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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신감 북돋는 대학 고통 딛고 ‘알찬 대학’으로

이순자 경주대 총장의 미학(美學) 리더십

  • 이권효 │동아일보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철학박사 boriam@donga.com

학생 자신감 북돋는 대학 고통 딛고 ‘알찬 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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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절반을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자존심 강한 교수들이 이를 그냥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이 총장은 교수들을 무능, 무책임, 태만, 연구 표절 등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평가했다. 이 총장은 이 같은 기준으로 교수들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은 완전히 실종되고 ‘놀자판’이 만연했다고 한다.

“공개수업을 해보니 진도조차 모르는 교수, 10년 동안 논문 한 편 없는 교수, 책 한 권 펴낸 적 없는 교수, 논문 표절한 교수, 일주일에 이틀 수업하고 5일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교수가 수두룩했습니다. 수업과 연구가 이 모양이니 학생 면담 같은 데 무슨 관심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도 연봉은 8000만~9000만 원 받아 챙겼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이 보았을 피해를 생각하면 잠을 잘 수 없었어요.”

행정직원도 80명에서 40명으로 줄였다. 업무 성과를 엄격히 평가하고 연봉에 비해 하는 일이 적은 직원을 중심으로 감원했다. 재정을 고려할 때 교수 인건비는 32%, 직원은 8%를 넘지 않아야 대학 경영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필사적으로 맞추기 위해서였다. 학과도 36개에서 19개로 줄였다. 이 총장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지만 반드시 이겨내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정도로 하지 않고 그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대충 타협하는 선에서 구조조정 흉내를 냈다가는 벌써 폐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6월 총장에 취임해 난파선 같던 대학을 허물고 다시 쌓기 시작한 지 꼭 5년. 교수들의 강의와 연구, 학생 관리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행정직원들의 학사관리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세상살이가 그렇겠지만 ‘스스로 믿고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자기 경쟁력이 없으면 말라 죽는다’는 평범한 교훈을 얻는 데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고 했다.

7+1 해외학기제



캠퍼스도 쾌적하게 바뀌었다. 취임 후 학교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이래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애교심이 생길까’ 하는 속상한 현실을 화장실에서부터 목격했다. 교내 화장실 250개가 하나같이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그는 화장실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하는 것을 시작으로 강의실 벽을 유리로 바꾸고 의자도 고급스럽게 교체했다. 그는 “강의실이나 화장실은 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소중한 생활공간인데도 그동안 방치돼 있어 짜증스럽고 미안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주대 다시 쌓기’라는 힘겨운 전투를 하는 중에도 2011년 도입한 ‘7+1 해외학기제’라는 국제화 프로그램으로 탄탄하게 내실을 다졌다. 학생들이 4년 8학기 가운데 1학기는 의무적으로 외국 자매대학 등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모든 경비는 대학이 지원한다. 외국인 교수 대거 채용과 함께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키우기 위한 핵심 프로그램이다. 스위스의 유명한 요리학교와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00억 원을 들여 전국 최고 수준의 조리교육용 시설도 지었다.

해외학기제는 태국, 필리핀, 영국, 중국, 뉴질랜드, 일본, 캐나다 등 7개국 15대학에서 이뤄진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442명이 해외학기를 이수했거나 이수 중이다. 매년 110여 명이 참여한다. 해당 대학에서 정규 학점을 받는 프로그램이어서 단순한 어학연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총장은 “해외학기제를 위해 외국의 유명 대학을 방문하면 한국의 유명 대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곳도 많았다. 그러나 경주대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진정성에 공감하는 대학이 많아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50여 개 외국 대학을 방문해 해외학기제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아끼고 아낀 대학 재정에 교수들이 월급의 10%를 보탠다. 이 총장도 취임 후 개인 재산을 처분해 지금까지 15억 원가량을 기부했다. 월급은 써본 적이 없어 얼마인지도 모른다.

경주대가 새로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노력하는지는 ‘경주대 대학 비전 및 발전전략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8월 내부용으로 발간한 400여 쪽 보고서는 경주대가 처한 상황, 중장기 발전전략, 학과별 발전계획, 교수와 학생의 경쟁력 강화, 대학 전체 특성화 전략, 창조적 국제화, 투자계획과 재정확보 등 40개 전략과제와 133개 세부 실천과제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경주대의 현재 상황을 ‘개교 이후 최대 위기’로 규정하고 구성원들의 단합된 의지를 특별히 강조했다. 교직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헌신적 노력을 통해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책임을 지는 게 토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관광특성화 경주대’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화 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의 자부심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주요 방향이다. 이 총장은 보고서 앞쪽에 “우리 대학의 좌표를 철저히 점검하고 반성해 경영부실 대학이라는 오명을 신속히 벗어나도록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작지만 알찬 대학’으로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고하게 쌓아 경주대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경주대는 관광특성화 대학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권 분교 설립도 적극 추진한다. 현재 인천시와 부지 확보 등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는 상태다. 경주대의 관광 분야 인재 육성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관광공사와 주요 호텔 등 전국의 관광 사업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다.

학생 자신감 북돋는 대학 고통 딛고 ‘알찬 대학’으로

경주대는 교수 절반이 외국인이어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국제적 역량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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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동아일보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철학박사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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