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 씩 책 한 권을 고재석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관철된다 하더라도 ‘정의롭고 잘사는 대한민국’이 탄생하기는 어렵다. 검찰개혁은 검찰 조직을 개편하는 일이지 정의를 바로잡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2선으로 물러난다고 해도 하향세를 탄 경기가 바로 좋아질 리 만무하다.
‘수축사회’는 한국의 이런 모습을 비판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겪는 어려움이 경기 침체와 전 세계적 양극화,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임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파이가 점차 줄어드는 수축사회에서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무의미하다고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일상 앞에 놓인 사회문제는 좌우보다는 위아래(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생존 대립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팽창사회를 거쳐온 과거형 인간들은 수축사회로 진입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이데올로기적 쟁점을 부각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사회문제를 단편적 해법으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자세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처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커’는 도리어 본국인 미국에서는 호의적인 여론을 얻지 못했다. ‘조커’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수축사회’ 속 한국의 모습도 허구가 아니다. 이미 진행되는 이야기다. 유비무환이다. 누가 읽더라도 지금이 수축사회로 연착륙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진영 논리로 분열되기보다 미래를 위한 대화를 위해 모두 테이블 앞에 앉아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질문은 ‘해법’이다. ‘수축사회’는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한국사회 저변에 자리 잡지 못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국의 불균등한 경제구조를 뒤바꿔야 한다고 소리 높인다.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정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