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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4人4色 아빠들의 육아휴직 수다

  • 사회·정리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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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대회 1등

사회 요리 실력은 어때요.

김인수 국, 무침, 죽, 샌드위치 다 잘 만들죠. 아버지학교에서 열린 요리경연대회에서 일등 했어요. ‘알을 품은 유부’라고, 닭가슴살을 양념에 버무려서 유부에 넣고, 접시 가운데에 삶은 메추리알을 놓은 뒤 케첩으로 데커레이션을 한 창작 요리였죠.

김경원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기가 막히게 끓이죠. 마트에 가면 국물 우려내는 멸치 티백을 팔거든요. 그걸로 육수 내고 두부, 호박 넣어 된장찌개 끓인 다음, 찌개랑 밥을 비벼서 계란프라이와 함께 아이 밥을 먹여요.

이동림 감자볶음, 카레, 닭볶음탕을 자주 해요. 블로그 레시피 보고 따라하면 잘돼요. 이렇게 요리해서 애 재우고 밤늦게 아내와 도란도란 얘기하며 밥 먹는 게 재미예요.



사회 아빠에게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요.

김인수 회사 복귀 한 달 앞두고부터는 아내가 육아나 살림을 많이 맡아줬어요. 찬찬히 신문 등을 읽으면서 회사 감각(?)을 살려내는 데 시간을 썼어요.

김경원 애들 재우고 나면 밤 10시가 좀 넘거든요. 그때부터 새벽 2시까지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이동림 저도 공부할 생각은 했는데, 육아와 살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라 잘 안 되더라고요. 육아서 두 권 읽은 게 전부예요(웃음).

사회 육아휴직 급여는 월 100만 원에 불과합니다. 가계 운영은 어떻게 했나요.

김경원 허리띠 졸라매고 사회보장제도를 적극 활용했어요. 가정 양육수당을 받았고, 보건소에 영양플러스사업이란 게 있어요. 아이가 어린 편이면 식료품 등을 지원해주는데, 저희 아이 둘 다 어린 편이라 지원받고 있습니다. 외식을 확 줄였고, 둘 다 아들이라서 둘째는 거의 새로 사주는 게 없어요. 제 옷은 2년 동안 하나 사봤나? 저축을 못한 게 약간 걱정이지만, 거의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있어요.

이동림 저는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나면 제가 육아휴직을 쓸 생각을 미리 하고서는 현금을 1000만~2000만 원 모아놨어요. 이런 준비 덕분에 크게 힘들진 않았습니다.

김인수 결혼 10주년 때 해외여행 가려고 모아놓은 적금을 종잣돈 삼아 육아휴직 기간에 생활했어요.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시청, 군청 홈페이지를 뒤져 무료 공연이나 무료 체험행사 등을 찾아내서 놀러 다녔고요. 전국의 무료 캠핑장도 찾아녔어요. 여름에는 편백나무 숲 속에서 3박4일을 지냈죠. 돌도 안 된 막내까지 데리고요.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았지만, 제 평생 가장 여행을 많이 다닌 한 해였어요.

엄마들과 수다 떨기

사회 ‘노는’ 아빠를 낯설게 보는 주변 시선도 있었을 텐데요.

김인수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어서 밖에 나가는 게 꺼려졌어요. 제가 회사 사택에 사는데, 한 상사 분이 “어, 자네 아직 여기 있나? 다른 데 간 줄 알았네” 하시더라고요. 육아휴직 한 줄 모르는 분이 많았고 희한하다는 시선이 반, 안쓰럽다는 시선이 반이었어요. 그래서 마음공부를 했습니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뭐든 열심히 했어요. 아기 목욕시키고 잠재우는 걸 제가 도맡았습니다. 육아에 집중하니까 주변 시선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이동림 문화센터 나가면 창피하다고 느낄 겨를도 없어요. 선생님이 체조, 율동 등 이거저거 막 시키거든요(웃음). 엄마들이 ‘저 아빠는 왜 계속 오지?’ 의아해하셔서 육아휴직 중이라고 먼저 얘기하곤 했어요.

김경원 아기가 있으니까 엄마들과는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거 같아요. 문화센터 수업 끝나면 같이 커피 마시며 수다도 떨곤 했죠. 요즘 매스컴에서 아이 발달에 친구 같은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나오잖아요. 좋겠다고 부러워들 했어요.

사회 아직까진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아빠 육아휴직’을 감행했습니다. 잃은 게 있을까요.

이동림 맘대로 잠도 못 자고, 술도 못 마신 거?

김경원 저는 2년이나 육아휴직을 했잖아요. 앞으로 후배가 저보다 승진이 빠른 경우가 생길 거예요. 후배 밑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감수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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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리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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