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해외 직구가 대세?
요즘 온라인 쇼핑의 대세는 해외 직구(直購)다. 미국의 연말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제 미국인만의 이벤트가 아니다. 한국인도 온라인을 통해 미국 제품을 싸게 구입한다는 뉴스가 흘러넘친다. 주식투자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한국인의 해외주식 직접투자 금액은 2011년 30억6000만 달러에서 2014년 57억7000만 달러(10월 21일까지 집계분)로 늘어났다.
특히 2014년 하반기부터 중국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에서 후강퉁(港通)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후강퉁의 골자는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상호 직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중국 본토 증시는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폐쇄 시장이지만 홍콩 시장은 개방돼 있다. 즉 후강퉁덕분에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증권투자계좌를 개설하지 않더라도 홍콩의 거래 증권사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우리 안방에서 홍콩의 주식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제는 중국 본토 주식을 ‘직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후강퉁 도입 이후 중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저기 앞다퉈 중국의 유망 투자종목을 안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주식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에는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 주식시장은 ‘주식회사’라는 법적 실체를 가진 기업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장이다. 주식시장이 대중화한 것은 17세기 초 동인도회사 설립 때부터였다. 영국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동양과 무역하는 동인도회사에 주주로 참여했다. 동인도회사에 투자했다고 직접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은 아니다. 주주는 투자자일 따름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주식회사의 일반적 형태다. 삼성전자 주식을 몇 주 가졌다고 해서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7세기 동인도회사의 주주들은 실제 항해를 하는 선원들이 자신들의 부를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동양에서 가져온 향신료 등을 선원들이 몰래 빼돌린다면 이는 주주의 부를 파괴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신흥국 투자는 신중해야
요즘의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기업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묵계가 있어야 주식회사라는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공시(disclosure)제도가 있다. 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을 외부에 알리도록 의무화한 공시는 경영자를 감시하는 제도나 다름없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와 향후 투자를 고려하는 잠재적 투자자에게 기업의 활동을 보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공시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즉 주식시장은 사회적 신뢰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꽃을 피울 수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주식시장에는 대규모 분식회계와 각종 불공정 행위가 판을 쳤다. 이런 불투명성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귀결되기도 했다.
지금 중국 금융시장이 우리의 1990~ 2000년 초반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중국도 비슷한 리스크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신흥국 주식은 일시적으로 사고파는 트레이딩의 대상이지, 투자해서 장기간 보유하는 바이앤드홀드(buy&hold) 대상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그런데 주식을 사고파는 타이밍은 신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 정도는 주식 매수 후 보유를 통해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신뢰’라는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은 신흥국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중국 주식과 같은 신흥국 투자는 직접투자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간접투자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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