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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버스기사들 해방구…사망률 5배 높아

교통사고 급증 서울 중앙버스차로

  • 김슬기라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버스기사들 해방구…사망률 5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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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들 해방구…사망률  5배  높아

서울 도심에서 중앙버스차로가 승용차들로 막히자 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한다.

다음 날인 26일 오전 11시 반경 왕산로의 청량리환승센터도 택시, 자전거, 오토바이가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정주환(69) 씨와 류삼렬(70) 씨가 교통정리를 위해 형광색 조끼를 입고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버스차로에 진입한 다른 차량들을 가로변으로 지도하기 위해 매일 이곳에 나온다. 정씨는 “환승 정류장이 3개나 돼 문제”라고 말했다.

강남대로, 노량진로, 신촌로도 중앙버스차로가 들어선 이후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이들 구간은 각각 4일, 2주, 6개월 만에 교통체계가 조정됐지만 운전자들은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책임 떠넘기기

강남대로 중앙버스차로 중 논현역으로 가는 신사역 중앙버스정류장의 추월차로는 유난히 좁아 소형차나 겨우 지나갈 것 같다. 4월 말 이곳에서 앞 버스를 기다리다 못한 한 버스가 추월차로로 나갔다. 버스는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차선으로 삐져나갔다. 반대편 중앙버스차로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와 이 버스는 정면충돌했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망했다.

서울시 중앙버스차로의 모델인 브라질 쿠리티바 시는 중앙버스차로를 염두에 두고 도시계획을 한 터라 관련 인프라가 충분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원래 있던 도로에 중앙버스차로를 구겨 넣은 형국이어서 중앙버스차로를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



미국 대중교통협회가 제시하는 버스중앙차로의 폭은 3.7m다. 여기에 길 어깨 1.2m, 일반차로와 중앙버스차로를 분리하는 연석 0.6m도 포함한다. 서울시 중앙버스차로는 폭이 3.0~3.5m로 이보다 좁고 길 어깨나 연석 분리대도 없다.

서울시 중앙버스차로의 차선은 한 줄로 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청색 차선 두 줄로 돼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운영과 중앙차로팀 김효빈 주무관은 “규정상 복선(複線)으로 처리돼야 하지만 정류소 폭이나 간선도로 폭이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 흐름이 원활하도록 도와주는 추월차로, 일반차로와 중앙버스차로를 분리해줄 여유 공간, 중앙선 분리 공간이 확보됐을 리 만무하다. 이런 열악한 도로 환경은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서울시는 2016년까지 중앙버스차로를 연장 139km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안전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지 의문이다.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더 많은 피해와 불편이 생길 수 있다.

서울시에 이 점을 문의하자 중앙차로팀은 교통사망사고대응 T/F팀으로, 이 팀은 중앙차로팀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용재 중앙차로팀 팀장은 “사고가 나면 경찰이나 도로교통공단이 합동점검을 한 다음에 개선책이 나오는 것이고, 또 그렇더라도 막상 못할 수도 있다. 설계를 하고 용역을 맡기는 과정이 있어서 대책이 금방 마련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대중교통의 4대 목표 가운데 첫째가 안전성이고 셋째가 효율성이다. 중앙버스차로는 대중교통의 효율성만 우선한 나머지 안전을 등한시하는 것으로보인다. 교통평론가 김동욱 씨는 “안전을 무시하는 태도가 세월호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남대로 중앙버스차로

‘무단횡단 천국’ 오명


서울시내 중앙버스전용차로의 간판 격인 강남대로를 찾았다.

6월 9일 월요일 오전 8시 강남역 중앙버스차로 정류장과 연결된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신호대기 중인 버스들 사이사이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번의 신호에 출근길 행인 30~40명이 도로를 가로질러 일제히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주요 도시 간선도로 중 이렇게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무단횡단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곳 정류장은 10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80여 m 길이로 길쭉하게 위치해 있다. 이 한쪽 끝에만 횡단보도가 있다보니 횡단보도와 먼 쪽에서 하차한 시민들은 횡단보도까지 가지 않고 하차한 자리에서 무단횡단을 한다. 무단횡단을 방지하기 위해 가로변 보도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울타리가 없는 곳으로 건너다보니 무단횡단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회사원 정모 씨는 “횡단보도에서 건너려면 많이 걸어야 해 무단횡단을 하게 된다”며 “다들 그렇게 건너니까 별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강남대로 중앙버스차로는 사고 위험이 큰 요주의 구간으로 통한다. 20여 년째 택시운전을 하는 신흥식 씨는 “강남대로는 10차로인 넓은 도로이므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기 전엔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지 않았다. 설치되고 나서는 너도나도 무단횡단을 한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신논현역 중앙버스차로 정류장. 이곳에선 분리 설치된 상행선 정류장과 하행선 정류장 사이 50여 m를 가로지르는 무단횡단이 다반사였다. 한 시민은 “바쁜 아침 시간에 반대편에 버스가 도착해 있는 것을 보면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단횡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려 반대쪽 정류장의 다른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 인도로 50여 m를 걸어간 뒤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쪽 정류장으로 가야 한다. 많은 시민이 그렇게 교통법규대로 가는 대신 무단횡단으로 반대쪽 정류장으로 가는 것이다.

30분에 12대 ‘불법 유턴’

신논현역 교보타워사거리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하는 불법 유턴이 심각한 문제였다. 이곳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유턴을 금지하고 있지만 버스가 지나가지 않는 틈을 타 택시 한 대가 불법 유턴을 했다. 연이어 승용차 두 대가 불법 유턴을 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차량이 이곳에서 불법 유턴을 하는지 지켜봤다. 이날 오전 9시부터 9시 30분까지, 오후 9시부터 9시 30분까지 각각 30분 동안 관찰했다. 강남역 방향 신호대기 차량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30분 동안 승용차 2대와 오토바이 2대가 불법 유턴을 했다. 오후 9시부터 30분 동안엔 승용차 12대가 불법 유턴을 했다. 불법 유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이 구간을 지나는 버스를 운행하는 이관훈 씨는 “중앙버스차로엔 버스 이외의 차량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 강남대로 중앙버스차로에선 승용차의 불법 유턴으로 사고가 잦다”고 말했다.

강남대로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버스차로는 청색 복선으로 차선을 구분해야 한다. 이는 중앙버스차로 설치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강남대로의 경우 차선은 청색 단선으로 구분돼 있었다.

박진우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과목 수강생들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 아래 취재해 작성한 것임.

신동아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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