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호

[김무성 인터뷰①] “좌파들 ‘주린 자가 배를 채우듯’이 막 처먹고 있다”

“박근혜는 불통, 이병기 비서실장과도 독대 딱 두 번”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2-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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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적막감이 흐른다. 의원과 보좌진이 민심(民心)을 갈구(渴求)하러 지역 구석구석 발품을 팔고 있던 참이다. 불 꺼진 채 닫힌 문이 미래에 대한 초조함을 오롯이 드러낸다. 어느 방 앞에는 A4 용지 한 장만이 외로이 나부낀다. 흰 바탕 위에 새겨진 ‘010-XXXX-XXXX’ 따위의 숫자만이 아스라이 보인다. 선거가 막을 내리면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 새로 방 한 자리 꿰찰 사람이 정해질 터다. 

    706호의 주인은 벚꽃이 떨어지면 스스로 정든 회관을 떠난다. 풍운아(風雲兒) 김무성(69) 자유한국당 의원. 한때 28주 연속 대권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그는 지금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보다 더 강력한 대권주자였다. 그런 그가 2018년 6월 “새 보수 재건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겠다”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하의 날씨에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던 1월 10일 오전 10시. 기다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자마자 그가 특유의 저음으로 운을 뗀다. 

    “나도 이제 정치를 마감하고 결산하는 입장에 있다. 모처럼 하는 인터뷰이니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제대로 나가길 바란다. 공인이 삶에서 추구하는 결론은 결국 애국이다. 어떻게 해야 애국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

    “이 실장, 당신 대통령과 독대 몇 번 했소?”

    -박근혜 정부는 권력을 자의적(恣意的)으로 행사하다가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를 두고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을 뽑았는데, 뽑힌 대통령은 자신을 왕으로 착각한다. 완전히 왕정(王政)이다. 나는 민주화 투쟁을 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아무리 존경하는 지도자더라도 하는 행동이 비민주적으로 흐를 때는 저항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통령과 나 사이도 그것 때문에 틀어졌다. ‘당신은 우리의 대표이지, 우리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과 나는 정치적 동지다’ 이런 생각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상과 하’의 개념이었다. 거기서부터 나하고 비극이 시작된 거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말할 때면 그는 비극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박 전 대통령은 ‘하극상’이나 ‘색출하라’는 말을 잘 썼다. 사고의 비민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야. 그래서 그런 비극이 온 거고.” 

    김 의원은 오랫동안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을 역설해 왔다. 문제 인식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993년, 그러니까 그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던 시절에 다다른다. 

    “청와대 있을 때 국정원, 검찰, 경찰, 기무사 등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에서 온 정보보고서를 다 봤다. 권력자가 거기에 길들면 큰일 난다. 한군데 빠져들지 않으려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그걸 일절 안 했어. 불통이야 불통. 당 대표인 내가 아무리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줬고.” 

    그는 이 대목에서 “불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아요?”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부연했다. 

    “비서실장 독대를 안 했다. 이병기(전 비서실장) 구치소 면회 가서 ‘이 실장, 당신 대통령과 독대 몇 번 했소?’ 물었더니 ‘비서실장 되고 들어가는 날 한 번, 그만두고 나오는 날 한 번’ 이렇게 두 번 했다고 하대. 믿어지나? 이병기만 그랬나. 김기춘(전 비서실장)도 못 만난 거요.” 

    -김기춘 실장은 박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측근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병기가 측근 아니면 비서실장 시켰겠나? 김기춘도 전부 전화(지시)였지.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 떨어진다는 거요. ‘이러세요. 저러세요’ 일방적인 지시지. 쌍방향 대화가 아니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2016년 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연설을 마친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두 번째)와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 첫 번째),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왼쪽 첫 번째) 등과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2016년 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연설을 마친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두 번째)와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 첫 번째),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왼쪽 첫 번째) 등과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깨끗한 사람”이라면서도 “하지만 제왕적 권력의 그늘에 최순실 같은 사람들이 기생했다. 권력자가 모르는 새 부정이 싹트는 것이 제왕적 권력 구조”라고 일갈했다. 이내 그는 말머리를 문재인 대통령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 만나서 ‘대통령 되면 당신 손으로 제왕적 권력구조를 개헌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사람의 문제지,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하면 다르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래? 당신 대통령 되면 3년 안에 권력형 부정 터지고 레임덕이 올 것이다. 두고 봐라’라고 예언했다. 그게 ‘조국 사태’다. 조국이 그렇게 흉측한 X인 줄 대통령이 알았겠나? 

    나는 사업하다가 민주화 투쟁을 했다. 나 때문에 군사독재 정권하에 집안 회사가 피해 보면 안 되겠다 싶어 주식을 싹 다 팔아 현금화해서 정기예금 해놓았다. 그 후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정기예금 해놓은 돈의 이자 수입 이외에는 다른 건 일절 생각도 안 했다. 명색이 사업한 사람인데 그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 사면 오른다는 걸 몰랐겠나? 조국은 공직자 재산 실태를 관리하는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다른 짓을 했잖아. 그런 조국을 보호한다고 대통령부터 시작해 유시민, 정의당, 또 민주당 의원들까지 얼마나 한심해. 그중 가장 한심한 게 박지원이요. 왜 다른 당에 있으면서 조국 변호한다고 자기 명예를 팔아먹느냐 이거야. 정말 구토증을 느낄 정도다.”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김 의원은 “좌파들은 집권하면 깨끗이 할 것처럼 말해대더니 ‘주린 자가 배를 채우듯’이 막 처먹고 있다”고 했다. 

    그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문 대통령은 내 생각만 옳다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 퍼주기 복지는 되돌릴 수가 없다. 그렇게 망한 게 아르헨티나, 그리스, 이탈리아, 베네수엘라다.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 꼴로 간다는 걸 믿을 사람이 누가 있나.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은 시장경제 정책을 써서 저렇게 경제 발전을 했는데, 시장경제 정책으로 기적적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은 거꾸로 좌파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써서 나라를 망쳐놓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경제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막 퍼주고 있다. 지난 70년간 부모보다 자식 세대가 잘살았다. 그런데 문 정부 들어와 자식 세대가 부모보다 못사는 나라로 꺾여버렸다. 국가 부채, 연금 부도, 의료보험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재정 적자를 누가 부담하겠나. 우리는 다 살았잖아. 나 죽을 때까지 연금이 부도나리라 생각 안 한다. 이제 미래 세대가 살아갈 때는 연금 부도나게 생긴 거요.” 


    (김무성 의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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