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법무부 장관
1월 8일 검사장급 인사 관련
정치만 하던 사람이 뭘 알아, 오자마자 인사하나
비정상적이니 국민이 인사 목적 의심할 수 있어
법적으로 문제 있어…
김승규 前법무장관 [김경제 동아일보 기자]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전임 강금실 장관 사퇴 이후 기용된 인사로 검찰 내부 동요를 관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조국 전 장관의 자진 사퇴 이후 등판한 추 장관도 김 전 장관과 비슷한 상황이다.
김 전 장관은 “국회에서 정치만 하던 사람이 뭘 알고 오자마자 인사를 단행하느냐”며 “이번 인사는 절차, 결과 모두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어떻게 봤습니까.
“엉망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드시 듣게 돼 있습니다. 내가 장관이었을 때도 그렇게 했어요.”
-검찰청법에 검찰총장 의견을 들으라고 명시한 이유는 뭔가요.
“검찰총장이라야 누가 수사를 잘하고 못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총장이 검찰을 지휘·통솔 하려면 인사를 통해 부하를 통제해야 합니다. 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인사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래야 수사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은 후 법무부 장관이 배치를 해왔던 이유입니다. 관례적으로도 그렇게 해왔지만 법적 명문화 필요성이 있어 관련 조항이 만들어졌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8월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229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검사를 순환 배치하는 이른바 ‘경향 교류 인사’가 골자였다. 강 장관은 관례를 깨고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과 사전에 인사를 논의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인사 개입이 법적 근거가 없는 관행에 불과하다는 논리였다. 송 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장관과 총장 간 인사 합의를 법률로 명문화하자고 나섰고 이듬해 1월 10일 국회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구절이 추가된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검찰 인사 파악에 최소 6~7개월”
김 전 장관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업무와 검찰 인사 파악에 최소 6~7개월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특히 이번에는 추 장관이 인사를 고려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통상 장관이 인사를 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인사 대상자 파악입니다. 누가 어디에 가고, 누가 적임자인지 판단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추 장관은 오자마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국회에서 정치만 하던 분이 어떻게 검사를 알고 인사를 하겠습니까. 적어도 6개월에서 7개월은 알아보고 검찰 간부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모자랄 판에 오자마자 인사를 단행하다니요. 추 장관이 인사를 어떻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추 장관은 취임 후 닷새만인 1월 8일 검사장급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를 고려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사전에 마련된 인사안에 결재만 하는 모양새로 비춰졌다.
-인사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까.
“수사를 진행 중인 경우에는 통상 수사 종료 후 인사를 해줬습니다. 수사를 해왔던 사람이 수사를 잘하는 것이지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교체하면 새로운 사람이 와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수사가 잘 되겠습니까. 수사 효율을 위해서도 그렇고 관계된 사람의 인권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와서 수사하면 다시 검찰에 가서 진술이나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 관례는 수사 종료 후 인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이것이 국민 상식에도 더 부합하지 않겠습니까.”
-‘좌천성 인사’ ‘총장 손발 자르기’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수사를 총괄 지휘해온 사람이 계속 수사해야지요. 총괄하던 사람을 지방으로 보내거나 더 나쁜 곳으로 보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습니다. 형사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비정상적 인사를 했으니 국민들로부터 의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사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의심을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