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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전통건축 현대화는 무의미 아파트에 답이 있다”

‘건축예술가’ 서현 교수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전통건축 현대화는 무의미 아파트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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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르네상스 붐

김호기 한국 건축의 근대적 기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서현 한국 건축의 근대적 표상은 일제강점기부터예요. 흥미롭게도 그 모더니즘이 르네상스 스타일이에요. 그 시대에 건축된 구(舊) 총독부청사, 서울역사, 한국은행 등이 모두 르네상스 스타일이에요. 총독부청사는 독일 사람이, 서울역과 한국은행은 도쿄대 교수가 설계했어요. 20세기 초 바우하우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유럽에서 유일하게 제도화한 건축 교육기관이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인데, 이 기관이 르네상스 스타일을 가르쳤어요. 일본이 메이지유신 때 에콜 데 보자르에 유학을 보내기도 하고 그곳 선생을 데려오기도 했어요. 일본이 받아들인 이런 보자르 스타일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된 거죠.

김호기 광복 이후 주목할 만한 건축물은 산업화 시대가 본격화한 이후 지어졌을 텐데, 어떤 것들을 주목할 수 있습니까.

서현 괜찮은 건물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김수근, 김중업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건축 수준이 높아졌고, 전통 건축의 의미에 대한 토론도 시작됐죠. 김수근 선생은 타고난 조형감각을 가졌어요. 좋은 프로젝트를 정부로부터 수주해 자신이 가진 디자인 능력을 뽐냈죠. 공간 사옥, 올림픽 스타디움이 대표작입니다.



김호기 우리나라 건축물을 지켜보면 아파트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요. 제 기억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짓기 시작했는데요.

서현 중산층 건물로 아파트가 자리 잡은 것은 여의도 시범아파트부터예요. 그전까지는 저소득층 주거 형태였죠. 정부가 ‘엘리베이터를 넣은 고층 아파트’로 광고하면서 대대적으로 알려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이후 잠실로 가서 잠실 5단지를 비롯해 아파트 건축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어요. 그게 1970년대 중반입니다. 민간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철수하고 들어오면서 할 게 없으니까 아파트를 많이 지었죠.

김호기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이에요. 빛과 그늘을 어떻게 보는지요.

서현 시대가 가진 환경을 봐야 하는데,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1년에 25만~30만 명 되는 사람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몰려왔어요. 이들의 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마구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유지된 주거양식이죠. 1960년대 초반 300만이던 서울 인구는 1980년대 후반 1000만을 찍었어요. 그들이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아파트가 큰 구실을 한 겁니다. 아파트 분양 당첨이 되는 순간 중산층으로 올라가는데, 이제 더는 그 효용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가 됐잖아요. 그 아파트들이 재개발되는 거죠.

아파트는 한옥의 일종?

김호기 우리나라 아파트 문화에 대해 비판이 많은데요.

서현 한국이 생산한 건축양식 중 국제 경쟁력이 있는 유일한 분야가 아파트일 거예요. 외국보다 훨씬 훌륭해요.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견해, 예를 들면 공동체 해체 등의 주장이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 도시공동체 자체가 있었던 적이 없어요. ‘성냥갑 같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람들이 도시로 그렇게 몰려오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파트 문화가 재건축을 통해 만들어져요. 그 가운데 하나가 주차장의 지하화죠. 2000년대에 들어와 주차장이 지상에 있는 아파트는 건축허가에서 통과가 안 됐어요. 그 결과 지상이 공원화하면서 아파트 풍경이 달라졌어요. 개인적으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호기 건축학의 관점에서 아파트 내부 구조는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

서현 아파트는 옛날 한옥 구조와 똑같아요. 마당을 거실로 바꾸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엘리베이터 계단 양쪽에 집이 매달린 형식이죠. 거실은 주로 남향이에요. 아파트 평면도를 보면 현관 쪽 방은 아들 방인데, 옛날 한옥에선 행랑채죠. 현관에서 제일 먼 쪽에 있는 방들은 안방하고 딸 방이 돼요. 일종의 한옥인 셈입니다.

김호기 2000년대 들어 주상복합 아파트가 상당한 인기를 끌어왔어요. 타워팰리스가 대표적인 주상복합으로 꼽혀왔고요.

서현 타워팰리스는 그곳이 상업 지구였기 때문에 아래에 상업지구를 깔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지은 거예요. 삼성이 주상복합 아파트를 최고의 주거 양식인 것처럼 포장을 잘해서 성공한 거죠. 건축설계 측면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는 평면을 짜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먹방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취미실, 가족실 등을 새로 만들어서 해결했어요. 주상복합을 통해 평면을 짜는 양식이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죠.

김호기 아파트는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일종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타워팰리스도 그렇고 해운대 주상복합단지도 그런 것 같아요.

서현 주상복합 아파트는 사회가 받아들이기에 위화감이 많은 양식이기도 해요. 또 다른 이들의 진입을 거부하는 빗장 공동체(gated community)이기도 하고요. 과시적 소비의 한 양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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