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동북 3성의 북한 노동자들

  • 김승재 YTN 기자 | sjkim@ytn.co.kr

    입력2015-03-20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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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중국 내 불법취업자 철수 명령…단둥 비상
    • 노동자 식당 운영권 놓고 북-중 갈등
    • 샤프란 등 한국산 제품 인기…사용금지령
    • 기숙사 방 한쪽 비우고 ‘절대 3인’ 초상화 비치
    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2014년 여름 중국 투먼의 북한 근로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이동한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일제히 양산을 썼다.

    올해 2월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불법취업자에게 전원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제부터 남의 나라에서 불법으로 거주하며 취업하는 것은 안 된다. 왜 남의 나라에서 불법으로 거류하고 있나?”라고 성토한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북한 인력송출업체가 맡아오던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 내 인력관리 대표부를 당국에서 맡기로 했다. 북한 인력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은 이런 소식을 알리며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단둥은 중국에서 북-중 교역이 가장 활발하면서 불법 취업 북한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단둥의 북한 근로자 대부분은 해외연수 비자 또는 친인척 방문 비자로 들어와 불법으로 취업했다. 불법취업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취업 비자는 1년 기간인데 비해 해외연수 비자나 친인척 방문 비자는 1년 미만의 단기 비자여서 비자 갱신을 위해 주기적으로 북한을 다녀와야 한다. 합법적인 취업이 아니다보니 북한 당국에 갖다 바치는 일종의 ‘근로 세금’도 없지만 급여도 낮다.

    2012년 상반기 해외연수 비자로 단둥에 들어온 북한 인력은 대체로 3년간 월 900위안(한화 약 16만 원)을 받고 일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투먼(圖們)과 훈춘(琿春) 등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북한 근로자가 3년간 월 1300위안(약 23만 원)~1400위안에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인건비가 낮은 편이다. 이처럼 급여가 낮은 이유는 불법취업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단둥 공안 당국에 로비를 해야 해서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단둥에서 북한 인력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전했다.

    ‘자본주의 물’ 빼는 정신교육

    북한 당국은 불법 취업을 금지한다면서 대표적인 불법 취업의 사례로 단둥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를 특정해 지목했다. 북한 근로자 460여 명을 고용한 이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해결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이 훈춘에 ‘합법적으로’ 인력을 보내는 것이다. 훈춘에서 북한 인력 5000명 고용을 목표로 대규모 의류공장 건설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단둥에서 철수할 불법 북한 근로자 상당수는 이 공장으로 가기를 희망한다.



    북한은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1회 근무에 최장 3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1년에 한 차례씩 비자를 연장해 최장 3년까지만 중국에서 일할 수 있고 이후에는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 3년을 기준으로 정한 이유는 뭘까. 북한 인력을 고용한 한 인사의 분석이 흥미롭다. 요약해 전하면 다음과 같다.

    해외에 처음 나온 북한 근로자들은 첫 1년은 한국 사람과 제품에 대해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갖는다. 2년이 되면 한국 사람이나 제품이 북한에서 교육받은 것처럼 나쁘지 않고 우수하다는 것에 감탄한다. 3년째가 되면 한국 제품을 최고로 여긴다. 이렇듯 3년가량 중국에 체류하면 해외 문화에 물들기에 북한으로 불러들여 ‘자본주의 물’을 싹 빼내는 정신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다시 해외 근로를 내보낼 때도 재교육을 철저하게 한다.

    그동안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관리는 북한 인력송출업체가 맡아왔다. 능라도 대성 등의 인력 송출업체에서 나온 이들이 중국 정부나 업체를 상대로 북한 인력 파견과 관련한 실무를 진행해온 것. 이들은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시에 대표부를 마련해 일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기능을 능라도 대성 같은 업체가 아닌 북한 당국이 직접 맡기로 한 것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당국 주도로 중국 파견 근로자를 손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중 간 인력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화 확보 차원에서 그동안 눈감아주던 불법 취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역에서 제조업 분야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측에 인력 송출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중국 처지에서 북한 인력은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다. 시키는 일을 묵묵하고 성실하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손재주 또한 우수하고 이직 우려도 낮다. 툭하면 힘들다며 이직을 일삼는 제조업 분야 중국인 노동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 당국 처지에서는 불법 취업을 합법 취업으로 양성화하면 ‘근로 세금’에 따른 당국의 수입도 크게 늘어난다. 이를 잘 알게 된 북한이 해외 파견 근로자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투먼의 북한 인력 전용 기숙사 겸 식당.

    급여 중 57% 뜯겨

    올해 초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북한 인력의 급여 구조에 대해 필자는 최신 정보를 입수했다. 초창기에 비해 개인 몫이 더 증가하는 등 변화가 생겼다. 이들의 평균 월급은 월 1400위안 정도다. 월요일~토요일 아침 7시 반부터 밤 9시까지 일하는 조건이다. 월급 가운데 65달러, 즉 400위안 정도는 북한 당국으로 보내진다. 또 인력관리회사인 능라도가 400위안을 가져가고, 나머지 600위안 정도가 개인 몫이다. 개인 몫 600위안 가운데 보통 적게는 50위안에서 많게는 200위안을 한 달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고국으로 송금한다.

    능라도 소속 관리자들은 중국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고 승용차도 지급받는 등 꽤 유복하게 생활한다. 이들은 월 평균 두세 차례 평양을 다녀오는데, 왕복 여비와 상부에 바칠 갖가지 선물값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정상적 비용 처리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에 능라도 관리자들의 착복이 만연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능라도와 중국 회사 간 북한 인력 관련 계약서는 한 종류가 아닌 여러 종류다. 한번은 베이징에 있는 합영투자위원회 측 인사들이 능라도 관리자들의 임금 착복 실태를 확인하려고 훈춘에 있는 능라도 사무실을 급습했는데, 꼭꼭 잠가둔 금고 문을 여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집단 식중독에 걸린 북한 근로자들이 입원한 투먼의 병원.

    투먼과 훈춘의 북한 인력 고용 회사는 통상 3개월치의 북한 근로자 월급을 중국 은행에 예치해둔다. 300명을 고용한 회사라면 1인당 1400위안 기준으로 3개월치 120만여 위안(약 2억1600여만 원)이다. 통상 100만 위안 넘는 돈을 항상 은행에 예치해뒀다고 보면 된다. 평양에서 급전이 필요할 경우 중국 은행에 예치해둔 목돈을 우선 송금한다. 예를 들어 120만 위안의 목돈이 은행에 있다면 이 돈을 전부 평양으로 송금하는 일이 1년에 두세 차례 발생한다.

    북한 근로자들도 모두 중국 은행 통장이 하나씩 있다. 월급이 나오면 개별 근로자 통장에 얼마를 남기고 고향으로 얼마를 부칠 것인지를 매월 결정한다. 대부분 고향으로 송금하지만 때로는 자기 몫 월급을 전액 자신의 통장에 남겨주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경우는 반드시 사유서를 써야 한다. 이처럼 본인의 생활비로 다 남기는 것은 보통 여성 근로자들이 금붙이 장신구 등을 살 경우다. 북한에서는 금 장신구의 디자인이 엉망이기 때문에 북한 여성 근로자들은 중국에서 금으로 된 반지나 목걸이, 팔찌 등을 보면 사족을 못 쓰고 구입한다고 한다.

    “한국 제품 사용 말라”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은 해외에 진출한 북한 인력의 정신교육 강화에 나섰다. 근로자들에게 기숙사 방의 한쪽 면을 완전히 비우고 김씨 왕조의 절대권력 3인, 즉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를 걸어두라고 지시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1월 중국에 있는 북한 인력 공장들에 이러한 지시를 일제히 내렸다. 초상화는 김일성, 김정일 사진이 각각 한 장, 김정일과 김정은이 함께 있는 사진 한 장 등 모두 석 장이다.

    북한 인력의 기숙사 방은 보통 6인실 또는 8인실로 꾸며져 있고 창문을 제외한 나머지 벽면에는 침대 또는 가재도구가 놓여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 당국의 지시로 기숙사에서 방 재배치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8인실의 경우에는 한쪽 면을 비우고 초상화를 배치하기 위해 6인실로 침대를 줄여야 했다. 이로 인해 기숙사 방을 더 확충해야 했다. 공장 사무실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숙사 방의 초상화보다 가로, 세로가 각각 3㎝ 정도 큰 규격으로 세 종류의 초상화를 사무실 벽에 비치하도록 지시했다. 해외에서 일하며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근로자들의 정신상태를 다잡아 절대권력에 대한 충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중순 유엔 인권위원회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정권 책임자 처벌까지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 채택 직후 북한 정부는 북한 인력이 일하는 중국 공장에 일제히 지령이 담긴 팩스를 보냈다. 유엔 인권위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팩스 송신 이후 곧바로 북한 근로자들이 소집됐고 집단 정신교육이 실시됐다.

    북한 당국의 사상 단속은 한국산 사용금지령으로 이어졌다. 중국에 진출한 북한 근로자들은 생활용품으로 한국산 제품을 가장 선호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각종 세제와 샴푸, 비누가 대개 한국산이다. 특히 섬유유연제 ‘샤프란’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북한 인력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냄새에 민감하다보니 향이 좋은 이 제품을 선호했다. 샤프란은 이들에게는 꽤 비싼 제품임에도 너나 할 것 없이 사용했다. 간식으로는 역시 초코파이가 인기였다. 먹는 것이 부실하고 노동강도가 높다보니 위장병과 감기에 자주 걸렸리고, 그래서 약도 가능하면 한국산 약을 구하려고 애썼다.

    북한 당국은 자기네 인력이 이렇듯 한국산을 즐겨 찾는 것을 알고 한국산 제품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북한 중국 국경을 통과할 때도 짐을 검색해 일일이 라벨을 확인하며 한국산인지를 따졌다. 또한 여성 근로자의 경우 살이 비치는 망사 옷이나 다리에 달라붙는 바지도 입지 말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지시에도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몰래몰래 한국 제품을 애용한다는 소식이다.

    시위 배후는 ‘노동부원’

    투먼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K공업’은 북한 인력 700명가량을 고용했다. 공장 3개를 운영하며 주로 완구를 생산한다. 이 회사는 북한 인력을 고강도로 착취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16시간 이상씩 북한 근로자를 혹사시켰다. 이 회사 사장은 “북한 인력은 이렇게 다루는 것”이라며 자신의 북한 인력 착취를 공공연하게 자랑하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결국 이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인력이 일제히 침묵시위를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각자의 재봉틀 앞에서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면서 일을 하지 않은 것. 이 침묵시위는 힘을 발휘했다. 깜짝 놀란 회사 대표가 월급을 1인당 200~300위안씩 올려준 것이다. 노동력 착취 행위도 중단했다.

    북한 근로자들의 이러한 단체행동 배후에는 ‘노동부원’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노동부원은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성격이 일부 유사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이다. 해외에 파견한 인력을 감시 및 관리하는 일도 한다. 보통 인력파견회사당 1명씩 나와 있고 수십 명 단위의 소규모 인력을 파견한 공장의 경우 몇 개 회사를 묶어 관리한다. 노동부원은 1주일에 한 차례씩 북한 근로자들을 면담하고 애로 사항이 있으면 사장에게 시정을 건의하기도 한다. 물론 노동부원의 주 임무는 북한 근로자의 일탈 행위 감시지만 회사 측을 견제하는 기능도 하는 것이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중 일부는 중도에 귀국하기도 했다. 질병이나 연애 문제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북한 여성 근로자는 유부남인 중국 직원과 바람이 난 사실이 알려져 북한으로 돌아가야 했다. 두 사람은 상대방 언어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깊은 관계에 빠졌다. 두 사람을 두고 “사랑에 언어는 필수 요소가 아니다”는 뒷담화가 나돌았다고 한다. 폐결핵 등 중대 질병에 걸려 불가피하게 평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질병으로 부득불 귀국하는 근로자가 가기 싫다고 버티는 바람에 노동부원이 며칠에 걸쳐 설득해 겨우 귀국시키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中 자본가 착취에 눈물로 침묵시위

    투먼 경제개발구의 공업단지 팻말.

    “너희 공장 월급은 얼마니”

    지난해 여름 중국 선양(瀋陽)의 북한 영사관과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북한 인력 대표부가 중국 측의 처사와 관련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그해 봄과 여름 투먼 북한 인력 단지에서 두 차례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 때문이었다. 당시 식중독 사고로 북한 인력 200여 명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북측은 항의와 더불어 투먼의 북한 인력 식당 운영권을 넘겨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투먼의 북한 근로자 2500여 명은 조선족 3명이 운영하는 식당 세 곳으로 나뉘어 식사를 한다. 북측은 이들 조선족의 식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가져왔다. 식사가 중국식으로 공급된다는 점, 싸구려 재료로 음식을 제공하면서 식당끼리 담합해 가격을 올린다는 점 등이 불만의 이유였다. 급기야 두 차례나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다.

    선양의 북한영사관은 “식당 운영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투먼에 대규모 인력을 송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투먼 지방정부 인사들과의 면담도 의도적으로 피했다. 식당 운영권을 3명의 조선족에게 준 것은 투먼 지방정부였다. 개인 식당업자들의 로비를 받고 영업권을 줬기에 투먼 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빠졌다고 한다. 북한이 식당 운영권을 요구한 배경에는 식당 운영을 통해 얻을 짭짤한 수익이 있다.

    2012년 5월 중국에서 최초로 북한 인력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인 투먼은 한동안 북한 근로자가 가장 선호하는 해외 일터였으나 식당 문제 등으로 잡음이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선호 지역에서 밀려났다고 한다. 북한의 인력송출업체들도 투먼을 꺼리기 시작했다. 세 군데 식당에서 여러 공장의 근로자들이 모여서 식사하는 과정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서로의 근로조건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됐다. 노동 시간과 급여를 비교하게 되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저 사람과 똑같이 일하는데 왜 저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받는가” 하는 것이 주된 불만이었다. 이는 결국 투먼에서 일하는 북한 인력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훈춘 등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개별 업체들이 각자 식당을 운영한다. 다른 공장 근로자들과 섞일 일이 없어 근로 조건을 비교하기 어려워 투먼에서와 비슷한 불만이 덜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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