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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사랑하니 때린다? 자신만 사랑하니 때린다!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아내를 사랑하니 때린다? 자신만 사랑하니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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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들은 아내에게 욕을 하고, 소리 지르고, 구타한 후에 그러한 행동이 애정의 표현이었다고 강변한다. 여자들 처지에서도 학대받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너무 비참하다. 그래서 어떤 피해여성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자기가 잘못했으니까 남편이 화를 낸다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다른 여자들도 다 맞고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TV에 나오는 이른바 전문가들은 “무관심보다는 서로 싸우는 것이 낫다”면서 잘못된 판단을 부추긴다.

통제, 착취, 소유욕…

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상황에서 부부상담이란 불가능하다. 부부상담을 하면서 아내로부터 기분 나쁜 말을 들은 남자는 집에 가서 “그런 말을 왜 정신과 의사 앞에서 해서 나를 망신 줬냐”며 보복한다. 겁에 질린 여자는 그 후에 정신과 의사를 만나면 “잘 지낸다” “내가 잘못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남편이 원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치료가 잘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학대는 부부가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무관심보다는 서로 싸우는 것이 건전한 부부관계라는 말은 매 맞고 사는 여성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행위는 절대 사랑이 아니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이 사랑이라면 남편이 아내를 더 많이 때릴수록 남편은 아내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게 된다. 남편이 아내를 때려죽이면 죽일 만큼 사랑한 게 된다. 도대체 말이 되는가.

우리가 누군가를 때릴 때는 미워서 때리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행위가 사랑이라면 그 남자는 그녀를 처음 만나 반했거나 사랑을 고백했을 때부터 때렸어야 한다. 남자가 여자를 때린다는 것은 그 남자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임을 의미한다.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자기가 좋을 때 생색내듯이 잘해주고는 자신이 여자를 사랑한다고 주장한다. 학대자는 사랑을 주고받을 줄 모른다. 학대를 사랑으로 착각하기에, 이러한 남자들은 아내를 살해하고도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죽였다”는 터무니없는 변명을 한다.



진정한 사랑은 여성을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따로 또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진정한 사랑은 폭력과 양립할 수 없다.

그렇다면 폭력남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의도적인 거짓말일까. 겉으로 잘해주면서 속으로는 때릴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반드시 그렇진 않다. 여자를 때리는 남자들은 자기 나름대로 여자에 대한 강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여자를 때리지 않는 남자들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이 느끼는 강한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그들이 지닌 이러한 감정은 정상적인 사랑과는 거리가 먼 통제, 간섭, 착취, 소유욕, 집착, 질투다.

술로 양심을 마취하다

여자를 때리는 남자들은 여자가 불평 없이 평생 동안 자신에게 헌신해서 행복하게 해주기를 원한다. 아내가 하녀처럼 죽어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주는 생활비에 맞춰서 살기를 원하며, 주제 넘게 무엇인가 갖고 싶다고 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들은 아내가 남 보기에 그럴싸한 모습이기를 원한다. 아내가 매력적이고, 날씬하기를 원한다. 아내가 못 생기고 뚱뚱하다는 생각이 들면 절대 동행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원할 때 섹스하기를 원한다. 아내가 갱년기가 돼 성관계를 가질 때마다 아파해도 개의치 않는다. 여자가 더 이상 관계를 갖지 않으면 다른 여자와 관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여자가 외도나 불륜에 대해 따지면 “섹스를 안 해준 네가 문제였다. 남자는 섹스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면서 합리화한다. 그들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여자를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이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자신의 이러한 욕망이 실현될 때 낭만적인 사랑이라고, 천국 같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이 실현되는 관계는 여자에게 생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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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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