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 씩 책 한 권을 고재석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하지만 저자 말마따나 ‘수축사회’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과거처럼 무한 팽창하는 시대는 지났다. 필요한 경우라면 도리어 외국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책에 소개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핀셋 이데올로기’는 이념적으로 양분된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 만하다.
작금의 광장정치는 국론 분열이나 다름 없다. 좌우로 나뉘어 상대 진영을 ‘악’으로 규정한 채 싸우는 꼴이다. 광장정치에서 우리가 본 것은 서로를 향한 공격 구호뿐이다. 그저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점점 수축하는 사회에서 언제까지 선거만 바라본 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제시한 ‘핀셋 이데올로기’를 실현할 정치인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수축사회’는 분명 지금의 한국 사회를 굉장히 잘 분석한 책이다.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났고 어떤 식으로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저자의 생각이 잘 녹아들어 있다. 수축사회는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피할 수 없고 한국도 이미 수축사회에 진입했다.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에는 저성장이 고착화됐고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고령화까지 맞물려 있다. 3중고 앞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을 넘기기 전에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럴 때는 ‘팽창사회’의 행동 지침을 따라야겠다. 고속성장 시대에 한국은 이미 많은 위기를 극복했다. 아니, 팽창사회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세의 침입에도 반만년 역사를 지켜온 나라 아닌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극복했다. 수축사회의 현실을 팽창사회의 이상으로 해결하자 하면 너무 꿈같은 얘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