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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2000년을 내려온 동아시아의 聖典

천하를 도모하고 다스리는 지침서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2000년을 내려온 동아시아의 聖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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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

공자는 군자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세 가지를 든다. “젊어서는 여색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장성해서는 다툼이 나지 않도록 경계하고, 늙어서는 재물에 대한 탐욕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공자는 ‘정치란 바르게 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윗사람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은 행하고, 그 몸가짐이 부정하면 호령하여도 백성은 따르지 않는다.” “법령으로 지도하고 형벌로써 질서를 유지하면, 백성은 법망을 뚫고 형을 피함을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 도덕으로 지도하고 예법으로 질서를 유지하면, 백성은 부정을 수치로 알고 정의를 찾게 된다.”

공자는 중용을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항상 중용을 유지할 것을 역설했다. 공자는 ‘중용의 덕’을 최고의 덕이라고 가르친다. 논어는 인간의 참 본성이 정직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의 삶은 정직해야 하니, 정직 없이 사는 것은 요행히 화를 면한 것일 뿐이다.” “정직함으로 원망을 갚고 덕으로 덕을 갚아야 한다.” 정직은 올바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거는 일을 말한다. “임금을 속이지 않으며, 임금의 안색을 거스를지라도 바른말을 해야 한다.” 논어가 강조한 것은 한마디로 안으로 성인이 되는 것과 밖으로 왕도(王道)를 실천하는 일이다.

논어에는 세상 사는 이치나 정치, 문화, 교육 등에 관한 제자들과의 문답, 제자들끼리 나눈 이야기, 공자의 혼잣말, 당대 정치가나 평범한 마을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공자의 풍모와 성격이 곳곳에 배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자와 제자들이 이야기하던 분위기와 말투까지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하다.



유교문화권에서 논어의 지위는 서양의 성경이나 다름없었다. 2000여 년간 논어는 아무나 함부로 해석할 수 없었다. 성경을 마음대로 해석하면 이단 취급을 받는 것과 흡사하다. 심지어 송나라 주희(朱熹)의 논어 주석본은 원나라 이후 과거 시험의 모범적 교재로 채택돼 다른 학파의 책들과 차별되는 지위에 올랐다. 조선시대에는 논어보다 한참 아래인 주자의 말도 함부로 해석할 수 없었다. 조선 후기 윤휴는 주희 말을 자기 스타일대로 해석하다가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려 사형당했다. 이러다 보니 논어는 체제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나 기득권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철학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논어의 자구 하나로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논어는 다른 고전과는 달리 읽는 이에 따라 같은 문장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논어 자체가 갖는 함축성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주석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주석서로는 하안(何晏)의 ‘논어집해’와 주희의 ‘논어집주’가 가장 큰 영향력을 지녔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산 정약용이 논어집해부터 일본 학자의 설까지 참고해 ‘논어고금주’라는 새로운 주석서를 편찬했다.

계몽사상의 보이지 않는 어머니

동양 문화 속에서 논어는 그저 한 권의 책이 아니다. 중국과 동아시아 문명에서 공자와 논어가 차지하는 위상은 서양 문명에서 예수와 ‘성경’, 플라톤의 ‘대화록’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서양 철학사는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말을 빌려 ‘동아시아 사상사는 논어 다시 읽기의 역사’라는 표현도 나왔다.

논어는 중국의 혼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기원전 136년 한나라 무제가 유학을 국정의 지침으로 삼은 이후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망할 때까지 공자와 논어는 지고의 가치로 숭배됐다. 일본에서는 ‘논어를 읽은 자가 논어를 모른다’는 속담까지 생겨났을 만큼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서양의 인권혁명을 태동시킨 계몽주의 사상의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논어였다는 견해도 있다.

공자와 논어는 신해혁명 이후 우위(吳虞)와 루쉰(魯迅) 등의 지식인에 의해 중국의 봉건적 누습의 근원이라고 공격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풍조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이후 이른바 ‘비림비공(批林批孔·린뱌오와 공자 비판)’ 운동 때 절정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외환위기 직후 한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적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 논어가 수백만 권이 팔리는 등 선풍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체제 안정과 질서 유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공자 떠받들기를 하는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논어는 한국에서도 최고 경영자와 학생에 이르기까지 필독서의 하나로 꼽힌다. 서양에서 중국 붐과 함께 논어가 부각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까지 출간된 3000여 종의 관련 저서와 국내외 160여 종의 번역서가 논어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한다.

신동아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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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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