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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몰려드는 ‘꿀알바’ 검은손 유혹에 눈물도

‘살아 있는 마네킹’ 피팅모델의 세계

  • 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얼짱 몰려드는 ‘꿀알바’ 검은손 유혹에 눈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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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을 돋보이게 하려고 영하의 날씨에 겉옷만 입은 채 촬영해야 할 땐 정말 참기 힘들지만 솔직히 이 일이 다른 직업에 비해 힘들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업체들이 페이를 말도 안 되게 깎는 경우엔 정말 짜증난다. 처음부터 금액을 깎자고 하면 아예 일을 안 하면 되는데 촬영이 끝난 뒤 약속한 금액보다 적게 줄 때가 있다. 어떤 업체는 원래 금액의 3분의 1만 주기에 일 시작 전에 문자메시지로 주고받은 내용을 증거자료로 제시해 다 받아낸 적도 있다.”

10년차 경력인 변서은(24) 씨의 말이다.

구직을 위해 자신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리고 쇼핑몰을 통해 사진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노출되다보니 때로 황당한 일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연지(가명·21) 씨는 “출사 나가는데 모델 좀 해달라는 사진동호회 연락을 받고 나간 적이 있다. 분명히 노출이 없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점점 심하게 노출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따랐다. 인터넷 프로필 사진 보고 악성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고, 음란 카페에 자기들 마음대로 내 사진을 올려놓고 같이 일한다며 소문을 낸 적도 있다. 그런 일 때문에 경찰에 신고한 모델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피팅모델 최지윤(가명·23) 씨도 “피팅모델을 구한다고 해서 회사로 찾아갔더니 문패도 없었다. 알고 보니 키스방이었다. 피팅모델 미팅을 하자고 해서 나갔더니 ‘너무 예쁜데 만나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는 중년 남자도 있었다. 새벽에 전화해 스타킹 신은 사진과 발 사진을 보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쇼핑몰 업체를 빙자했지만 거짓이었다”고 푸념했다.

사기에 성폭행까지



실제로 2013년 3월 쇼핑몰 사이트를 운영하던 김모(54) 씨는 피팅모델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4명의 20대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 및 성추행을 저질렀고 고용된 여성 모델들에게 약속한 출연료 수백만 원도 주지 않아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피팅모델들은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낮엔 쇼핑몰 모델이고 저녁엔 룸살롱 나가냐?’ ‘너 아가씨지, 성매매하냐?’라는 댓글을 단 남자도 있었다. 일 핑계로 밤늦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오거나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척하면서 ‘밥 먹자’‘차 마시자’며 집적대는 사람들도 있다. 일이 별로 없어 힘들어하는 친구들 중엔 거기에 응하는 경우도 있다. 유혹에 조심해야 한다.”

또 다른 피팅모델 이혜미(가명·24)씨의 토로다.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도 매몰차게 거절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터넷 중개 사이트나 모델 카페처럼 구인·구직을 연결하는 사이트의 경우 대부분 ‘불량회원’ ‘불량업체’를 신고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어서다. 혹여 상대방의 불만을 사서 리스트에 오르면 일이 끊길 염려가 있어 섣불리 대응하기 힘든 것이다.

쇼핑몰 업체들이 피팅모델을 쓰는 이유는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제품 판매에 도움이 안 되는 모델은 언제든 교체될 수밖에 없다. 매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피팅모델의 힘든 점 중 하나다. 특히 전속모델의 경우 일이 지속적이고 수입이 높아 안정적이지만 단발성 모델에 비해 매출에 대한 압박이 훨씬 크다.

한소망 씨는 첫 촬영과 함께 한 쇼핑몰 업체와 1년 전속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 타 업체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자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한씨는 “전속계약을 맺으면 계약기간에는 타 업체와 일을 못 하지만 따로 계약금이 있는 건 아니다. 위약금 부담도 없어 회사와 얘기가 잘되면 계약기간 중에도 얼마든지 업체를 옮길 수 있다. 매출이 생각보다 잘 안 나와 엄청 스트레스를 받을 때 페이를 두 배로 올려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회사를 옮겼다”고 했다. 현재 한씨는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피팅모델 에이전시 전속모델 면접을 앞둔 김은지 씨는 “일이 부담은 되지만 일단 에이전시에 소속되면 피팅모델뿐 아니라 쇼핑몰 광고도 들어오고 한 달에 1500만 원은 벌 수 있다고 들었다. 내일 면접 보는데 꼭 붙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업 전망은 밝아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인터넷 쇼핑몰이 앞다퉈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면서 피팅모델의 직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우리나라 피팅모델의 표정과 포즈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중국 현지 업체들이 국내 피팅모델들을 현지로 초청해 촬영하거나 직접 국내로 들어와 사진 스튜디오를 빌려 촬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시급은 8만~9만 원대로 높다. 김기태 실장은 “기본적인 외모와 몸매를 갖추고 열심히 하면 월 300만 원은 번다. 20대 초·중반에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그만큼 돈 벌긴 쉽지 않다”면서도 “수입이 괜찮은 반면 누가 봐도 피팅모델로 ‘최고’라고 할 만한 객관적 기준이 없고 전문화가 안 돼 직업으로서 불안정한 면도 있다. 10명 중 6명은 수입이 들쑥날쑥해 힘들어 한다”고 덧붙였다.

피팅모델 일은 한창 예쁘고 젊을 때 몇 년 잠깐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앞날을 염두에 두고 되도록 다른 일과 연계하는 게 좋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충고한다. 그래선지 피팅모델 중엔 미래를 내다보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가 많다.

민송이 씨는 2014년 1월 ‘더위시’라는 브랜드로 자신의 쇼핑몰(블로그)을 열었다. 10대 때부터 피팅모델을 한 변서은 씨는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피팅모델 경험이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됐다”는 변씨는 “훌륭한 패션디자이너가 되려면 철학과 건축을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피팅모델로 좀 더 경험을 쌓겠다”는 한소망 씨의 최종 꿈은 의류회사 최고경영자(CEO)다. 반면 연예계로 영역 확장을 노리는 민씨는 “그동안 바쁜 피팅모델 스케줄로 인해 중단했던 연기 공부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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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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