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호

심재륜 前고검장 “수사 대상 靑이 秋장관 이름 빌려 인사한 것”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01-18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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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아들 구속한 ‘특수부 전설’

    • 1월 8일 검찰 검사장급 인사 관련

    • 秋, 요식행위 인사해놓고 ‘항명’이라니

    • 인사권자의 횡포

    • 군대도 이러진 않아

    심재륜 前고검장 [동아DB]

    심재륜 前고검장 [동아DB]

    “사표 냈다 생각하고 수사하라.”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은 현역 검사 시절 성역 없는 수사의 표본을 보여줬다. 심 전 고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끝까지 권력을 향한 수사에 임하라고 충고했다. 심 전 고검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 인사와 관련해 윤 총장이 “항명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검찰인사위원회) 회의 불참을 두고 ‘항명'이라 한 것은 이상한 표현”이라며 “인사절차상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심 전 검사장은 ‘특수부의 전설’로 불린다. 1997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보그룹 비리에 연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를 구속했다. 그는 “최근 검찰 인사와 관련한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번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인사권자의 횡포다. 달리 말할 게 없다. 시기와 절차 모두 잘못됐다. 애초에 수사 대상인 청와대가 현 시점에 인사하는 것이 맞는가. 법무장관 본인이 한 인사라고 할 수도 없다. 취임한 지 얼마나 됐나. 장관 이름을 빌려서 청와대가 한 게 아닌가. 누가 봐도 윤 총장을 고립시켜 수사를 못 하겠다는 것이 자명하다. 그래놓고는 균형 인사라니….”

    -위법한 인사였다고 보는가.



    “현 정권이 들어선 후 전직 대통령 등에 대해 하나같이 직권남용 협의를 적용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도덕적으로는 어찌됐든 비난의 대상이다. 인사의 목적과 저의가 뻔하다. 그 밖의 절차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할 정도다.”

    “군인도 이럴 경우 항명 아닐 것”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항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점잖게 말하자면 인사 절차의 요식행위를 갖추려는 것 아니었겠나. 명을 거역했다? 표현도 이상하다. 피해자도 조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는데, 회의에 참석 안 한 것을 두고 명을 거부했다? 군인도 이럴 경우에는 항명이 아닐 것이다.”

    심 전 고검장은 “언제인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가 쉬웠겠냐만, 국민이 양분돼 갈등하는 지금은 더 쉽지 않다”며 우려했다. 그는 검찰 인사를 두고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윤 총장에게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수사에 임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윤 총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하나.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충심으로 주변의 간신배 제거를 도우려고 했다. 그런데 권력의 치부가 드러나니 오히려 윤 총장을 적으로 돌린 것 아닌가. 윤 총장이 살 방법은 하나다. 자기가 말 한대로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물론 수족이 다 잘렸으니 쉽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사란 평검사가 하는 것이니 수사에 영향이 없다지만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순신 장군을 쫓아낸 후 군졸이 잘 싸우니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격이다. 영광스럽게 끝맺을 장소를 찾는 수밖에 없다.”

    그는 1999년 검찰 항명 사태 주인공이기도 하다. 심 전 고검장은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등 수뇌부 퇴진을 요구하면서 “김영삼 정부에 충성을 맹세한 수뇌부가 정권교체 후에도 권력에 맹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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