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점포 수·매출·영업이익 업계 1위
점포 수 경쟁 않겠단 ‘자율규약’ 탓에 언급 자제
올해 지하철 7호선 편의점·해군 PX 운영권 입찰
시장 개입한 정부가 부작용 초래했다는 비판도
[GS리테일 제공]
올해로 출범 30년을 맞는 GS25가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간 편의점업계 1위 타이틀은 CU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극적인 역전을 이루며 ‘왕좌’를 차지한 덕분이다. GS25가 1등 자리를 꿰찬 건 2000년 이후 20년 만이다.
GS25는 특히 ‘경쟁사와 초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를 강조했다. 출범 30년을 때맞춰 1등 자리까지 차지했으니 잔칫집 분위기였을 법하다. 잔칫집에서는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자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격차’라는 표현을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 이 표현이 향후 편의점업체 간 경쟁을 더 자극할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점포 수 역전, 매출은 2300억 원↑
사실 GS25가 CU를 초격차로 따돌릴 정도의 위치에 올라섰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편의점업계는 통상 점포 수로 순위를 매기는데, 이 기준으로 GS25가 1위에 올라선 게 고작 지난해 11월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2위가 된 CU와의 점포 수 차이는 79개에 불과하다. 두 업체의 전체 점포 수가 각각 1만4000개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그런데도 GS25가 초격차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따로 있다. GS25가 점포 수는 물론 단위 면적당 매출과 총매출, 영업이익 등 주요 수치에서 전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GS25는 그간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서는 CU를 앞서 있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매출은 1조5828억 원이었고,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매출은 그보다 많은 1조8178억 원이었다. 영업이익도 898억 원으로 CU(648억 원)보다 많았다. 점포당 매출도 GS25가 더 높았다.
그런데 편의점 시장은 점포 수로 순위를 매겨왔고, 공교롭게도 이 영역에서만큼은 CU가 1위를 지켜왔다. 그래서 그간 GS25와 CU는 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CU는 업계 1위라는 점을 계속 강조해 왔고, GS25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서 1위라는 점을 내세워 왔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워낙 점포 수 경쟁이 치열했고 점포를 늘리면 곧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여겨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됐다”며 “GS25 입장에서는 점포 수만 잡으면 명실상부한 1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더욱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GS25가 지난해 11월에 보인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GS25가 11월 한 달간 늘린 점포 수는 200여 개다. 최근 경쟁사들의 점포 월 순증 규모가 50~70개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다. 10월 말까지만 해도 CU의 점포 수는 1만3746개로 GS25(1만3696개)보다 50개 정도 더 많았다. 역전되더라도 올해 상반기쯤에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CU 역시 매달 점포가 늘어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GS25 점포 수가 급증하면서 되레 79개를 앞서게 됐다.
GS25·CU, 점포 수 경쟁 언급 꺼리는 분위기
GS25의 그간 점포 수 변화 추이를 봐도 11월 ‘실적’은 유난히 눈에 띈다. 지난 2018년 GS25의 연간 점포 순증 규모는 680개가량이다. 이를 월별로 환산해 보면 6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점포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해인 2017년 순증 규모를 봐도 연간 1700개로 월별로 따지면 평균 140개 정도에 불과하다. 200개는 이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과연 GS25가 이런 이례적인 실적을 낸 비결은 무엇일까. GS25 측은 ‘탁월한 상생 제도’와 ‘점포 운영 혁신’을 비결로 꼽았다. 가맹점주들이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GS25와 계약하려는 점주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GS25 관계자는 “본부, 가맹점, 협력업체 등과 상생 경영을 평가받는 동반성장지수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우수 등급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경쟁사들도 GS25가 다시 1등 자리를 꿰찬 데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GS25는 상품 구성이 좋다는 평가도 있어 가맹점주들이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기는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위에 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11월 순증 규모에 대해선 단순히 ‘상생과 혁신’만으로 이룰 수 있는 실적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작심하고 움직이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숫자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그간 GS25가 내놓은 통계가 정확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돼 왔다. CU와 격차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벌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말에 맞춰 한꺼번에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물론 의혹일 뿐이다. GS25가 굳이 점포 수를 일부러 적게 발표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는 CU가 바빠질 차례다. 오랜 기간 유지해 온 1등 자리를 뺏겼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BGF리테일 측은 공식적으로는 “CU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 때문에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라며 “점포 수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GS리테일 역시 마찬가지다. GS리테일 관계자도 “점포 수보다는 영업이익이나 점포당 매출 등 수익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물론 이는 양측의 ‘공식적인’ 입장일 뿐이다. 두 업체가 점포 수 경쟁을 언급하는 데에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18년 말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점포 수 늘리기 경쟁을 더는 하지 않겠다며 정부와 협의해 ‘자율규약’을 만들었다. 이는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 점포 수가 계속 늘다 보니 점주들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짐에 따라 만든 규약이다. 이제는 대놓고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겠다’고 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이런 점에 근거해 업계에서는 GS25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GS25가 편의점 업계의 자율규약 시행 전보다 점포 수를 더 빠르게 늘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GS25 측은 “신규 점포 출점에 더해 다른 편의점 브랜드 전환이 많이 이뤄진 결과물일 뿐이지 자율규약을 어긴 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편의점 40곳, PX 260곳 운영권 놓고 다툼
인천 옹진군 연평도 군 부대에 입점한 GS25.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흥미로운 점은 곧장 올해 상반기부터 ‘대전(大戰)’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일단 올해 1월 7호선 편의점 40곳의 운영권에 대한 입찰 경쟁이 있었다. 7호선 편의점은 GS25가 지난 10년간 운영해 왔는데 계약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입찰이 진행됐다.
지하철 편의점의 경우 브랜드 홍보 효과 등 상징적인 의미가 있긴 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이 여유롭게 편의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편의점 업체들은 지하철 점포를 보유하는 데 무리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GS25가 촉발한 경쟁 탓에 이 입찰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결국 1월 13일 GS25가 사업권을 따내 수성에 성공했다.
6월에는 더 큰 싸움이 예정돼 있다. 현재 GS25가 운영하는 해군부대 PX 260곳이 통째로 매물로 나온다. 한꺼번에 점포를 수백 개 확보할 기회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입찰 모두 기존에 GS25가 쥐고 있던 점포들이라 1위가 한 번에 뒤바뀔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GS25가 큰 입찰을 앞둔 탓에 지난해 말 점포 수를 늘리는 데 더욱 집중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부터 편의점 본사와 계약이 끝나는 가맹점이 급증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편의점은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통상 본사와의 계약이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자유계약(FA) 점포’가 쏟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재계약 대상 점포 수는 약 1만 개에 달한다. 2014년에 신설 점포는 1160개로 처음 1000개를 돌파했고, 이후 2015년 2900개, 2016년 3600개, 2017년 4200개로 빠르게 늘었다. 자율규약으로 인해 점포 신설이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편의점 업체 간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CU나 GS25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세븐일레븐이나 이마트24 등 경쟁사들도 발걸음이 바쁘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1위 경쟁’에 가려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최근 점포 1만 개를 넘겼다. 이어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합병 절차를 밟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 역시 점포를 늘리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들어 점포 늘리기에 가장 공을 들인 업체는 이마트24다. 편의점 업체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수익성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점포 수로 경쟁하다 보면 부작용”
대부분 편의점이 점포 늘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업체별로 제각각 가맹점주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가맹점주 혜택을 늘림으로써 기존 점주는 지키고 경쟁사 점주는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일 매출이 300만~350만 원가량인 소위 ‘대박 점포’에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지원금을 주겠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편의점 업체들이 함께 만든 자율규약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업체들에 자율규약을 만들라고 했던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앞선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시장의 경우 극도의 포화 상태라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주요 업체들이 수익성을 위주로 경영전략을 짜는 시기가 잠깐 있었는데, 다시 규모 경쟁이 벌어지려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점포 수로 경쟁하다 보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무리하게 유지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기존 편의점주의 몸값만 올라가고 새로 창업하려는 이들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다. 업체들이 스스로 약속한 ‘자율규약’의 명분이나 취지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