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르단의 세계적인 문화유산 테트라
국민 1인당 총기 3정
프랑스의 건축가 시몬 클레르(34) 씨는 두 달 전 중동의 예멘을 여행했다. 그는 예멘의 7000년이 넘은 건축물을 보기 위해 이번 여행을 준비했다. 진흙집으로 만들어진 ‘올드 사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유명한 곳이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와보고 싶어 한다. 시몬 씨는 2013년 예멘 사나에서 열린 여름 축제에서 베두인족 남자들이 전사의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꿈을 키웠다. 2주간 열린 이 축제는 예멘 정부가 국내관광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관광객에게 예멘 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진행한 행사였다.
시몬 씨는 예멘 정부가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가끔 뉴스에서 테러 소식이 전해졌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시작해 지방 곳곳을 다니며 고건축물을 사진에 담고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던 그는 예멘 도착 첫날부터 이번 여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외국인이 예멘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고, 예멘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예멘은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혁명 이후 벤 알리 대통령이 권좌에서 밀려난 뒤 사회적 혼란이 심각하다. 이 틈을 타 알카에다와 연계한 무장조직인 ‘북아프리카 알카에다 지부’(AQAP)가 활발히 움직인다. 미국은 무인기를 동원해 이들에게 폭격을 가한다. 예멘은 현재 국민 1인당 3정의 총기를 휴대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다. 시몬 씨는 “멋지게 보였던 예멘의 시장이나 거리 풍경이 이제는 무섭다. 언제 어디서 나를 납치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예멘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한 달을 예상하고 왔지만 10일 만에 여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예멘의 수도 사나는 천일야화의 배경이 된 도시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아들이 건설했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모카 커피도 예멘의 모카 항에서 유래됐고 가는 곳마다 유적지라 할 만큼 고대 건축물이 웅장하다. 시밤, 타림, 아이낫 같은 유명한 여행지도 과거 외국 관광객이 열광하던 곳이다.
고대 하드라마우트 왕국의 수도였던 시밤은 진흙으로만 쌓아올린 고층 빌딩이 사막 한가운데 서 있어 ‘사막의 맨해튼’으로 불린다. 3세기쯤 축조된 8~9층 높이의 진흙 빌딩 500여 채가 밀집된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시밤은 한국인에게는 아픔의 장소다. 2009년 시밤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과 현지 가이드 2명이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행사 가이드의 인솔하에 시밤의 전망대에서 일몰을 감상하던 중 10대 후반과 40대 후반의 현지인 남성 2명이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렸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사건 직후 예멘에선 이 자살폭탄 테러가 한국인을 노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관광객을 노린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사건으로 결론 났다.
무장세력이 관광객을 노리는 것은 접근하기 쉬운 타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현지 주민이 말을 걸거나 가까이 다가와도 경계를 하지 않아 접근이 용이하다. 관광객을 노린 테러가 성공하면 해당 나라 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고를 당하면 국제적인 뉴스가 되고 이는 정부의 이미지와 안전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군인 수십 명을 죽이는 것보다 외국인 관광객 1명 사망하는 것이 파급 효과가 더 크다.
예멘도 과거에는 관광 수입이 국가 재정의 주 수입원이었다. 아랍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예멘은 1인당 국민소득이 930달러에 그쳤다. 전 세계 174개국 중 166위에 해당한다. 인구 절반이 빈곤층이며 100만 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 부족에 시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