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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국의 길, 러시아의 길

유가하락·외화유출·서방제재 다중고 배럴당 60달러 이하면 환란 위기

러시아 국가부도설 철저 검증

  • 오정근│건국대 특임교수

유가하락·외화유출·서방제재 다중고 배럴당 60달러 이하면 환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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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우크라이나 사태

유가하락·외화유출·서방제재 다중고 배럴당 60달러 이하면 환란 위기
러시아는 현재 아주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1월 중순 배럴당 42달러를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57달러를 기록한 국제 유가가 조금 더 상승할 것인지, 이 선에서 횡보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하락할 것인지가 러시아의 운명에 중요한 포인트다. 일단 시장에서는 세계경제가 견고하지는 않지만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증가 일로이던 미국 셰일가스 시추공이 생산성이 낮은 시추공을 중심으로 일부 조정 양상을 띠는 등 유가가 더 하락하진 않고 오히려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달러 강세기에는 유가가 약세를 보였다. 원유 투자자금이 달러 강세를 예상하고 달러 시장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견되면서 달러화는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태풍의 눈이다. 러시아 해군에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2개의 부동항이 있다. 동쪽의 블라디보스토크, 흑해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세바스토폴에는 흑해함대가 주둔한다. 흑해함대는 러시아가 지중해와 유럽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하다.

그런데 옛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와 크림이 독립한 후 흑해함대 주둔지 세바스토폴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감소했다. 지난해 3월 18일 러시아는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했으며 크림반도의 배후인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로서는 흑해함대 주둔지를 보다 공고하게 다지려는 전략이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런 러시아의 전략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는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국영기업과 방산기업은 물론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국제 금융은행과 기업까지 제재할 수 있는 법안에 서명했다. 유가 하락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러시아로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도 변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적대적인 시리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유가 하락을 감수하고 감산하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과 향후 석유시장 제패를 위한 치킨게임을 벌이느라 감산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를 제재하려는 미국과의 이심전심 공동 전략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진실은 베일에 가려 있다.

옐친의 전철 안 밟으려면…

1998년 8월 유가 하락으로 발생한 러시아 위기로 결국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그해 12월 31일 물러나고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권좌에 오른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유가 하락에 따른 위기의 위험성을 잘 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고 서방의 제재를 벗어나거나 금리인상, 자본통제 등 비상대책을 강구하면서 유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5일 급증하는 자본 유출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10.5%에서 17.0%로 한 번에 6.5%포인트나 인상하고 급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도됐다. 반등하기 시작한 유가가 더 상승하기를 기다리면서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듯하다.

러시아는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가 무기다. EU는 필요한 천연가스의 3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주요 수출 시장인 러시아가 부도날 경우 겨우 회복되기 시작한 유로존 경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렇듯 복잡다단한 국제정치가 얽히고설킨 것이 국제 유가다. 미국, 유럽 러시아, 때에 따라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국가들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 아니면 1998년 옐친 하야 때처럼 파국으로 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그 핵심에는 크림반도의 흑해함대를 둘러싼 우크라이나 분쟁이 있다. 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는 협상을 통해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안정적 지위는 보장하되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러시아가 손을 떼는 선에서 대타협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 경우 유가는 러시아가 부도를 면하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70달러 안팎에서 조정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처지에서는 러시아가 부도나는 최악의 경우에도 대(對)러시아 수출이 110억 달러(전체 수출의 2%), 대출이 21억 달러에 불과해 1차적인 파급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더불어 경제의 자원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중남미, 중동의 신흥국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액을 고려할 때 2차 파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에다 러시아 위기까지 겹치면 신흥국의 자본 유출 규모가 더욱 커지고 영향이 한국에도 미칠 수 있다. 1차적으로는 외화유동성을 점검하는 등 위기 가능성에 대응하면서 기업 투자환경과 가계의 소비여건을 개선해 경기가 추락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신동아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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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건국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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