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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위비 협상 前 지소미아 문제 先해결 압박”

文과 트럼프가 뒤흔드는 한미동맹의 미래

  •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美, 방위비 협상 前 지소미아 문제 先해결 압박”

  • ●동맹을 ‘가치’보다 ‘돈’으로 보는 트럼프
    ●3개의 거봉(巨峯) : 방위비 분담금, 지소미아, 인도태평양전략 참여
    ●방위비 분담금 ‘500% 인상’ 요구는 협박이나 다름없어
    ●美, ‘한반도 외 비용’도 韓에 청구
    ●북·미 실무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 거론
    ●설마 미군이 철수하겠어? 희망적 사고 버려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가운데)이 10월 23일 최병혁 부사령관(오른쪽),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왼쪽)과 함께 경기 포천시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실시된 제5포병여단 실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가운데)이 10월 23일 최병혁 부사령관(오른쪽),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왼쪽)과 함께 경기 포천시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실시된 제5포병여단 실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을 가장 많이 이용해 먹는 나라(a major abuser)”로 “여기저기서 ‘미국을 벗겨 먹고’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동맹을 ‘가치’보다 ‘돈’으로 평가하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는 5월 “어느 나라인지 말은 안 하겠는데, 이 위험한 나라를 지키는 데 50억 달러가 듭니다. 엄청나게 부자고 우리를 좋아하지도 않을지 모르는데 말이에요, 믿어집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돈 뜯어내겠다는 협박

트럼프가 한미동맹과 관련해 내놓은 일련의 언급은 허풍이 아니었다. 11월 미국 국무부에서 외교와 안보 및 경제를 다루는 고위급 관리 3명이 기습적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천문학적 방위비 분담금과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요구하면서 인도태평양전략에 군사 및 경제적으로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 총액이 트럼프가 5월 언급한 금액과 거의 같은 50억 달러(5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99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방위비 협상이 10차례 진행됐는데, 인상률은 보통 2.5%에서 2.7%를 오갔으며, 최고 인상률은 25.7%였다. 트럼프는 전례를 뒤엎는 사상 초유의 ‘50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하에 있다는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위기 사태의 범위’에 ‘미(美) 유사시(전쟁 시)’를 추가해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한국군이 참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사 재활성화를 통해 유엔사를 ‘동아시아의 나토’로 만들려고도 한다. 

한국인은 최고의 우군이요 맹방이던 미국이 한국을 협박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돈과 이익만 내세우면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주창하는 트럼프라는 거대한 산맥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 산맥은 구름에 가려져 있으나 커다란 3개의 봉우리는 식별된 상태다. 



첫 번째 봉우리는 6조 원을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두 번째 봉우리는 11월 23일 파기될 지소미아 문제다. 세 번째 봉우리는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미적대고 있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전략에 경제 및 군사적으로 공여하고 참여하는 일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일본에 이어 미국마저 한국을 압박하는 5면초가(五面楚歌)의 형국에서 대한민국이 이 산맥을 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9월 29일 미국에서 발간된 ‘홀딩 더 라인(Holding The Line)’이 화제다. 트럼프가 펜타곤(미국 국방부) 수장인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내밀히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8년 말 시리아 철군 등에 반발해 사임한 매티스 전 장관의 연설문 작성자이던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저술했다. 

스노드그래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국·일본·독일 등지의 미군을 철수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밝혔다. 책에는 2018년 1월 매티스 전 장관에게 트럼프가 했다는 황당한 발언도 담겨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1년에 600억 달러(약 70조 원)를 낸다면 괜찮은 거래일 것이다.”


첫 번째 거봉 : 한미동맹 사상 최대 고비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

“美, 방위비 협상 前 지소미아 문제 先해결 압박”
트럼프는 매티스에게 주한미군 주둔 대가로 미국이 뭘 얻을 수 있는지 집요하게 따졌고, “해외 주둔 미군은 안보를 지키는 ‘이불’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매티스의 설명에 “그건 손해 보는 거래”라고 호통을 쳤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전한다. 트럼프는 “이건 거대한 괴물(big monster)이야. 일본, 독일, 한국”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졌을까. 9월 트럼프는 한국을 콕 찍어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으며 그달에만 4번 연속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동맹국들이 더 나쁘다”는 식의 사고가 2년 전과 유사한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1만 명의 목숨을 바치며 함께 싸운 쿠르드족을 헌신짝처럼 버린 사람이다.
 
올해 여름부터 제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Special Measures Agreement) 체결을 위한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탐색전이 서울과 하와이에서 진행된 후 분담금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안보협상·협정 담당 선임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이 11월 5일 서울에 갑자기 들이닥쳤다. 

미국 대표단은 한반도를 방위하는 데 드는 총액이라며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하고 “그중 일부만 받겠다”며 항목별로 일정 비율의 금액을 제안했다고 한다. 현재 SMA 협정은 △한국인 군무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크게 세 범주에서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제4의 범주인 ‘한반도 외 비용’을 처음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외 비용으로는 주한미군 가운데 순환 배치되는 1개의 기갑전투여단과 일부 전투기 대대,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부대들에 소요되는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호르무즈해협과 말라카해협에서 한국을 위해 활동하는 미군의 기여까지 미국 측 대표가 거론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한국이 총 얼마를 낼지 결정하는 ‘총액형’이었는데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 비용과 연합훈련 비용 등을 개별적으로 산정하는 ‘소요형’으로의 전환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지낸 류제승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일간지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한반도 외 비용’도 청구

“미국은 ‘글로벌 리뷰’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모든 주둔국에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달라진 미국의 ‘거래적’ 접근 방식과 마주하는 험로에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미국의 연 50억 달러 요구는 아마도 군속 등 인적 비용이 포함된 주한미군 실제 주둔비용과 부가가치(주한미군의 안보적 가치) 그리고 괌 등 역외 주둔비용 일부를 합산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의 ‘2019 회계연도 예산 운영유지비 총람’에 주한미군 운영비용이 약 44억 달러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요구는 ‘인건비를 뺀 주한미군 주둔비용’에서 한국의 분담 비중을 정하는 종전의 협상 틀을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기존 인건비·군사 건설비·군수 지원비의 범주를 미국 측의 전략자산 전개·연합 연습, 한국 측의 미국 무기 구매·반환기지 환경치유·간접지원비 등을 반영해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류 부원장의 견해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최소 5년의 적용 기간에 매년 단계적으로 증액하는 방안으로 협상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일본에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국방장관이나 실무선에선 일본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매티스 전 장관도 일본을 두고 모범 사례라고 언급했다. 일본은 방위비 분담금 산정 방식이 총액 기준이 아니고 비용 분담 소요의 합산 방식이다. 실무자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등 잡음 없이 협상이 진행돼왔다. 2018년 기준 일본은 특별협정(SMA) 명목으로 2조590억 원을 부담했다. 여기에 ‘배려’ 예산을 합쳐 7조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주일미군에 제공했다. 

방위비 협상의 목적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에 필요한 분담금의 적정 규모와 적용 기간을 합의하는 데 있다. 첫걸음은 한미동맹의 가치와 비용의 관계를 트럼프가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트럼프와 잘 통한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흉금을 터놓고 담판을 해야 한다. 올해 2월 합의한 분담금을 1년 연장 적용하면서 충분한 협상 기간을 갖는 유연성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방위비 분담금에 현물지원 원칙이 적용되기에 한국 경제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국민과 국회에 적극적으로 알려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거봉 : 평행선 달리는 한일 지소미아

“美, 방위비 협상 前 지소미아 문제 先해결 압박”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월 일본을 방문해 한일 지소미아 복원을 공개적으로 희망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pin)”이란 말을 반복해 사용하면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일본담당 부차관보도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종료를 비판하면서 복원을 압박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11월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소미아를 완전히 지지한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관계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한미일) 3개국의 조율 역량을 향상시키는 협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NHK 인터뷰에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한국에 지소미아에 머물도록 설득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스틸웰 차관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우려하는 한국 측 인사에게 “지소미아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이 지소미아 복원을 원하는 것은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려면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을 배척하고 북한과 중국에 다가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에 비협조적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 23일 0시 이전 복원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세 번째 거봉 : 미국 인도태평양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월 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하원의 탄핵 조사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가치’가 아닌 ‘돈’으로 평가하는 인식을 비쳤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월 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하원의 탄핵 조사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가치’가 아닌 ‘돈’으로 평가하는 인식을 비쳤다. [AP뉴시스]

2019년 6월 미국 국방부가 ‘인도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공개했다. 미·중 간 경제적 마찰이 불거진 상황에서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최우선 정책(America First Policy)’을 안보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 미국 본토의 안전을 확보한 후, 팽창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잠재적 경쟁국들의 세력 확장을 봉쇄하는 게 인도태평양전략의 목표다. 미국은 눈엣가시처럼 안보 위협을 가하는 불량국가들을 압박과 회유로 굴복시킨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규칙을 중심으로 구성된 개방되고 자유로운 세계 질서(Rule Based, Open and Free World Order)’를 유지하려고 한다. 미국이 그 전장으로 인도태평양을 선택한 것은 경쟁국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하되 부담은 이전보다 동맹국들이 더 많이 져야 한다’는 의제를 지속적으로 반복해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 참여국들에도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11월 7일 열린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서 “수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있어야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태평양전략 추진을 돕는 거액의 인프라 투자에 나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국은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당초 요구한 금액을 모두 관철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인프라 투자 형태로 동맹 비용을 분담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말로 시한이 다가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은 상당한 금액을 더 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유사한 난관이 더 높은 파고로 닥쳐올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희망적 사고를 버리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의 도화선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가능한 한 빨리 병력을 빼내고 싶다. 큰 비용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회담에서도 북측 대표가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11월 23일 0시에 종료되는 지소미아 문제와 제11차 방위비 협상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야기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세계전략을 구현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 문제에서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하면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논의가 속도를 낼 것이다. 한미동맹이 66년 동안 지속돼왔기에 설마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지겠느냐 하는 안일한 생각과 희망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강하나 희망적 사고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종료 결정 이후 워싱턴에서는 오랫동안 금기시되다시피 한 주한미군 철수 목소리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을 이룬 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의 성향을 볼 때 감축이나 철수를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정치는 정글의 법칙 위에서 진행된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국도 없다. 오직 영원한 국가 이익이 있을 뿐”이라는 금언을 생각해볼 때다.

[신동아 12월호]




신동아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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