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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전기택시를 등진 까닭 택시기사 “안 몰아”, 택시회사 “안 사”

정부·서울시 지원금만 주고 무대책

  • 최진렬 인턴기자 fufwlschl@naver.com

그들이 전기택시를 등진 까닭 택시기사 “안 몰아”, 택시회사 “안 사”

  • ●1회 충전 운행 거리 너무 짧아…잦은 충전에 운행 중단
    ●같은 돈 벌려면 LPG택시보다 2~3시간 더 일해야
    ●내부 공간, 트렁크 좁아 승객 불편 호소
    ●차량 제조업체마다 충전기 달라 추가 도입 난항
전기택시 시범보급 사업을 위한 시승식이 열린 2016년 1월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교통연수원에서 택시기사들이 시승 전 전기택시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전기택시 시범보급 사업을 위한 시승식이 열린 2016년 1월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교통연수원에서 택시기사들이 시승 전 전기택시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혹시 이 중에 전기택시 운전하는 분 있나요?” 

“저기 범석 씨뿐이야. 저 사람도 건강이 안 좋아서 쉬엄쉬엄 일하느라 타지, 나이 많은 기사 몇 명 말고는 전기택시 타는 사람 없어.” 

2019년 12월 17일 서울 양천구의 택시회사 삼기통산 대기실. 그곳에는 택시기사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 가운데 전기택시 운전자는 서범석(53) 씨 한 명뿐이었다. 

서씨는 26년차 베테랑 택시기사다. 3년째 전기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그가 전기택시 운전대를 잡는 것은 사납금 부담이 적기 때문. 일반적으로 LPG택시기사는 차량을 12시간 단위로 배정받는다. 주간에 일하면 12만7000원, 야간에는 15만7000원씩 사납금을 내야 한다. 반면 전기택시는 기사 1명이 하루 종일 차를 운행할 수 있고, 사납금은 14만 원이다. 서씨는 “전기택시를 몰면 LPG차를 운행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마음 편하지만 몸은 고된 일

하지만 이날 대기실에 있던 택시기사 중 서씨를 제외한 이들은 하나같이 “전기택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40년 동안 택시 운전을 했다는 차종선(66) 씨는 “전기택시는 영업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네다섯 시간 운전하고 나면 충전하느라 한동안 쉬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기택시를 충전하려면 완속 충전기의 경우 7~8시간, 급속 충전기로 해도 30~40분이 소요된다. 영업시간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택시기사한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간이다. 

“LPG택시를 타면 11시간만 일해도 사납금을 내고 적당한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전기택시로 그만큼 벌려면 13시간에서 14시간은 일해야 한다.” 

차씨 설명이다. 서씨도 이를 인정했다. 게다가 겨울에는 배터리 방전 속도가 다른 계절보다 빠르다. 히터와 좌석용 열선 등을 계속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행 가능 거리가 줄고, 같은 돈을 벌려면 다른 계절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한다. 자연히 택시기사는 전기택시 운행을 꺼린다. 

전기택시에 호시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서씨는 “한때는 전기택시가 제법 인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택시회사가 기사에게 유류비를 일부만 지원해 주던 시절 얘기다. 서씨에 따르면 예전에는 일별 LPG 지원량이 정해져 있었다. 택시회사마다 28L에서 35L까지 다양했다. 그 양을 넘어서는 연료비는 택시기사가 부담했다. 당시 전기택시는 충전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택시 기사가 선호했다. 

하지만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법은 택시회사가 운전자에게 유류비, 세차비 등 운송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광역시 택시기사는 2016년부터, 다른 지역 택시기사는 이듬해부터 유류비 부담에서 벗어났다. 역설적이게도 이로 인해 전기택시가 가졌던 큰 이점 하나가 사라졌다. 

택시기사들이 전기택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더 있다. 20년 경력의 택시기사 최봉대(63) 씨는 ‘공간 부족’을 지적했다. 

“우리 회사 전기택시(차종 SM3 Z.E)는 배터리가 트렁크에 있다. 그것 때문에 짐 실을 자리가 부족해 장거리 손님들이 이용을 꺼린다. 차 내부 공간이 좁아서 체구 큰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문제다.” 

최씨 얘기에 서씨는 “사실 전기택시는 홍보용이지, 홍보용이야”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에 대해 윤정회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현재 택시회사 및 기사들이 전기택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현대자동차에 택시에 적합한 차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한다. 윤 팀장은 “2015년 보급한 전기택시를 대상으로 배터리 무료 교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지원 노력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로에서 사라진 전기택시

서울 양천구 삼기통산 차고지에 전기택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최진렬 인턴기자]

서울 양천구 삼기통산 차고지에 전기택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최진렬 인턴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는 1일 영업 거리가 개인 평균 220km, 법인 평균 440km에 달한다. 택시를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전기택시 확대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이 운행을 기피하면서 기껏 보급한 전기택시가 도로를 달리는 대신 주로 차고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기통산을 방문했을 당시 차고지에는 전기택시 8대와 LPG택시 21대가 주차돼 있었다. 삼기통산은 전기택시 14대, LPG택시 71대를 보유한 업체다. 전기택시의 57%가 차고지에 서 있는 반면 LPG 택시 유휴 비율은 24%에 그쳤다. 

다음 날 오전 11시 무렵 방문한 서울시 양천구 택시회사 명화운수 차고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는 전기택시 8대, LPG 택시 33대가 각각 주차돼 있었다. 명화운수는 전기택시와 LPG 택시를 각각 10대, 110대 보유한 업체다. 관리자가 사용하는 업무용 차량으로 용도 변경한 1대를 제외해도 전기택시 유휴 비율이 70%에 달했다. 반면 LPG 택시 유휴비율은 30% 수준이었다. 

이렇다 보니 택시회사는 점점 전기택시 보유를 꺼리는 분위기다. 2019년 서울시에서 전기택시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은 대당 1800만 원으로, 2015년(3000만 원)에 비해 줄었지만 일반 전기차 보조금(최대 1350만 원)보다는 훨씬 많다. 그러나 2019년 서울시에 전기택시 보조금을 신청한 법인택시는 62대에 그쳤다. 
 
상당수 회사는 오히려 기존에 갖고 있던 전기택시를 팔아치우고 있다. 전기택시를 도입하며 보조금을 받은 사업자는 이후 2년간 의무적으로 해당 택시를 영업용으로 등록해야 한다. 지금까지 서울시에 등록된 법인 전기택시 가운데 의무기간을 채운 차는 25대다. 이 중 18대가 2019년 말 현재 폐차, 매매 또는 업무용으로 용도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일운수는 2년 이상 보유한 영업용 전기택시 3대 중 1대를 폐차하고 2대를 팔았다. 삼기통산은 의무 보유기간이 끝난 전기택시 8대 중 절반을 매각했다. 명화운수는 7대 전체를 정리했다. 1대를 폐차하고 4대를 팔았으며 남은 2대는 사내 업무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명화운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일 시간 싸움을 벌이는 택시기사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기택시 충전을 고역으로 여긴다. 전기차를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하니 그런 부담이 없어 참 좋다”고 밝혔다.


소비자 이끌 유인책 개발해야

서울 삼기통산에서 충전중인 전기택시(왼쪽)와 충전기. [최진렬 인턴기자]

서울 삼기통산에서 충전중인 전기택시(왼쪽)와 충전기. [최진렬 인턴기자]

2018년 현재 전기택시를 보유한 서울시내 택시회사는 5곳이었다. 이들 전부는 2019년 전기택시를 증차하지 않았다. 전기택시가 도로에서 차고지로, 차고지에서 다시 회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기사와 승객의 낮은 선호 때문만은 아니다. 대한상운 박상태 상무는 차량 충전비 인상도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는 택시회사에 설치된 충전기의 전기 사용료(충전료)를 할인해 줬다. 올해부터 그 혜택이 사라진다. 박 상무가 충전기 설치 업자로부터 받은 서류를 보니 2018년 173.8원/kWh이던 전기택시 충전료가 2020년 이후에는 250원/kWh로 책정돼 있었다. 

차종이 다르면 충전기가 호환되지 않는 점도 전기택시 확산의 장애물로 꼽힌다. 2018년까지 서울시내 택시회사에 가장 많이 보급된 전기택시 차종은 르노삼성의 SM3 Z.E였다. 대한상운, 명화운수, 삼기통산 등 3개 회사가 보유한 전기택시는 전량 SM3 Z.E다. 그런데 2019년 서울시가 르노삼성 자동차를 전기택시 보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배터리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아 양대 택시노조에서 기피한다는 이유에서다. SM3 Z.E 전기택시 23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상운 박 상무는 “우리 회사에는 르노삼성 전기택시에 맞는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다른 차종을 들이면 충전기를 호환해 사용할 수 없어 추가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정부가 이런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며 “전기택시가 전기차 보급 확대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적극적인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택시 충전기가 호환되지 않는 등의 문제는 과도기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업계에 문제 해결을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같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 교수 얘기다. 그는 정부에 소비자가 전기택시를 선호하게 유인할 만한 방안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전기택시 요금이 일반택시 요금보다 저렴하다. 세금 감면 정책 덕분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기택시 공급을 확대하는 데서 나아가 다양한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제언이다.




신동아 202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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