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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상징 ‘집과 차’ 포기 거세된 욕망을 식탐으로 분출?

TV ‘먹방 열풍’의 속살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중산층 상징 ‘집과 차’ 포기 거세된 욕망을 식탐으로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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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상징 ‘집과 차’ 포기 거세된 욕망을 식탐으로 분출?

채널A ‘먹거리 X파일’ 녹화 광경.

다만 한국에선 이 추세가 더 극성스럽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인터넷 먹방이다. 인터넷 강국답게 기상천외한 먹방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 있다. 선두주자인 ‘아프리카TV’는 1000개 이상의 먹방을 방송한다. BJ들은 카메라 앞에 음식을 쌓아두고 몇 시간에 걸쳐 먹는다. 한 여성 BJ는 쇠고기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쉬지 않고 비워낸다. 시청자들은 “부럽다”는 반응을 올린다. 이런 먹방이 계속되는 건 그만큼 시청자가 많고 수익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1개당 100원인 별풍선을 구매해 좋아하는 BJ에게 준다. BJ 처지에선 별풍선을 많이 받을수록 수익이 올라간다. 시청자 처지에선 별풍선을 많이 줄수록 해당 BJ의 팬클럽 내 자신의 랭킹이 올라간다. 시청자 간 충성경쟁이 발생한다.

별풍선에 따른 수익금은 BJ와 방송사가 6대 4로 나눠 갖는다. 한 여성 BJ는 지난해 10월 한 시청자로부터 3500만 원어치의 별 풍선을 받았다. 연간 억대 수입을 올리는 BJ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으로, 눈으로

지난 설 연휴 MBC 파일럿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 방송을 차용했다. 6명의 인기인이 각자 개인방송을 중계해 순위를 겨뤘다. 초반에는 걸그룹 AOA의 멤버 초아가 섹시댄스를 뽐내며 압도적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먹는 장면을 내보낸 요식업자 백종원이었다. 인터넷 먹방 콘셉트가 공중파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해외 언론은 한국의 인터넷 먹방 유행을 신기해한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 CNN, 영국 BBC, 프랑스 르몽드 등이 이를 보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음식 포르노’ ‘관음증’이라고 평했다. ‘가생이닷컴’에는 유튜브에 올라온 한 여성 BJ의 인터넷 먹방에 대한 해외 네티즌들의 댓글 반응이 소개돼 있다. “음식에 대한 내 갈망을 충족시킨다”는 긍정적 반응과 “왜 남이 먹는 모습을 보는 거지? 한국 사람들 참 특이하다”는 부정적 반응이 교차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독특한 식사 문화에 호기심을 보인다. 예를 들어 혼자 먹기 싫어서 함께 식사할 사람을 모집하는 한국 모 대학의 새 학기 풍속에 대해 많은 외국인이 인터넷에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중산층 상징 ‘집과 차’ 포기 거세된 욕망을 식탐으로 분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왼쪽), SBS 드라마 ‘펀치’의 짜장면 먹는 장면.

한국 사회에서 먹방의 유행은 시각문화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먹방의 효시는 1981년 시작된 주부 대상 요리 프로그램일 것이다. 당시 아침방송인데도 30% 이상의 시청률을 올렸다. 요리 프로가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그 무렵 컬러TV가 보급된 것과 맞물린다. 형형색색의 요리 재료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시각적 과정에 시청자들은 열렬하게 반응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먹방 문화는 한 단계 더 발전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고 개인 홈페이지가 생겨나면서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했다. 기혼여성은 자신이 요리한 사진을, 젊은 여성은 방문한 식당의 요리 사진을 올렸다. 이것은 오늘날 ‘위꼴사(식욕을 자극하는 사진이라는 의미의 인터넷 속어)’로 진화했다.

요리男은 섹시하다

이렇게 음식을 시각적으로 즐기는 문화는 오프라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진우는 20대의 나이에 요식업으로 대성했다. 9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장진우 골목’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을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원래 사진작가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 동료들을 불러 모아 요리를 해 먹이면서 시각적 요리에 눈을 떴다고 한다.

이미 한국인은 음식을 ‘입으로, 그리고 눈으로’ 즐기는 단계에 진입했다. 포만감에서 맛으로, 맛에서 미(美)로 점차 수준이 높아지는 셈이다. 먹방은 미각과 시각의 융합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여기에 일조했다. 지금 한국은 프랑스 못지않은 요리 생산과 소비의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듯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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