제가 끼면 자꾸 초수가 깎이고 언니들이 더 힘들어 보여 불안하고 미안했어요. 준결승을 앞두고 며칠간은 잠을 못 잤어요.”

▼ 경기할 때는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던데.

“저는 긴장하면 멍 때리면서 생각이 없어져요. 뛸 때도 정신이 없어서 넘어지지 말고 무사히만 타자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결승 때도 마음은 언니들과 함께 트랙을 달리고 몸은 구경하는 처지니까 제가 뛸 때보다 더 긴장되더라고요.”

사춘기 대신 슬럼프 자주 겪어



공상정과 스케이트의 인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됐다. 그는 세 살 위 언니처럼 춘천에서 취미 삼아 스케이트를 배웠다. 스케이트에 입문한 지 1년도 채 안 돼 초등부 전국스케이트대회에서 수상의 기쁨을 맛본 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쇼트트랙으로 갈아탔다.

“예전에는 스피드 스케이팅을 야외에서 했어요. 얇은 트리코(빙상복)만 입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를 견디며 타야 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쇼트트랙은 실내경기인 데다 신기한 게 많았어요. 헬멧과 고글도 멋지고 장갑에 방울 달린 것도, 손 짚는 것도 신기했어요. 연습 마치면 축구하는 언니 오빠들도 무척 사이좋아 보였어요. 스피드스케이팅은 혼자 타기 때문에 외로운 싸움인데 그런 모습에 끌려 쇼트트랙을 하게 됐죠. 공부하기 싫어서 운동을 택한 면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싫어했거든요. 지금은 의대에 다니는 언니가 공부하는 걸 보고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 선수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학교도 서울로 옮겼다. 아버지를 춘천에 두고 어머니, 언니, 남동생과 함께 서울에서 지낸 그는 상경해 처음 맞은 스승 송재근 코치에게서 줄곧 가르침을 받아왔다. 잠실 영파여고에서 춘천 유봉여고로 전학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우스갯소리로 북한도 무서워 못 쳐들어온다는 ‘중2병’을 앓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못 알아듣는다. 일종의 사춘기라고 풀어주자 그제야 답이 돌아온다.

“그런 거 없었어요. 사춘기가 왔는지, 안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성격이 워낙 해맑아서.(웃음)”

어머니 진씨는 “춘천에서는 취미 수준으로 스케이트를 타다 상경 후 기초부터 새로 배웠다. 다른 아이들은 대여섯 살부터 탔는데 상정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시 다지다보니 울면서 연습한 적이 많다”고 귀띔했다.

▼ 슬럼프를 겪었다면서요?

“구력이 짧아서 슬럼프가 잘 와요. 예를 들어 다리를 삐끗했다 치면 예민해져서 거기에 계속 신경을 쓰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훌훌 털어버리는데 저는 우울해지고 타기 싫고 그만두고 싶어져요. 근데 슬럼프에서 못 헤어나다가도 코치 선생님이 다독이고 격려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괜찮아져요. 워낙 오래된 사이라 저를 거의 완벽하게 아시거든요. 슬럼프를 겪을 땐 선수가 된 걸 후회하기도 하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훨씬 많아요. 스케이트를 타며 공부하는 친구들은 모르는 감정을 배우고 메달 따며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 부상으로 고생한 적은 없나요.

“지난해 6월경, 선수촌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정강이 쪽에 피로골절이 왔어요. 초기긴 했지만 무리하면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질 수도 있었어요. 통증이 심해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도 퇴촌하랄까봐 알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남이 볼 때는 안 아픈 척하면서 러닝도 하고 인터벌(Interval Training)도 했어요. 피로골절이 나으니까 양쪽 다리에 아킬레스건염이 생겼어요. 염증 때문에 만날 타이레놀 먹고 탔더니 나중엔 효과가 없더라고요. 너무 아팠지만 티도 못 내겠고 혼자 울면서 탄 적도 많아요. 그 덕분에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참고 타는 법을 배웠어요. 올림픽을 하기 전 3주 정도 쉬면서 아킬레스건염을 고치고 나니까 무릎이 아픈 거예요. 그건 피로골절이나 아킬레스건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놀 때도 운동 걱정

▼ 한창 놀고 싶을 나이인데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요.

“마음 편히 놀아본 적이 없어요. 놀 때도 항상 운동 걱정을 해요. 기회가 되면 부모님과도 연락을 끊고 친구들이랑 며칠간 놀러가고 싶어요. 운동한다고 학교를 열심히 안 다녀서 속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가 많진 않아요. 지금까지 만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이 있는데, 스케이트 시즌이 끝나면 걔들은 시험기간이라 자주 못 봐요.”

2/3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관련기사

목록 닫기

“애국가 울리면 가슴 벅찬 한국 사람 평창에선 개인전 메달 따고파”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