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홍성국의 ‘수축사회’를 읽고

카산드라의 저주

피아(彼我) 구분에 골몰하는 사회

  • 김영중 한화도시개발 개발1팀 차장·Book치고 2기

    입력2019-12-06 14: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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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 씩 책 한 권을 고재석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수축사회’란 무엇인가. 기술혁신으로 웅비한 ‘팽창사회’가 인구 감소, 양극화, 공급 과잉 등의 복합적 문제에 직면한다. 사회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상화된다. 그러니 내일 대신 오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몸도 마음도 움츠려든 채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회가 곧 나와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모습이라는 슬픈 내용의 책.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팽창 패러다임이 수축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이정표가 됐다. 풍선 터지듯 자산 버블이 터졌다. 사람들이 나눠 먹을 파이는 더는 커지지 않는다. 더 갖기 위해서는 뺏어야 하는 시대다. 파이가 줄어 더 뺏어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를 어떤 이들은 이런 단어로 표현한다. 디스토피아 또는 아포칼립스(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용어. 세계의 멸망, 세기의 멸망을 의미) 

    수축사회의 옷을 가장 잘 입은 나라는 한국이다.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젊은이 대신 노인을 고용하며 나라 재정을 고갈 낸다. 기업은 하루빨리 제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 애쓴다. 일자리 잃은 청년들은 출산이 아니라 혼인부터 포기한다. 저자 마음이 궁금하다. 미래 예측에 성공한(적어도 한국의 현 상황을 맞춘) 카산드라는 행복한 기분일까. 참고로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는 카산드라의 경고에 이렇게 답한다. “입 다물라 카산드라. 나는 나의 아들을 죽이느니 차라리 잿더미에 휩싸인 트로이를 볼 것이다.” 

    역사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개개인이 아등바등한다고 물줄기를 바꿀 수 없다. 단 운명을 이해하되 대책을 찾는다면 속도는 늦출 수 있다. 사회가 가진 역량, 저자 말대로 ‘사회적 자본’이 디스토피아와 아포칼립스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들도 자기객관화를 할 필요가 있다. 1950년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4위에 달했던 베네수엘라는 지금 식량 부족 탓에 국민 평균 몸무게가 8.6kg이나 빠졌다. 국민의 20% 가까이가 고국을 떠나 난민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수의 국민은 나라를 그렇게 이끈 고(故)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마두로 현 대통령을 지지한다. 우리가 베네수엘라 사정보다 나은 게 있을까. 그래도 그곳은 매장된 석유라도 많다. 



    카산드라가 광기에 휩싸여 떠들어도 트로이는 함락되고 아가멤논은 죽었다. 귀를 막으련다. 아니 트로이에서 도망쳐야 하나. 그리스군이 되어 점령군으로 개운(開運)할까. 아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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