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호

2019 DIEX

무기도입 시 ‘韓부품 수출’ 없어질 판… 절충교역 전략적 활용 필요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9-11-25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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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방위산업 절충교역 통해 경쟁력 확보

    • 절충교역 대폭 줄이면 미국 업체만 이익

    • 부정당업자 중복 제재로 軍전력증강사업 차질

    • 1400만 원 착오에 “474억 원 내라”

    10월 31일~11월 2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스마트국방 ICT 산업박람회’에서 KAI가 선보인 소형무장헬기 모형. [지호영 기자]

    10월 31일~11월 2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스마트국방 ICT 산업박람회’에서 KAI가 선보인 소형무장헬기 모형. [지호영 기자]

    국내 주요 방산업체와 유관 기관이 10월 31일부터 사흘간 경북 구미시 구미코(구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스마트 국방 ICT 산업박람회’(2019 DIEX)에 참가해 첨단 장비와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백승주 의원(자유한국당)은 이번 전시회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제품이 군에서 시범 사용될 수 있도록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 국방예산이 2019년 대비 7.4% 증가한 50조1527억 원으로 편성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7.9%로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4.2%보다 높으나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방산업체의 2018년 매출은 10조4000억 원으로 2016년보다 1조 원가량 감소했다. F-35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등 고가 해외 무기 수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방위산업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토대 역할을 하는 안보전략 산업이면서 국가경제 기여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특히 인접산업 파급효과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무기 도입 사업 시 ‘절충교역(offset orders)’을 사실상 폐지하고 ‘산업협력 제도’로 대체하려고 하면서 절충교역을 통해 연간 7000억 원에 달하는 수혜를 봐온 국내 방산업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절충교역은 외국으로부터 무기 및 장비를 구매할 때 계약 상대자에게 기술이전, 부품 제작 수출 등 반대급부를 제공받는 조건부 무역을 가리킨다. 경쟁 사업일 때는 기본계약 예상금액의 50% 이상, 비(非)경쟁사업일 때는 기본계약 예상금액의 10% 이상을 적용해왔다. 



    최근 5년간 국내 기업들의 절충교역 수혜 규모는 29억7000만 달러로 그중 기술이전이 50.7%, 부품 제작 및 수출이 46.3%, 장비 등 획득이 3%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부품 제작과 수출에 치중하고 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기술이전을 받은 비중이 높다. 국내 기술 축적을 위해 절충교역이 중요한 이유다.

    “절충교역 확 줄인다” 미국 업체만 이익?

    절충교역 제도는 1980년대 방위산업 성장기에 도입돼 선진국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수출 활성화 및 무기체계 국산화에도 기여했다. 한국과 방위산업 환경이 비슷한 이스라엘과 터키도 절충교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보잉으로부터 F-15 전투기 직도입 때 1조 원 규모의 절충교역을 통해 민항기 부품 수출 산업화에 성공했다. KAI는 이를 기반으로 민항기 기체구조물 시장에 진입해 연매출 1조5000억 원과 5000명 넘는 고용 창출 기반을 조성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절충교역을 크게 축소해 ‘국방 산업협력 제도’로 개편하려고 한다. 국회에 제출된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무기체계 공동 개발, 생산 또는 합작 투자에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출 촉매제 구실을 하던 절충교역 권리를 대폭 완화하면 수출 감소를 자초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미국 업체에만 이익이 된다는 견해가 많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외에서 구매하는 무기체계에 대한 군수지원 능력도 산업협력 대상에서 제외돼 무기체계 운용, 전비 태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방위산업 선진국과의 협력은 방위산업 후발국이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렛대다.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북한 및 주변국 대응 전력 확보를 위해 무기체계 수입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절충교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방위산업 기반이 확보된 유럽 국가들도 절충교역을 전략적으로 운영한다.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절충교역 의무비율이 계약금액의 100%다. 터키는 강력한 절충교역(계약금액의 70% 이상) 제도를 통해 방위산업 수출의 40%를 절충교역으로 확보하고 있다.

    1400만 원 착오에 “474억 원 내라”

    11월 1일 ‘2019대한민국 스마트국방 ICT 산업박람회’를 참관하는 군 장병들. [지호영 기자]

    11월 1일 ‘2019대한민국 스마트국방 ICT 산업박람회’를 참관하는 군 장병들. [지호영 기자]

    한편 방위사업청은 방산 업체들의 숙원인 과도한 부정당업자 제재와 관련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7월 17일 “방산업계가 부정당업자 제재로 지속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은 방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재가 종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정당업자 제재는 부정행위가 드러난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로 신규 사업 입찰 제한, 부당이득금 및 가산금 환수, 착수금·중도금 지급제한, 이윤감액, 적격심사 입찰 감점 등의 제재가 있다. 

    방산업계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제재는 착수금·중도금 지급 제한과 이윤 차감 관련 제재다. 특정 업체가 부정당업자로 지목되면 진행 중인 개발, 양산 사업에서 착수금·중도금을 지급받는 것을 제한받는다. 착수금·중도금 지급 제한 시 방산업체의 유동성 위기→협력업체로의 위기 확산→군 전력증강사업 차질→전력 공백으로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방산업계는 주장한다. 착수금·중도금 지급 제한이 제재의 성격을 넘어 전방위적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 시 부당이득금 및 가산금 환수 외에 이윤 차감까지 이뤄지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방산업체들은 하소연이다. 한화디펜스는 협력 업체 이오시스템의 1400만 원 부정행위를 이유로 474억 원의 이윤 차감 처분을 받았다. 협력 업체의 1400만 원 계산 착오에 474억 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김중로 의원(바른미래당)은 10월 7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방산 비리 프레임을 깨뜨리는 동시에 과도한 징계도 없어야 하다. 이대로라면 방산 대기업도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지체상금(무기체계 연구개발이 지체됐을 때 업체가 지불하는 금액), 부정당 제재 등을 개선이 아닌 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0월 20일 “방위산업은 국가가 수요를 독점하는 사업으로 부정당 제재를 맞을 경우 방산 업체는 수입원이 없어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근원적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동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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