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수능 오류 손해배상소송 이끄는 변호사 김현철

  • 글·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4-12-24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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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오류 손해배상소송 이끄는 변호사 김현철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 발표 직후부터 해당 문항에 대한 출제 오류 지적이 빗발쳐 시정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객관적 진실에 반한 정답 결정을 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출제 오류 자체보다 더 큰 문제다. 한 문항으로 수험생의 인생이 좌우될 수도 있는 만큼, 출제에 보다 신중해야 하지 않겠나.”

    2014학년도 대입 수능 세계지리 과목 8번 문항 출제 오류와 관련, 피해 학생들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 김현철(47) 변호사(김현철·오권석 법률사무소, 부산 소재)는 “세계지리 같은 비인기 과목의 경우 전문가 수준의 출제위원 확보가 어려운 게 출제 오류의 한 원인일 것”이라며 “관련 학회가 교육부 눈치를 봐서 학생 측에 유리한 증언을 꺼리고 교육부 편에 서서 사실 조회 회신을 하는 걸 보고 씁쓸했다”고 밝혔다.

    12월 2일 현재 소송 의사를 밝힌 학생은 350여 명. 하지만 대학별 추가합격자가 발표된 이후엔 소송인원이 훨씬 늘 것으로 예상된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 앞서 세계지리 출제 오류와 관련해 평가원을 상대로 한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도 대리했다. 이는 친구인 임윤태 변호사(임윤태법률사무소)의 부탁 때문. 경찰대(법학과)를 수석졸업하고 행정고시(42회)와 사법시험(연수원 31기)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부산고법 판사로 있다 2014년 2월 개업했다. 그는 1심에서 패소한 임 변호사가 ‘학생들에겐 인생이 달린 문제이니 항소심에서 좀 도와달라’고 청하자 공익소송으로 여기고 함께 무료변론을 맡아 승소를 이끌었다. 임 변호사는 출제 오류를 처음 지적한 박대훈 전 EBS 강사와의 인연으로 이 소송을 맡았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이 오래 걸린 까닭은.



    “1심에선 대입 전형 시작 전에 결론을 내리려는 부담감에 극히 이례적으로 소 제기 12일 만에 판결 선고를 해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입시 절차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명백히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진실로 인정해 판결하는 오류를 범했다. 행정소송은 통상 6개월 이상 소요된다. 항소심에선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충실히 심리하다보니 약 9개월이 걸렸다.”

    ▼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승소 가능성은.

    “해당 문항은 2012년 유럽연합(EU)과 북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총생산액을 물은 것인데, 통계자료에 의해 객관적으로 정답이 입증됨에도 최신 통계를 반영하지 못한 교과서에 집착해 정답을 결정했다. 또한 수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출제 오류를 받아들이기 싫은 평가원은 복수 정답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학설 등에 의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항이 아니라 통계에 의해 정답이 분명히 결정되는 문항으로 오류가 명백해 승소 가능성이 아주 높다.”

    ▼ 이번 사안과 관련한 교육부 발표 내용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교육부는 해당 문항을 틀리는 바람에 지원한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재산정된 성적을 적용해 합격 수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은 추가합격시키겠다는 구제책만 내놨다. 하지만 해당 문항을 틀린 1만8000여 명 중 이렇게 구제되는 학생은 소수다. 당초의 정답 결정으로 인해 3점이 낮아져 하향 지원했거나, 언어·수리·외국어·탐구 조합에 있어 탐구영역 반영 비율이 낮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 지원한 학생이 피해자의 대다수인데, 그들에 대한 구제책은 전혀 없다.”

    ▼ 청구할 손해배상액은.

    “기본적인 위자료로 1인당 1000만 원 이상을 생각한다. 이에 더해 추가합격자의 경우라도 재산적 손해, 즉 1년간 다른 대학을 다닌 비용, 재수학원 비용 등을 추가로 청구할 계획이다. 잃어버린 1년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얼마나 될지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위자료 액수는 더 늘 수도 있다. 위자료는 해당 문항을 틀린 학생에게 기본적으로 인정되므로 재산적 손해의 입증에 많은 신경을 쓴다.”

    ▼ 등급 하락에 따른 하향 지원 여부, 재산적 손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배치표에 따라 지원하는 입시 현실에서 점수(등급)가 하락한 학생은 그에 따라 하향 지원을 했다고 볼 수 있고, 재산적 손해도 어렵지 않게 입증할 수 있다. 재산적 손해의 개연성은 있는데 구체적 입증이 어려운 경우엔 위자료 증액 사유가 되므로 위자료에 추가해 청구할 생각이다.”

    ▼ 향후 소송 일정은.

    “12월 말쯤 50~300명의 학생이 1차로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1차 소송 결과를 보고 나머지 학생들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8개월~1년이 걸릴 것이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생명과학Ⅱ와 영어에서 두 문항이 복수 정답으로 인정되는 출제 오류로 혼란을 거듭하는 입시 현실. 유사 이래 최초라는 이번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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