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의 게임 하도급 제작을 하던 로비오는 52번째로 만든 게임 ‘앵그리버드’를 통해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 제작사가 됐다. 미국 회사 넷플릭스는 2700만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 내역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웹툰 ‘미생’도 작가가 취재에만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좋은 콘텐츠는 철저한 준비와 그만큼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근 국내 드라마, 예능 분야에서도 일부 제작자가 기간, 환경, 인력에 과감히 투자해 좋은 작품을 만든다. 쪽대본, 졸속 캐스팅, 창의성 없는 모방으로는 절대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드라마 ‘미생’ 촬영 장소인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는 요즘 ‘장그래 빌딩’으로 불리며 새삼 시선을 끈다.
단일 콘텐츠 제작 역량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도 결코 수준이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역량만으로 멀티플랫포밍, 파생상품, 글로벌 진출 모두를 다루기엔 벅차다.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전문 기획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2014년 11월 기준 전 세계 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사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를 원작으로 한 영화 4편(‘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이 10위 안에 들었다. 이 영화 4편이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들인 영화 수입만 29억3920만 달러(3조3000억 원)에 달한다. 아이들이나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겼던 만화책의 슈퍼 히어로는 이제 연 3조 원의 수입을 창출하는 ‘황금알 낳는 거위(golden goose)’가 됐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콘텐츠의 힘이다. ‘미생’을 포함한 국내 콘텐츠도 전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콘텐츠가 돼 이들 기업과 맞먹는 가치를 갖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