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호

돈 쥐여주고 권력 쥐려는 포퓰리즘 文정권

재집권 위한 ‘현금 퍼주기’ 후세대 삶 파괴한다

  • 공병호 공병호TV, 공병호연구소 소장

    입력2020-01-28 14: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부채→의욕 저하→저성장→세수 부족→위기

    • 올해 현금복지사업 규모 54.3조 원

    • 펑펑 낭비 뒤에도 국가부채 그대로 남아

    [GettyImage]

    [GettyImage]

    일단 받기 시작하면 권리가 돼버린다. 그래서 정부가 주는 수당이나 보조금은 엄격한 절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민주주의하에서 사람들은 절제하기가 쉽지 않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집권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에 국가를 파국으로 몰아가게 된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몰락한 국가에는 파국의 드라이브를 건 인물들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그리스의 파판드로우 등이 권력을 위해 미래 세대의 삶과 국가를 처절하게 파괴했다. 

    한국에서는 2011년 무상급식 시민투표가 포퓰리즘의 신호탄에 해당한다. 훗날 사학자들은 포퓰리즘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인물로 문재인 대통령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번 공짜에 맛들인 사회는 마약처럼 그 맛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을 벗어던져 버린 사회는 지속 가능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국가부채에서 만성 경제위기까지

    이런 국가들은 대부분 국가부채 급증에 직면한다. 여기에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중과세가 지속되면서 투자 의욕이 급격히 추락한다. 그 탓에 깊은 저성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저성장은 세수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둔한 정치가들은 조세와 준조세 부담을 더욱 늘린다. ‘어, 어’ 하는 사이에 사회주의나 준(準)사회주의 형태 체제가 탄생한다. 이런 체제의 궁극적 종착지는 만성적 경제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노선은 국가개입주의 즉 국가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어려울 때일수록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정부가 더 많은 예산을 쓸어 담은 뒤 그 돈을 사용하는 국가주의가 문 정부의 통치 철학이다. 따라서 세금도 많이 걷어야 하고, 국가부채도 많이 짊어져야 한다. 당연히 예산 규모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클 수밖에 없다. 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있는 국가의 예산증가율이 2017년 7.1%, 2018년 9.5%, 2020년에는 9.3%까지 이르렀다. 이는 민간으로부터 그리고 미래 세대로부터 더 많은 재원을 끌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국가가 많은 재원을 끌어다 쓴다는 것은 그만큼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른바 ‘삽질의 일상화’다. 당연히 만성적 자원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원 낭비는 현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민간투자에 비해 정부 재정을 투입했을 때의 긍정적 파급효과, 즉 재정지출승수효과는 매우 낮다. 특히 현금 지원의 경우 지출승수효과가 0.3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금 지원은 정부 지출 가운데서도 효과가 거의 바닥이다. 그러니까 1억 원 정도를 지출하면 3000만 원 정도가 성장률과 고용에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뜻이다.



    현금복지사업, 지난해보다 10.6% 늘어

    주로 단기 이익에 매몰된 사람들이 국가부채를 급증시킨다. 이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이 중장기적으로 소요될 비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데는 바로 권력 연장에 모든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저런 근사한 명분을 둘러댄다. 하지만 결국 재집권을 위해 재정지출 급증에 의존하는 꼴일 뿐이다. 훗날 자신들이 권력을 놓고 난 뒤 이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그때의 일이다. 당장 권력부터 쥐어야 한다는 목표가 너무 선명하다. 그래서 사람들 손에 돈을 쥐여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많은 사람은 실물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탓에 여권이 총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왔다. 그러나 여권의 셈법은 일반인의 그것과 다르다. 현금이전성 복지지출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다. 그들은 오랜 선거 경험을 통해 일단 사람들이 뭔가를 받으면 남이 뭐라 하더라도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주어야 할 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 굳이 세금으로 어렵게 조달할 필요도 없다. 필요하면 적당히 둘러대서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면 그만이다. 얼마나 생색내기 좋고 편안한가! 조세 저항도 없고 후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면서 거대 예산을 편성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식은 죽 먹기’ 같은 방법이 있을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야권이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이유다. 수백만 가구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손에 쥐여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득표 활동이 어디에 있을까! 

    정부의 현금복지사업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현금복지사업 규모는 54조 3017억 원이다. 이 수치는 2019년의 48조2762원에 비해 한 해 동안 10.6%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중복 사업으로 분류된 규모가 23조 원으로 42.4%를 차지한다. 절반가량이 중복사업이란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가. 한마디로 손에 돈을 더 쥐여줌으로써 득표 활동에 도움 받겠다는 의사 아닌가.

    돈 쓴 뒤에도 국가부채는 증발하지 않아

    나라 전체가 장기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퍼부었는데도 성장률은 2%에 턱걸이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선거를 앞두고 현금복지사업예산을 10.6%나 늘렸다. 온전할 리 없다. 수입보다 4~5배 많은 지출을 현금복지사업을 위해 늘리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중복 지원된 대표적인 항목은 기초연금(13조1765억 원), 영유아 보육료 지원(3조4056억 원), 아동수당(2조2833억 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1조1991억 원), 저임금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1조1629억 원), 내일채움공제(7800억 원) 등이 꼽혔다. 

    예를 들어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최대 3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해왔다. ‘어르신 공로수당’ ‘품위유지수당’ 등의 명칭으로 10만원 안팎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게 “식량 공급 업무를 하는 농식품부가 왜 복지사업까지 챙깁니까”라고 질책했다. 2020년 농식품부 예산안에 90억 원 규모로 새로 편성된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시범사업’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임신부 및 출산 6개월 이내 여성에게 연 48만 원 한도에서 농산물을 살 수 있는 현금성 바우처를 지급하는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유사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의결이 보류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재집권을 위한 현금 남발이 이성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만연하고 있다. 한국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포퓰리즘을 택한 국가들이 걸어간 길인 재정위기와 경제위기의 길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펑펑 낭비하고 난 뒤에도 남은 국가부채는 증발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병호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미국 라이스대 대학원 졸업(경제학 박사)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자유기업원 원장 등 역임
    ● 現 공병호연구소 소장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