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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안보연애소설

려명黎明

5장 청천벽력

  • 이원호

려명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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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기철로부터 롤렉스시계를 선물 받고 행복해하던 정순미는 어느 날 밤 부모와 함께 보위부에 끌려간다.
  • 인민군 중장으로 호위총국 소속 사단장인 백부 정일호가 체포된 직후다. 혼자 풀려나온 정순미는 윤기철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눈물을 글썽이는데….
려명黎明

일러스트레이션·박용인

“저건 전성일 선생한테 전해줘.”

윤기철이 알루미늄 가방을 눈으로 가리키고 나서 종이백을 집어 정순미에게 내밀었다.

“이건 내가 정순미 씨한테 주는 선물이야, 받아.”

그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정순미가 방그레 웃었던 것이다. 얼굴이 굳어지거나 빨개진 것도 아니다. 웃었다. 정순미가 종이백을 받으면서 묻기까지 했다.

“뭔데요?”



김이 빠졌다기보다 변화에 적응 못해서 당황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윤기철은 말까지 더듬었다.

“어, 시, 시계.”

종이백에서 시계 상자를 꺼낸 정순미가 뚜껑을 열더니 활짝 웃었다.

“세상에, 롤렉스네.”

나머지 하나도 열어본 정순미가 눈을 크게 뜨고 윤기철을 보았다.

“두 개나.”

“하나는 정순미 씨 어머님한테 드리려고 샀어.”

아무리 북한 상류층이라고 해도 롤렉스를 함부로 차고 다니지는 않겠지. 언젠가 김정일 생전에 군 장성, 당 간부에게 롤렉스를 선물로 줬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정말 이거 받아도 돼요?”

이제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정순미가 물었으므로 윤기철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아, 당연히 받아야지. 드리려고 산 건데.”

“고맙습니다.”

“좋아하는 것 보니까 나도 기뻐.”

“저기.”

정순미가 의자 밑에서 포장지로 싼 얇은 꾸러미를 윤기철에게 건넸다.

“이건 제 선물요.”

“어?”

놀란 윤기철이 꾸러미를 받더니 다시 웃었다.

“이것, 참, 내가 선물 받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포장지를 뜯자 화려한 색깔의 실크 스카프가 드러났다.

“이야.”

윤기철이 감탄하자 정순미가 설명했다.

“평양 백화점에서 구해온 스카프예요. 과장님 어머님 갖다드리세요.”

정순미의 선물도 전성일 측에서 공급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기철이 감동한 표정을 짓고 대답했다.

“그래, 고마워. 어머니도 좋아하실 거야.”

“그런데요.”

시계 상자를 다시 종이백에 넣으면서 정순미가 말했다.

“법인장님께 말씀드려서 오늘 중으로 근로자 충원 요청을 하시지요.”

윤기철의 시선을 받은 정순미가 눈웃음을 쳤다.

“제가 대표 동지한테 이야기해놓을 테니까 요청서만 주시면 바로 총국에 제출하라고 할게요.”

윤기철이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가 되어가고 있다.

“알았어. 오늘 중으로 대표한테 넘기도록 하지.”

자리에서 일어선 윤기철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만일 된다면 내가 과장 진급이 될 거야. 난 과장대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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