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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정년 60세 시대를 사는 법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정년 65세 시대’ 일본은 지금…

  • 전영수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change4dream@naver.com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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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에서 의무로

일본의 정년 연장은 순차적인 과정을 거쳤다. 5년간 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수다. 처음엔 65세 계속고용이 ‘노력 규정’으로 시작됐다(2000년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 최대한 협조해달라는 의미다. 그러다 비용부담을 우려한 기업이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법적 의무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2004년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 65세 정년제 등 계속고용(직원이 희망하면 정년 이후에도 계속고용)의 단계적 도입을 의무화한 것이다. 선택지는 △정년 상향 △계속고용(근무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의 3가지다. 그 결과 2013년 4월, 65세 정년 의무가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조류다. 프랑스는 정년을 연장(60→62세)하고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높이는(65→67세) 개혁안을 내놨다. 영국은 연금수급 개시연령(여성)을 65세까지 늦추고 최대 68세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은 이미 2004년부터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7세로 늦췄고 조기 은퇴의 경우 연금급여를 삭감했다. 늦었지만 한국도 60세 정년연장법이 통과됐다. 일본처럼 정년 연장을 ‘권고사항→의무조항’으로 바꿨다.

결국 일본은 원하면 누구든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만들어졌다. 연령별로 차등 적용한 후 2025년 최종 완성된다. 이는 65세 수급을 위한 연금개혁 스케줄과 연동했기 때문으로, 기업으로선 대응 시간을 번 셈이다. 반발하면 회사 이름을 공표하는 등 규제도 마련했다.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자발적 비정규직 선호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현재 일본 기업은 정년 연장을 시대의 조류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가지 선택 카드 중 압도적으로 많은 건 근무 연장과 재고용 형태로 65세까지 고용하는 계속고용이다. 정년 상향과 정년 폐지의 경우 기업 부담이 적잖아서다. 사규 개정을 통한 65세 정년 기업은 전체의 13.6% 수준이다. 그나마 10여 년 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2013년 기준 일본 기업의 정년 연령은 전체 기업의 82.7%가 60세로 못 박는다.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경우에는 93.4%에 달한다. 정년 60세를 유지한 채 65세까지 실질적인 계속고용(재고용)을 택하는 기업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정년 도달자의 4분의 3이 계속고용의 길을 걷는다. 2013년 6월 기준 과거 1년간 정년 도달자 중 76.5%가 계속고용이다. 나머지 22.3%는 근로자 본인이 계속고용을 희망하지 않고 60세 정년을 택한 경우다.

그런데 계속고용은 대개 비정규직이다. 즉 60세를 경계로 비정규직이 급증한다. 남성의 경우 55~59세 비정규직은 14.3%인데, 60~64세(57.1%), 65~69세(74.4%)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

특이한 건 자발적인 비정규직 선호다. 장기적, 안정적인 근로소득은 노후준비가 부족한 은퇴 세대 대부분의 희망사항인데 일본은 좀 다르다. 53.9%의 응답자가 60세 이후의 근로 형태 중 비정규직(파트타임 · 단시간근로 등)을 선호한다.

이는 공적연금 의존도가 평균적으로 높다보니 추가로 필요한 소득이 제한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령 부부, 무직 세대의 경우 노후소득 중 공적연금 의존율이 90%를 웃돌 정도다. 유유자적한 연금 생활이 가능한 일본의 특수성이 고령 근로자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연결된다. 그게 아니면 현역 시절 쌓아둔 저축을 인출해 영위하는 생활이다.

일본의 은퇴 세대 대부분이 월 24만 엔의 연금소득을 받는다(가처분소득은 19만 엔 수준).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23만~24만 엔으로 4만~5만 엔의 적자생활이 불가피하다(후생성 분석). 따라서 이 부족분에 대한 추가 소득을 얻는 일자리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대기업 · 정규직만 혜택?

일본에서 65세 이후 계속고용이 가능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68.7%다. 적어도 제도적인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본인의 희망(14.9%)보다 회사의 요청(71.2%)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본에 한정해 실질적인 정년 폐지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도적, 통계적인 연장 효과를 훼손하는 수면 아래의 한계, 모순, 함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준비 부족으로 정책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월급 감소다. 늦게 퇴직해도 실질임금이 급락해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일만 오래할 뿐 손에 쥐는 생애소득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봐서다. 임금 피크제에 따라 대개 60세 이후엔 월급이 60~70%로 준다. 최대 절반가량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 변화(정규직→비정규직)의 불안감과 함께 고작 촉탁계약으로 5년의 시한부 일자리를 얻은 게 전부라고 푸념한다. 반면 기업은 정년 연장이 신입 채용, 현역 임금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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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change4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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