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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 감정도 학습·훈련으로 바꾼다”

김민식 교수의 ‘새해 과학으로 마음 다스리기’

  •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무의식 · 감정도 학습·훈련으로 바꾼다”

  • ● 무의식 이해해야 마음 이해
    ●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일이 곧 마음
    ● 뇌에는 1000억 개 신경세포, 1000조 개 시냅스
    ● 공포심·부정적 감정은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것
    ● 트라우마 떠오를 때마다 테트리스 게임을 하라!
[GettyImage]

[GettyImage]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다짐을 한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담배를 끊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원하는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면서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댄다. 

그런데 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실패할까. 그런 의문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마음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과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인간의 마음은 심장에 있다고 여겼다. 놀라거나 흥분하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마음의 기관을 심장이라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도 사랑의 마음을 하트(heart), 즉 심장의 형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마음의 기관은 뇌(brain)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성격이 난폭해지거나, 우울해지거나, 방향감각이 없어지거나, 심지어 신체에 마비가 오는 것이 뇌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마음은 결국 뇌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1000억 개 뉴런, 1000조 개 시냅스

뇌는 매우 복잡하다.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있고, 그 신경세포들과 다른 신경세포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하나의 뉴런은 다른 뉴런과 평균 1만 개씩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연결된 부위를 시냅스라고 한다. 뉴런이 1000억 개라면 1000억 곱하기 1만, 즉 약 1000조 개의 시냅스가 우리 뇌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인가를 배우면 이러한 신경세포의 활동이 바뀌고 시냅스 모양, 연결 구조 등이 바뀐다. 이것이 바로 경험을 통해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우리 뇌를 겉에서 보면 울퉁불퉁한 모양이다. 뇌의 이곳저곳이 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각각의 영역마다 하는 일들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조그만 영역이 미세하게라도 손상되면 평소에 쉽게 하던 일을 못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영역이 손상되면 사람의 얼굴을 못 알아볼 수 있다. 다른 건 다 알아보는데 사람 얼굴만 못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영역이 손상되면, 다른 사람의 말은 잘 알아듣는데 스스로 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또 말은 잘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 뇌에는 말하는 영역, 듣고 이해하는 영역, 보고 이해하는 영역 등이 다 따로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 읽고 이해하는 것, 듣고 이해하는 것, 말하는 것 모두 각기 연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체의 움직임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도 모두 따로 존재한다. 

이렇게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이고, 생각하는 모든 일이 바로 뇌가 하는 일이고 이러한 일이 모두 우리 마음인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마음이라는 것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려면 입력(input)과 출력(output)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뇌도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여 인지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키보드나 카메라, 마이크 등을 통해 정보를 입력받는 것처럼 인간은 피부, 눈, 귀 등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파악한다. 우리 뇌도 컴퓨터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인 것이다.

뇌 정보처리 과정이 곧 마음

우리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변형시키기도 하고, 압축하기도 하고, 더 정교화하기도 한다.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거나 뭔가 특이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선택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같다. 외부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 알 수 없다. 즉, 우리가 어딘가에 주의를 두고 있다는 것은 특정한 정보를 선택하는 일이고, 이러한 주의는 우리 의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의 정보처리 과정에서 정보를 저장하는 단계가 바로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는 단계다. 그렇게 기억된 정보를 이용해서 우리는 판단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고, 추리한다. 이러한 일련의 정보처리 과정이 바로 생각(thinking)이고, 마음의 과정이다. 

즉 우리 마음이라는 것은 뭔가 알 수 없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개념이 아니다. 바로 뇌의 정보처리이며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연구 가능한 대상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뇌의 정보처리 과정 중에 어떤 정보는 우리가 의식할 수 있지만, 어떤 정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처리된다. 즉 뇌의 활동 중에는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활동도 있지만, 우리가 의식할 수 없는 활동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계단의 높낮이를 보고 그 높낮이에 맞게 다리를 움직인다. 즉 계단의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여서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리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대략 계단이 이 정도 높이면, 이 정도 힘과 자세로 내려가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 곰곰이 생각해서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계산, 혹은 생각은 거의 자동적이고 순식간에 일어난다. 너무 빠르고 쉽게 하기 때문에 그것이 마음의 중요한 과정이고 기능이라는 생각을 못 하는 것뿐이다. 이처럼 의식적인 노력이나 자각 없이 하는 마음의 과정을 우리는 ‘무의식’이라고 하고, 그렇게 우리가 의식적인 자각 없이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 과정을 ‘무의식적 사고’라고 한다.

무의식 이해해야 마음 이해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우리 마음은 알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의식적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도 있다. 그럼에도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마음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독자 중에는 벌레를 보면 깜짝 놀라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수업을 하고 있는데 뒷자리에서 여학생들이 막 소리를 질러서 나도 순간 당황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물으니 갑자기 벌레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귀뚜라미처럼 생긴 벌레 한 마리에 그 법석을 떤 것이다. 만약 그 학생에게 “벌레는 무서운 게 아니야. 네가 그 벌레를 잡으려고 하면 벌레가 오히려 도망갈 텐데, 왜 무서워하니? 이제부터 무서워하지 마. 알았지?”라고 말하면 그 학생은 벌레를 더는 무서워하지 않을까? 

벌레를 보고 왜 깜짝 놀라는지 물어보면, 이런 대답들이 나온다. “징그럽고요, 병균도 많아서요.”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비둘기가 달려들 것 같고요, 생긴 것도 무서워요.” 하지만 이런 대답은 일종의 작화(作話·confabulation)라고 볼 수 있다. 즉 자신도 모르는 이유에 대해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 왜 무서운가? 그것은 학습됐기 때문에 그렇다. 어릴 때부터 학습된 기억이 무의식으로 저장됐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학습 메커니즘 중에 고전적 조건 형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중 유명한 실험이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다. 가령 자신의 개가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침을 흘리게 만들고 싶다면, 종을 칠 때마다 먹이를 주는 행위를 여러 번 반복하면 된다. 그러면 나중에는 먹이 없이 종소리만 들어도 여러분의 개는 침을 흘리게 될 것이다. 먹이를 먹을 때 침을 흘리는 건 학습이 아니고 선천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먹이 없이 종소리에 대해서도 침을 흘리는 것은 학습된 반응이다. 학습은 경험을 통해서 일어나는 행동상의 변화다. 과거에는 종소리를 들었을 때 침을 안 흘리던 개가 이제는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고, 이것이 바로 학습이다.

트라우마 떠오를 때 테트리스 게임

트라우마나 부정적 감정이 떠오를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함으로써 긍정적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GettyImage]

트라우마나 부정적 감정이 떠오를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함으로써 긍정적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GettyImage]

귀뚜라미를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귀뚜라미를 보여주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아이가 흥미를 보이며 만지려고 할 수도 있다. 아이가 놀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귀뚜라미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큰 소리를 질러 아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용한 환경에서 누군가 귓가에서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면 어른이라도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도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아이가 벌레를 볼 때마다 주변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면, 아이는 벌레와 깜짝 놀라는 경험을 연합하게 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누군가 깜짝 놀랄 만한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벌레만 봐도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벌레를 보면 왜 놀라는가? 이유는 어릴 때 그렇게 학습된 것이다. 어릴 때 그 무의식적 기억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 마음의 원인을 모른 채 의식적으로 “벌레는 무서운 것이 아니니까, 이제부터 놀라지 않도록 노력해 봐”라고 말하는 것은 마음의 작동 방식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벌레에 대한 공포심은 과거 자극과 반응 간의 연합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학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공포의 대상을 서서히 노출하면서 공포와 반대되는 이완 훈련을 함으로써 공포의 대상과 긍정적 감정을 새롭게 연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조건 형성, 체계적 둔감화, 단계적 노출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포심을 치료할 수 있다.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단일하고 강력한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어떤 이는 정신적 외상(트라우마·trauma)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완화하는 방법을 실험 연구를 통해 제안했다. 그것은 트라우마 관련 기억을 주기적으로 떠올릴 때마다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반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억을 떠올리면 그 기억과 다른 무엇과 연합하기가 쉬워진다. 그래서 공포나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이 떠오를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함으로써 덜 부정적인 감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역시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이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 않다

우리가 마음과 관련해 갖고 있는 대표적 착각 중 하나가 바로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라는 것이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학생에게 무섭지 않다고 마음먹으라고 하면 될까? 우울한 사람에게 우울증 약을 주고 치료해야지 우울하지 않도록 마음먹어 보라고 하는 얘기는 마음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쉽게 담배도 끊고 도박도 끊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바로 습관이다. 습관 역시 일종의 학습된 무의식적 마음이다. 한번 학습되고 형성된 습관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만큼 우리 마음에 중요한 것은 없을 듯싶다.



신동아 2020년 2월호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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