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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4人4色 아빠들의 육아휴직 수다

  • 사회·정리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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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둘째를 목욕시키는 김경원 씨.

사회 복직 후 불이익을 당했거나, 불이익이 예상되나요.

김인수 육아휴직 전에는 경영지원 분야 파트장이었는데, 복직 후에 전혀 다른 물류 쪽 부서로 발령이 났고, 장(長)이 아닌 팀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후배가 제가 하던 파트장으로 있으니, 후배 밑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요. 이런 불이익은 각오했고, 별로 개의치 않아요. 내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찬용 인사상 불이익은 아니지만, 회사 인력 사정 때문에 복직하면서 소속 본부가 바뀌었어요. 예전보다는 제 전공과의 업무 유사성이 좀 더 높고 사람 사귀기도 좋은 자리라서 크게 불만 없어요. 물론 1년 쉬다 오니 고과 면에서 약간 손해는 있고요.

이동림 저야 전문직이고 작은 회사라서 인사상 불이익은 없었어요. 오히려 1년 쉬었더니 일도 더 재밌고 재충전이 돼 좋더라고요.

“차라리 일하는 게 편하지…”



사회 육아휴직 중 하루 일과는 어땠나요.

김경원 ‘엄마의 삶’이죠, 하하. 아내 출근시킨 다음 첫째는 밥, 둘째는 이유식 먹이고 치우고 놀아주고 또 먹이고…. 첫째만 있을 땐 문화센터 다니고 동물원도 가곤 했는데, 둘째 태어난 이후로는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장도 밤에 보러 나가요. 아내가 퇴근해 집에 있을 때.

이동림 저는 아이를 좋아하고 잘 놀아주는 편이라 쉽게 생각했다가, 차라리 일하는 게 편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좌충우돌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기저귀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가 기저귀가 가루가 되는 바람에 세탁기를 분해해 청소한 일도 있었어요. 아내가 오면 애 맡기고 밀린 살림을 했어요. 애 보는 것보다 집안일이 차라리 낫거든요. 아내가 야근하거나 회식하면 되게 밉더라고요(웃음).

김인수 집에선 초짜 신입사원이죠. 첫 3개월은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빴어요.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났고, 막내딸 낳은 아내 산후 조리도 직접 해줬어요. 백일 지난 후부터 아내가 생협 활동에 참여했어요. 아내가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지냈기에 사회생활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거든요. 오후 2시까진 막내딸과 둘이 지냈죠. 매일 똥 묻고 옷 젖고…. 똥 기저귀 갈아줄 때 누가 아기 발이라도 잡아주면 훨씬 수월해지는 게 육아더라고요.

초등학생 아들들이 집에 오면 학원 안 보내고 제가 공부를 가르쳤어요. 처음엔 스토리텔링식 교과서가 참 어려웠어요(웃음). 추억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막내딸 안고 참관수업에 갔더니 아빠는 저 혼자라 선생님은 의아해하는데 애들이 엄청 신나했어요. 6주간의 아버지학교도 다니면서 ‘무뚝뚝한 아빠’에서 탈피하는 대화법도 배웠고, 애들 데리고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가서 농사일도 도왔고요.

정찬용 저는 아내가 집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애들도 7세, 5세로 큰 편이라 살림이나 육아 부담이 크진 않았어요. 대신 부업을 좀 했고, 여행 계획을 많이 짰어요. 1년 동안 도쿄, 홍콩, 몰디브, 그리고 20박 21일의 유럽 장기여행을 다녀왔어요. 되도록 저렴하게 여행 다니려고 항공, 호텔, 민박, 열차 등 각종 사이트를 매일 들락거리다시피 했어요. 덕분에 4인 가족이 1년 여행경비로 쓴 게 2000만 원이에요.

특히 유럽 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첫째는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걸 익혔고, 둘째는 너무 많이 걸어 다닌 경험 덕분인지, 유치원 소풍 때 다른 애들은 힘들어하는데 혼자서 여기저기 쑤시며 잘 돌아다닌대요. 특히 아내가 그릇이 매우 큰 사람이란 걸 ‘재발견’했어요. 애 둘 데리고 다니는 배낭여행이 쉽지 않은데도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고 잘 따라줬거든요. 둘째가 얼마 전에 또 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는 걸 봐선, 애들에게도 좋은 추억이었나 봐요.

사회 ‘육아 베테랑’으로서 강력 추천하는 육아용품은.

김경원 아기띠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김인수 저도 아기띠요. 아빠와 아기가 심장을 마주 대고 있는 게, 딸과 저를 엮어주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요.

이동림 젖병소독기요. 처음엔 ‘이런 것까지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써보니 좋더라고요. 젖병뿐만 아니라 아이가 늘 입으로 가져가는 장난감까지 소독하기 편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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