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가 점포 수 대비 매출이 많은 까닭
CU는 ‘가맹점주’가 행복, GS25는 ‘손님’이 행복
운영 측면에선 점주, 알바 모두 CU가 편해
점주에게 수익 모두 주는 이마트24의 등장
피 말리는 경쟁… 소비자는 행복할지니!
밝혀둘 점은 필자가 현재 GS25 점주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GS25에 치우치게 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당연하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수년 전 CU 점주가 될 뻔했다. 절친한 친구가 CU를 운영하고 있어 그 브랜드를 마음에 두었는데, 길 건너편에 있는 CU편의점이 딱 100m 거리 제한에 걸려 있었다. 이런 경우 기존 점주가 동의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길 건너편 점주 분께서 허락해 주지 않아 하릴없이 GS25를 택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 GS25와는 ‘우연한 만남’이다. 어쨌든 이 같은 과정에서 CU와 GS25가 신규 가맹점을 개설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됐고, 오늘도 친구를 통해 CU 편의점의 이모저모를 듣고 있으니 양쪽을 비교하며 나 나름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려고 한다.
이해타산이 분명한 CU
편의점 창업 희망자들이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역시 ‘배분율’이 우선이다.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매월(혹은 보름에 한 번) 일정한 비율로 수익을 배분한다. 본사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 가맹점주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 기준은 대체로 ‘점포 임차료를 누가 내느냐’에 달려 있다. 임차료를 내는 측이 당연히 배분의 몫도 많다.휴대전화 통신사를 선택할 때 SKT, KT, LGU+, 알뜰폰 등 여러 업체의 조건과 서비스, 약정 기간 등을 두루 검토하는 것처럼 편의점을 창업할 때도 이것저것 살펴볼 게 많다.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 업체 하나만 만나보고 선뜻 결정할 수 있겠나. 이런저런 프랜차이즈 업체를 살피고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자리가 좋은 점포의 경우, 가맹 희망자가 여러 업체를 상대로 경쟁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느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주에게 ‘베팅’을 많이 하느냐? GS25보다는 CU가 점주 몫을 더 많이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맹 희망자들은 자연히 CU 쪽으로 기운다.
가맹 희망자가 점포를 임차해 놓고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를 불러 창업을 타진할 때, CU는 대체로 창업을 권하는 편이다. GS25는 CU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다. 심지어 여기는 편의점을 할만한 자리가 아니라고 말리는 경우도 있다. 역시 창업 희망자들은 CU 쪽으로 기운다. 대체로 CU는 이렇듯 공격적(혹은 적극적)으로 점포를 개설해왔다.
이러한 배경에는 CU와 GS25의 역사와 기업 문화도 한몫을 차지한다. CU는 보광그룹에 뿌리를 둔 회사로, 알다시피 삼성의 사돈가에 해당하는 업체다. 안팎에서 범(汎)삼성의 일원으로 여긴다. 게다가 CU는 검사 출신 홍석조 씨가 회장을 맡아 오늘날 수준으로 회사를 키웠다. CU 직원들을 만나보면 삼성과 검찰의 조직 문화가 은연중 배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반면 GS25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범LG 일원으로, LG계열 다른 회사들답게 좀 느슨한 조직 문화가 느껴진다. 이해타산이 분명한 CU와 달리 GS25는 가맹점주에게도 꽤 너그러운(?) 편인데 각종 지원이나 복지 혜택이 많은 것은 물론, 가끔 파격적인 조치로 업계를 놀라게 한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24시간 운영하는 점포에 대해 광열비(전기료 등)를 100%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전국 가맹점주들이 환호성을 질렀는데, 그러다 보니 전기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 몇 개월 후 부랴부랴 옵션을 수정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마저 있었다. 사실 그 정책으로 인해 2019년 GS25 가맹점이 부쩍 늘어난 측면도 있다.
GS25가 ‘애국 마케팅’ 벌이는 이유
대전지방보훈청은 제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대전과 논산의 GS25와 함께 애국선열을 기리는 마케팅을 실시한다고 2019년 8월 14일 밝혔다. GS25는 지금도 ‘애국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대전지방보훈청 제공]
CU와 GS25의 기업 문화가 다른 또 다른 이유를 살펴보자면, 역시 미세한 부분이지만, CU는 홍석조 회장의 아들들이 모두 회사 중역을 맡아 본격적인 가족경영 체제에 돌입한 반면, GS25는 오래도록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온 차이도 있을 것이다.
GS25가 점포 숫자에서 CU를 앞지른 것에 대해 사실 업계 내부는 시큰둥한 분위기다. 어차피 점포 숫자는 매일같이 엎치락뒤치락할뿐더러, 수년 전부터 매출액은 GS25가 많았기 때문이다.
점포 숫자는 CU가 많은데 매출액은 GS25가 많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에 대해 GS25는 줄곧 “GS25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편의점 점주들 처지에서는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분명 GS25가 매출은 더 많다. 그런데 똑같은 매출을 대상으로 했을 때, 편의점 점주가 최종적으로 가져가는 수익은 CU가 더 많다. 편의점 점주들 사이에는 “같은 매출이라면 정산금(가맹점주 은행 계좌에 최종 입금되는 금액)은 CU 점주가 GS25 점주보다 2~5%쯤 많다”는 경험칙이 전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CU는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상품 원가 할인(DC)을 많이 해준다. 소비자는 모르겠지만 편의점 점주도 본사로부터 상품 가격 할인을 받는다. 그런 ‘내부 행사’가 CU에는 많은 것이다.
반면 GS25는 ‘외부 행사’가 많다. 소비자가 대체로 인정하는 것처럼, GS25는 다른 편의점 브랜드에 비해 1+1, 2+1, 덤 증정 같은 할인 행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통신사 할인도 ― 당신이 가입한 휴대전화 통신사에 따라 편의점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CU는 제휴 통신사 가입자에 대해 1000원당 100원을 할인해주는데, 이는 1000원이든 1900원이든 100원을 할인받는 것으로, GS25의 일률적인 10% 할인 정책과 다르다(가입자 등급에 따라 CU는 50원, GS25는 5% 할인을 받기도 한다). 할인된 금액으로 따지면 GS25가 더 많은 것이다.
할인 행사 많을수록 점주에게 손해
그럼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통신사 할인을 받은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까. 통신사와 편의점 측이 일정 비율로 부담하고, 편의점이 부담하는 몫은 다시 본사와 가맹점주의 배분율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고객이 200원을 할인받으면, 통신사가 100원, 편의점이 100원을 부담한다. 거기서 다시, 편의점 본사가 30%, 가맹점주가 70%를 가져가는 배분율이라면, 할인 금액은 가맹점주가 70원, 본사가 30원을 부담하는 식이다.각종 할인 행사도 그렇다. 대체로 할인되는 만큼의 금액을 본사와 가맹점주가 배분율에 따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통신사 할인을 받는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할인 행사 상품을 구입하는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의점 점주에게는 손해가 되는데, 그것 때문에 매출이 늘어날 것이니 쉬이 손익을 따질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GS25의 과도한(?) 할인 정책으로 CU보다 손해가 많다고 여긴다. 매출액은 GS25가 많으나 정산금은 CU가 많이 가져가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그래서 거칠게 표현하자면 CU는 가맹점주가 행복한 편의점이고, GS25는 손님이 행복한 편의점이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맹점을 늘려나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맹점주에게 이익을 많이 줘서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아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이다. 물론 둘 다 추구하면 좋겠지만 대체로 어느 한쪽에 약간 더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의 이익을 늘려주자니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고(본사의 이익을 줄이면 될 텐데!), 소비자의 만족과 이익에 치중하다 보면 가맹점주가 ‘지나치다’ 아우성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일은 이 둘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이다. 전자를 무작정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규모 면에서 압도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성장의 기본 원리고, 소비자보다는 가맹점주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즉각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이니까.
인간은 경제적 동물
어쨌든 CU는 가맹 확대에 치중한 것이고 GS25는 소비자 만족에 약간 더 주력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앞에 소개한 것처럼 CU는 배분율을 몇 % 더 주고 이익률 또한 높으니, 점주 처지에서 봤을 때는 최종적인 정산금으로 몇 만 원이라도 더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창업을 해본 사람은 그 심정을 익히 알 것이다. 단 몇 만 원이라도 이익이 많아 보이면 당연히 그쪽으로 시선이 기운다.편의점 점주들에게 CU는 GS25보다 운영하기 편한 편의점으로 꼽힌다. 같은 편의점인데 ‘운영하기 편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싶겠지만, 아르바이트라도 해본 사람은 금방 알 것이다. 잔일이 많은 편의점이 있고, 상대적으로 편안한 편의점이 있다. GS25는 CU에 비해 각종 행사가 많다. 그러니 들어오는 상품 수량도 많고, 상품 구색도 다양하다. 발주하랴 진열하랴 청소하랴 홍보물 부착하랴 직원 관리하랴 정신이 없다. POS 계산기 작동법도 CU가 GS25보다 직관적이고 편하다(이런 이유로 아르바이트 지원자들이 편의점 일자리를 구할 때도 GS25보다 CU를 먼저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점포와 상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GS25의 노동강도가 CU보다 1.2배 정도는 높은 것 같다고 점주들은 말한다. 같은 정산금이 나오는데 노강도가 센 편의점을 택하겠는가, 비교적 수월한 편의점을 택하겠는가. 인간은 경제적 동물인지라 대개 후자를 택한다.
CU는 GS25에 비해 본사의 간섭도 덜하다는 평가가 많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점포마다 본사 영업관리사원이 지정돼 있는데, GS25 담당자들이 CU보다 깐깐하게 관리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로는 ‘융통성이 좀 떨어지는군’ 싶을 정도로 점포 운영과 서비스를 꼼꼼히 점검한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신규 창업자가 개설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슈퍼’나 독립형 편의점을 운영하던 사람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특정한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로 이른바 ‘갈아타면서’ 개설하는 경우 또한 적잖다. 특히 2012년경부터 편의점이 폭증한 이유에는 여러 배경이 있지만 프랜차이즈로 전환을 택한 ‘동네슈퍼’가 크게 늘어난 탓이 있다. 그러한 편의점 점주들은 소매유통업 현장 상황을 알 만큼 아는 분들로, 경험 많은 점주일수록 CU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편의점은 똑같은 위치에 있으면 어차피 매출은 거기서 거기니,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편한 길을 택했다고나 할까. 브랜드를 갈아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CU가 업계 1위를 지켜온 데에는 이런 물밑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복병’ 이마트24
이마트 24. [박해윤 기자]
이마트24의 등장으로 CU는 ‘배분율이 후하다’는 경쟁력 하나가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이마트24는, 이름과 다르게 24시간 영업을 자율에 맡긴다. 본사가 가맹점을 관리하는 방식도 대단히 자율적이다. 이마트24는 거의 춘추전국시대 식으로 운영되는 편의점이다. 따라서 CU 편의점 점주 처지에서는 ‘운영하기 편하다’는 CU의 또 다른 강점 하나마저 거세된 셈이다. 이마트24의 등장은 모든 슈퍼와 편의점에 위협이지만 CU와 GS25 중에서는 CU가 느끼는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다. 배분율과 자율성에서는 이마트24, 상품 구색과 서비스에서는 GS25에 밀리는, 양쪽에서 협공당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CU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이런 이유 또한 곁들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편의점이 처음 등장한 해는 1989년, 1만 개 점포를 돌파한 해는 2007년이다. 2만 개 점포는 2011년 돌파했고, 3만 개 점포는 2015년, 4만 개 점포는 2017년에 넘어섰다. 최단 시간, 최대 폭증한 기간은 2015~17년 사이로, 그 기간에만 1만 개 편의점이 새로 생겨났다.
한국의 편의점 계약 기간은 보통 5년이다(참고로 일본 편의점 기본 계약 기간은 10~15년이다. 한국은 가맹점주가 점포를 임차해 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대신 계약 기간이 짧고 그 나름의 자율성이 있는 반면, 일본은 본사가 점포를 임차함으로써 가맹점주 수익이 적고 자율성도 희박한 대신 계약 기간이 긴 차이가 있다). 2015~17년 사이 문을 연 우리나라 1만 개 편의점의 ‘재계약’ 시즌이 2020~22년 집중적으로 도래한다. 관전자 처지에서는 흥미진진한 ‘편의점 2차대전’이 향후 수년간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