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호

‘돌아온 안철수’의 빅픽처

“제2의 3당 합당으로 중도·보수 이끈다”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20-01-1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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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당-새보수당-안철수당 ‘反文 대연합’

    • 부동층 확대, 정권무능론, 지리멸렬 보수당

    • 安, 비호감도 1위, 애매한 정치 비전은 ‘위기’

    • 귀국 한 달, 安 부활·소멸 갈림길 될 것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월 19일 귀국한다고 한다. 일주일 전 이미 정계복귀를 선언한 터였다.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하고 정계 은퇴(7월 12일)를 선언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도 볼 수 있는 이 기간 안 전 대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일단 2권의 책을 냈다. 지난해 9월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을 발간했고,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올해 1월 22일 미래 비전을 담은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를 발간했다. 문득 영화 ‘기생충’의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복귀를 촉진한 기회 요인들

    안 전 대표가 지금 정계로 복귀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첫째, 부동층의 확대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7~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해 10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무당층은 25%에 달한다. 특히 19~29세 무당층은 40%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35%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30대에서도 무당층은 20%에서 27%로 지난해 12월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부동층은 더 많을 것이다. 

    관성에 따라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충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거나 지지 철회를 고민 중인 준(準)무당층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림잡아 부동층이 최대 40%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런 부동층을 통상 ‘중도층’이라 한다. 안철수 전 대표는 과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그 신드롬을 다시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믿을 것이다. 

    둘째, 정권무능론의 확산이다. 한국갤럽이 2017년 5월 16~18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내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 동안 직무수행 전망을 물은 결과 무려 87%가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2019년 5월 30일~6월 2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국정지지도는 45%로 나타났다. 취임 초기에 비해 많이 하락했다곤 하지만 이 또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정례조사 추이를 보면,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조국 정국’ 당시 39%로 떨어졌다가 최근 조사(1월 7~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47%로 나타났다. 



    국정지지도 하락 원인은 물론 실정(失政) 탓이다. 그나마 최근 국정지지도 상승을 이끈 요인은 검찰개혁을 끈기 있게 밀어붙여 성과를 낸 것이다. 그래서 ‘정권심판론’까지는 아니지만 ‘정권무능론’ 정도가 현재 국민적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라도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비빌 언덕이 생긴 것이다. 특히 경제,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은 안 전 대표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 아니던가. 

    셋째, 지리멸렬한 보수정당들이다. 탄핵 정국에서 바닥을 쳤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되살아나긴 했다. 하지만 최근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대표로 불러들인 이후 반짝 효과를 누렸지만, 바로 그 황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겪으며 리스크로 작용해 정당지지율이 원 위치로 돌아간 상황이다. 

    유승민 전 대표와 유승민계는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지만 여전히 소수정당에 불과하다. 그들이 최근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안 전 대표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신드롬’이 거셀 당시와 비교하면 통합 제안의 강도는 한결 약해졌다. 하지만 안철수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안 전 대표가 그 정도의 가치는 있다는 뜻이다. 중도의 상징성일 것이다.

    복귀 후 당면할 위기 요인

    그러나 ‘돌아온 안철수’ 앞에 레드카펫이 깔린 게 아니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여전한 비호감도다. 한국갤럽이 2019년 12월 10~12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안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 응답은 69%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것으로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연장선상에서 국회의원 정도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재목(材木)은 아니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정계 복귀 이후 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그에게 대권의 기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둘째, 넘어서야 할 강적들이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호감도 순위는 이낙연(50%), 심상정(39%), 박원순(32%), 이재명(29%), 유승민(23%), 황교안(18%), 안철수(17%) 순이었다. 

    희망적인 조사 결과도 없진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1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안 전 대표는 7%의 선호도를 보였다. 이낙연(22%), 황교안(17%)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가 차기 대권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나머지 군소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군소 후보들도 넘어서야 하고,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도 넘어서야 할 산이다. 유승민계 탈당으로 국회의원 숫자가 줄어든 바른미래당이 유일한 조직 기반인 안 전 대표로서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당장은 당 내의 강적, 손학규 대표도 넘어서야 한다. 손 대표에게 대표를 맡길 당시 안 전 대표도 유 전 대표도 잠정 체제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오히려 본인이 중도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갖고 대표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쉽게 자리를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여전히 애매한 비전이다. 안 전 대표는 1월 9일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계 의원들이 주최한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영상편지를 보냈다. 여기에서 안 전 대표는 정치개혁 목표를 △정치 리더십의 교체 △낡은 정치 패러다임의 전환 △정치권 세대교체로 제시했다. ‘내용 부재’로 피로감만 더했다는 평가를 받은 ‘새정치’라는 단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고 ‘정치개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여전히 내용은 원론적이다. 세대교체를 말하면서도 어떤 세대인지를 말하지 않는 애매함이 뒷맛으로 남는다. 안 전 대표가 내놓은 야심만만한 비전서,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체험기’ 정도로 감동받을 국민은 별로 없다. 그들은 이제 예리하게 벼린 칼 같은 지도자를 갈망한다.

    안철수의 3가지 시나리오

    1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영상메시지가 방영되고 있다. [뉴시스]

    1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영상메시지가 방영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안 전 대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우선 손 대표를 내쫓든지 연대 하든지 해서 바른미래당을 돌려받아야 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는 현재 손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속 비대위원장은 역시 안 전 대표일 것이다. 문제는 손 대표가 끝내 사퇴하지 않을 경우다. 이 경우 손 대표가 결국 통합 논의와 총선 실행을 주도할 수밖에 없고, 안 전 대표는 그가 차려주는 밥상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정계 은퇴까지 했다가 복귀하는 마당에 이 정도 부차적인 역할에 안 전 대표가 만족할 리는 없다. 

    둘째, 독자 신당 창당이다. 안철수계인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1월 14일 그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 전 대표 귀국 후) 신당 창당이 거의 확실하다. 당명을 다 바꾸고 일주일이면 가능하다.” 

    당장은 손 대표를 압박하는 카드 성격이 강하지만, 창당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바른미래당도 안 전 대표에게는 중도진보에서 중도보수로 넘어가는 디딤돌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이번에 만들 신당도 디딤돌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래도 정당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통합 논의 과정에서 지분 유지가 가능하고, 통합 논의가 불발되더라도 총선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셋째, 통합 흐름에 합류하는 행보다. 현재 바른미래당 안철수계는 쌍방향으로부터 통합 제안을 받고 있다. 보수·중도 대통합을 추진 중인 혁신통합위원회(혁통위)와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가 한 축이다. 또 다른 축은 민주평화당 탈당파가 만든 대안신당이다. 이들은 건강한 중도·개혁 제3세력의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어느 쪽을 더 선호할까? 굳이 선택한다면, 전자가 아닐까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안 전 대표는 이미 바른미래당을 창당할 때 중도 진보에서 중도 보수로 몸을 옮겼다. 

    국회의원 숫자가 줄어드는 ‘손절매’를 감수하면서 안 전 대표가 꿈꾼 것은 ‘제2의 3당 합당’이라고 본다. 추정컨대 그가 그리는 ‘빅픽처’는 아마도 친박계와 극우 세력을 제외한 건전보수, 중도보수 전체를 한데 묶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일단 한국당, 새보수당, 바른미래당 또는 안철수 신당과 3당 합당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반문’(반문재인)을 기치로 내건 정치적 이벤트로서 주목도도 그쪽이 훨씬 높다. 

    더욱이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황 대표가 간절히 안철수를 찾고 있다. 황 대표는 1월 14일 안 전 대표 측과 접촉 중이라며 “오셔서 자유 우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적극 구애에 나섰다. 이럴 때는 못 이기는 척 합류하는 것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길일지 모른다. 새보수당과 유승민 전 대표는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서 혁통위에도 통추위에도 바른미래당이나 안 전 대표가 들어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반대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안철수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도 1월 13일 통합 합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보수 세력과의 ‘묻지마 세력 연대’는 우선적인 관심 사항이 아니다…. 기존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고,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미래로 가기 위해 희생과 결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인다면 충분히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성패에 따른 후폭풍

    그래서 바른미래당 또는 안철수 신당의 지분을 갖고 통합 논의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종의 양면전략을 쓸 것이란 판단이다. 독자 노선과 통합 노선을 병행하되, 통합이 무산되면 독자적으로 총선에 임하는 방식이다. 이때 선거연대 카드도 배제하기 어렵다. 

    7전8기다. 이번에 정계 복귀해서 통합으로 가든 독자 총선을 치르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시 안 전 대표에게 기회가 오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 

    과거 안 전 대표에게 정계 은퇴를 강력하게 권유했던 사람으로서 돌이켜 보면, 정계 은퇴를 결단한 시점이 다소 늦었다. 좀 더 빨리 결단을 내리고 조금 더 시간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는지도 아직은 의문이다. 일단 복귀를 결정했기 때문에, 현재 준비한 수준에서 임할 수밖에 없다. 복귀 후 일시 기대감이 고조될 것이다. 그 첫 한 주, 한 달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신동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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