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제대로 야당 혁신? 사람부터 바꿔라”

‘야당 속 야당’ 조경태 새정연 의원의 쓴소리

  • 고진현 | 파이낸셜신문 편집위원 koreamedianow@hanmail.net

    입력2015-09-17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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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야당 혁신? 사람부터 바꿔라”
    ‘버럭 경태’ ‘조포스’ ‘조거성’….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부산 사하을·사진)에게는 별명이 많다. 모두 의정 활동을 통해 얻은 ‘훈장’들이다.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고 바른말을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에 대해서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야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그에게 ‘야당 내 야당’이라는 별명이 추가된 이유다.

    새정연 내부 갈등의 핵으로 떠오른 ‘혁신안’에 대해 그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9월 7일 만났을 때도 그의 목소리에 거침이 없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이끄는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최종 혁신안에 대해 “그게 어디 혁신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지금 이대로 간다면 당의 위상은 더욱 위태로워져 내년 총선 승리는 물론 정권 교체의 희망도 물거품이 된다”고 질타했다.

    “문제 풀 사람이 역할 맡아야”

    조 의원은 지난 7월 혁신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함께 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69명으로 확대하자’는 5차안을 냈을 때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회의원을 늘리자는 건 결국 권역별로 나눠먹기를 하겠다는 데 지나지 않기에 혁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차라리 혁신위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을 운영하는 제도나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먼저 바꿔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야당 개혁은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좌우된다. 지금까지는 리더들이 시원찮아서 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혁신안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뛰어넘어 지도부에 화살을 날린다. 그들이 원칙과 상식보다는 자기들 입맛에 따라 당을 마음대로 흔들어왔다는 얘기다. 그의 표적은 물론 문재인 대표. 지난 6월에도 그는 문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 내부 분열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당내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바 있다.

    조 의원은 인터뷰 뒤인 9월 9일에도 당규 의결기구인 당무위원회가 진통 끝에 혁신안을 통과시키자 “청산해야 한다는 ‘친노 패권’은 그냥 두고 오히려 대표 권한만 강화했다”며 혁신안과 문 대표를 동시에 비판했다. 문 대표가 혁신안과 연계해 자신의 재신임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혁신안 통과를 관철하기 위해 국민과 당원을 상대로 사실상 협박을 한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새정연을 개혁해야 하나.

    “야당이라는 입장에서 벗어나 모든 문제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국민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합리적인 사람들이 다수를 점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려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 혁신안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뜻인가.

    “호남에서는 우리 새정연이 여당이다. 따라서 ‘너희가 여당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여당은 지금 혁신이다 뭐다 하며 발버둥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데, 우리 당이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에는 쓸 만한 게 거의 없다.”

    “그래도 대안 정당은 새정연”

    ▼ 신당이 창당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의원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 대안 정당이 탄생하면 좋겠지만, 결국은 우리 새정연이 대안 정당이 돼야 할 것이다. 나는 원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나는 우리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시간은 우리 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일부에서 거론하는 신당설이나 분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지 않다는 뜻인 것 같다.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당에다 쓴소리를 쏟아내는 것은 새정연에 대한 강한 애정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새정연 분위기가 자신과는 정서적으로 잘 맞지 않다고 인정했다.

    조 의원은 2013년 5월 4일에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렇다 할 조직도 계파도 없는 자신이 최고위원 선거 현장투표에서는 1등을 하고 최종적으로 2위를 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현역 의원 가운데 그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는 한 사람도 없었는데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 지지 배경도 없이 어떻게 당 선출직 선거에 나올 생각을 했나.

    “우리 정치 여건에서 배경 없이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는 해냈다. 당원들이 내 진실한 마음을 헤아려준 것이다. 내가 낙관한다고 하지 않았나. 현장투표만 하는 미국식 선출 방법이었다면 나는 아마 당대표가 됐을지도 모른다.”

    ▼ 지금의 당 대표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긴가.

    “현행 대표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 않나. 지금 방식은 당내 기득권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게 굴러가도록 돼 있다. 정정당당하지 못한 방식이다. 현장에 온 당원투표에서 1등을 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조작이 가능한 여론조사 등을 보태서 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금 새정연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는 새정연이 이런 식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데 대해 “자신감이 없어서”라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 패거리를 모아놓으면 나무 막대기를 꽂아놓고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도 했다. 특정인을 대표로 선출하기 위해 온갖 규제와 벽으로 막아놓았다는 얘기다. 그는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비겁이다”라고 했는데 이 대목에 이르러 그의 목소리에선 오히려 측은해하는 느낌이 묻어났다.

    ‘12% 黨 후보’로 58% 득표

    ▼ 그렇지만 계파 없이 직책을 맡게 되면 실패하기 십상 아닐까.

    “아니다. 계파가 없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 그걸 가르쳐준 분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계파 없이 대통령이 된 유일한 분 아닌가. 계파에 들어오라는 유혹을 많이 받았음에도 다 뿌리쳤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느냐”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다만 “나는 노 대통령 시절 그에게 ‘아닙니다’라고 건의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정책보좌역을 맡았다. 반대 건의를 할 수 있었다면 그만큼 가까웠다는 이야기인데, 지금 그는 ‘비노(非盧)’로 분류된다.

    그는 지역구 부산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전남 순천-곡성 보선에서 정부·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승리했지만, 조 의원은 그러한 지원도 없이 새누리당의 아성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남 고성 출신인 그는 부산 사하구에서만 40여 년을 살았고, 경남고와 부산대 및 동(同) 대학원(토목공학박사)을 나왔다. ‘토종 PK’이지만 그 정도 배경으로 새정연 깃발을 내걸고 당선되긴 어렵다.

    ▼ 부산에서 어떻게 ‘조경태 바람’을 불게 했나. 지역구인 부산 사하을은 외지인이 많은 공단 지역이라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은 건 아닌가.

    “호남이냐 영남이냐…, 사실 그게 제일 바보 같은 질문이다. 사하을의 호남 출신 유권자 비율은 12% 정도로 본다. 과거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얻은 표가 그 정도였고, 정동영 후보도 그 정도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부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세 번 나와 세 번 다 떨어졌을 만큼 여당이 센 곳이다.

    그런 곳에서 나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여당 후보와, 직전까지는 여당 의원이었으나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으로 나온 또 다른 서울대 법대 출신의 무소속 후보와 싸워 이겼다. 39.2% 득표를 했는데, 이 39.2%의 유권자는 당이 아니라 나 보고 찍어준 분들이다.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인정해준 것이다.

    내가 재선에 성공한 18대 총선 때는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더 험악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손학규 대표가 떨어지고, 김근태 의원과 한명숙 전 총리는 서울 도봉구와 경기도 고양일산에서 낙마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후보들이 줄줄이 떨어질 때 나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부산 사하을에서 45%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12% 정당’의 후보로 나서서…. 그리고 19대 총선에선 58.2%로 과반의 득표를 기록했다. 그러니 당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신뢰해준 유권자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호남이 아닌 영남의 힘으로 부산에 민주당의 깃발을 올렸다.”

    “서민 위해 뛰었다”

    ▼ 유권자의 신뢰를 어떻게 얻었나.

    “우리 아버지는 자갈치시장에서 지게꾼을 하셨다. 형님 두 분과 동생은 상고(商高)만 다녔고, 나만 운 좋게 부산대를 나왔다. 시간강사를 하던 1995년, 단속을 당하는 노점상들을 보며 서민을 위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돈도 없고 학벌도 시원찮은 내가 여당의 공천을 받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지하철은 서민을 위한 교통수단인데, 부산지하철 1호선을 서민이 가장 많이 사는 사하구의 다대까지 연장하지 않으려 했다. 신평~다대 간 7.8km를 연장하면 되는데 ‘지반이 약하다’며 안 하려고 했다. 내가 토목공학박사 아닌가.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니 지반이 약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지역주민의 서명을 받아 온갖 곳을 다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여당 의원들도 지하철 연장을 바랐지만 그들은 지반이 약해 어렵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2000년 총선에서 낙선한 후 지하철 연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총력을 다해 뛰었다. 2003년 신평~다대 간 지하철 연장 결정이 내려졌다. 나는 안 된다는 것을 해낸 것이다.

    사하구에 있는 다대포 해수욕장은 전혀 개발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그곳을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개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예산으로 번듯한 해수욕장으로 변신하게 했다. 그 옆 해안을 매립해서 야적장으로 쓰려고 한 계획도 번복시켰다. 연안을 정비해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노력이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은 듯하다.

    나는 여당엔 갈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서민을 위한다는 생각만으로 28세 때 15대 총선(사하갑)에 뛰어들어 득표율 15.5%로 1만이 약간 넘는 표를 얻었다. 16대 총선에는 17.5% 득표율에 1만3000표를 얻고 또 떨어졌다. 그럼에도 지역주민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서니까 분위기가 바뀌어 2004년 당선됐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철옹성인 부산을 뚫은 나를 보고 ‘조경태 의원 학습관을 만들어야겠다’라고 했다.”

    그는 “연장이 좋아야 농사를 잘 짓는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의원은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는데도 사상구 출마를 포기했었다”면서.

    “안보는 시비 걸지 말자”

    ▼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 통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요즘 통일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통일을 위해서라도 국내 정치를 잘 풀어가야 한다.”

    그는 통일 문제는 “독일을 롤모델로 삼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어떤 폐단이 있었는지, 그런 과정에 대한 준비는 돼 있는지 국민적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북한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을 어떻게 보나.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안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의무다. 안보 문제를 놓고 여야가 다투는 걸 보면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 국가정보원 해킹 담당 직원 자살 사건은? 야당은 안철수 의원을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에 임명해 국정원이 내국인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는데.

    “국가를 운영하려면 필요할 경우 정보기관이 해킹 같은 것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를 해킹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비난하는 것은 나라를 이끌겠다는 정치인들이 할 주장이 아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지엽적인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더욱 곤란하다. 사회적으로 민주화가 이뤄졌긴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 교육이 더 필요하다.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그 기본 이념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여겨질 때가 많다. 비록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사회다.”

    조 의원은 “정당은 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답은 “국가와 국민을 잘 먹일 수 있게 하려고 권력을 잡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솔들에게 권력을 나눠주려고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야당도 엄청난 권력을 가진 집단이지만 대립의 낡은 사고를 답습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내 자랑 같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조경태에게 배워라’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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