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찬란한 봄날

  • 김유섭

    입력2015-03-19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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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봄날
    나무들이 물고기처럼 숨을 쉬었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색색의 아이들이 교문을 나섰다

    병아리 몸짓의 인사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문구점

    간판이 물풀처럼 흔들렸다

    자동차가 길게 줄을 서서

    수만 년 전 비단잉어의 이동로를 따라

    느릿느릿 흘러갔다

    물거품으로 떠다니는 꽃향기 속

    수심을 유지하는 부레 하나

    박제된 듯 정지해 있었다

    위이잉, 닫혔던 귀가 열렸다

    아이를 기다리던 엄마가 환해지며

    비늘 없는 작은 손을 잡았다

    꽃무늬 빗물이 찬란한

    누구나 헤엄쳐 다니는 봄날이었다

    *김유섭 시집 ‘찬란한 봄날’(푸른사상, 2015) 중에서

    김유섭

    ● 1960년 경남 남해 출생
    ● 2011년 ‘서정시학’ 신인상 등단
    ● 시흥문학상(2013),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4), 김만중문학상(2014)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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