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호

“친황 낙인이 낙선 인증 된다”

한국당 수도권 총선 필패론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20-01-22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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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黃, 기대감으로 시작해 실망감으로 끝나나

    • 장외투쟁, 태극기 공들이며 원내 전략 ‘증발’

    • 1호 인재 영입 실패, ‘친황 체제’ 구축에 실망

    • 朴 탄핵에 대한 반성 거부하는 모습

    • ‘여론 반전’ 비기(祕技) 필요한데 시간은…

    [뉴시스]

    [뉴시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선거에서 필패(必敗)할 수 있다는 말을 누가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 

    2019년 2월 15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날, 자유한국당 대표 후보 첫 방송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가 한 말이다. 이 말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황교안 수도권 필패론’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참으로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말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그 문제를 고민해야 해법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의견이 없다고 하니 해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하다.” 

    당시 ‘수도권 총선 필패론’은 오 전 시장이 만들어낸 정치 프레임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총선 필패론이 보수 지지층과 한국당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는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총선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국 호기’ 놓친 한국당

    ‘조국 정국’은 한국당에 최대의 호기였다. 오히려 민주당 내에서 총선 필패론이 고개를 들 정도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전격 사퇴한 것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폭락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한국갤럽이 2019년 10월 15~17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그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가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조 전 장관은 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10월 14일 사퇴했다. 이때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6%, 한국당 27%였다. 이후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회복세다. 한국갤럽이 1월 7~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7%까지 상승했다. 이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0%, 한국당 20%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는 2019년 2월 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21%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순간이다. 2월 27일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황교안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그 효과가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로써 황교안 대표에 대한 1차 평가가 완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 기대감으로 시작했지만, 실망감으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그사이에 ‘조국 정국’이라는 큰 강을 건넜다. 황 대표는 왜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까. 물론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노력한 결과가 이렇다. 그렇다면 노력을 헛한 셈이다. 결국 정치력 부족이 문제인 것이다.

    황교안 리더십 위기론

    그래서 최근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당 내외에서 확산하고 있다. 황 대표는 대표 취임 초기부터 장외투쟁에 몰입했다. 첫 장외투쟁을 연 때가 2019년 4월 20일이었다. 당시 장외투쟁에 나선 이유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반대였다.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누적된 인사검증 논란과 임명 강행에 대한 반발 성격이 강했다. 이후 ‘조국 정국’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황 대표는 삭발에 이어 단식으로 장외투쟁의 강도를 계속 높여왔다. 

    ‘조국 정국’으로 정당 지지도가 상승한 것과 관련해, 황 대표의 이런 장외투쟁이 효과를 거둔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할 법하다. 그 해석이 유효하려면 이후 정당 지지도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 일부 빠지더라도 완전히 빠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면 그 효과를 의심해 봐야 한다.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강조하면서 한국당의 원내 협상력은 크게 떨어졌다. 민주당과 협상을 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거의 ‘배신’으로 규정짓는 분위기였다. 여기에는 황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보이지 않는 차기 대권 경쟁심리도 작용했다. 

    장외투쟁을 벌인 결과, 성과가 나왔다면 정당 지지도가 과거로 ‘원위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국 사퇴에 이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면 더 반등했을 것이다. 

    조국 사퇴는 여론전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을 막는 것은 여론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여소야대 상황을 이용해 소수 야당들과 연대 구조를 만들어 민주당을 포위하는 전략이 필요했지만 장외투쟁에 열중하며 태극기부대와 가까이 지내는 사이에 소수 야당들과 거리는 더 멀어졌다. 결국 민주당에 ‘4+1 협의체’를 만들 기회만 제공하고 말았다. 

    ‘4+1 협의체’로 여대야소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한국당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라도 ‘4+1 협의체’를 깰 묘안을 찾아야 하지만, 공수처법 통과 이후 황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의 길에 나섰다.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장외투쟁 무용론과 함께 황교안 리더십 위기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 정권이라고 한다. 또 불통정권, 먹통정권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도 당내에서는 독재를 한다는 지적이다.

    밀리는 인재 영입 경쟁

    황 대표는 당 내부에서 리더십 논란, 불통 논란이 일 때마다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여왔다. 제1야당 대표 사상 최초로 삭발을 한 시점이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직후였다. 당 내외에서 황교안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처음 제기된 때였다. 또다시 위기론에 봉착한 때가 지난해 11월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인재영입 1호’로 발표했을 때다. 그때 황 대표는 단식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최근 다시금 위기론이 불거지자 평일 장외투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자 수도권 험지 출마와 보수 대통합 카드까지 꺼내 든 상황이다.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발언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행보는 정반대다. 친황계 친정체제 구축에 여념이 없다. 박 전 대장을 인재영입 1호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시점이 지난해 10월 말경이다. 결국 10월 31일 박 전 대장은 영입 명단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아무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통 논란이 일었다. 이후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 해체를 요구한 것이 11월 17일이었다. 황 대표는 11월 20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단식을 중단하고 복귀한 직후인 12월 2일 김세연 원장을 비롯한 당직자 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황 대표는 이때 “단식 이전의 한국당과 단식 이후의 한국당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인선(人選) 결과는 친황 친정체제 강화였다. 당 내외에서는 김세연 원장 몰아내기 차원에서 단행한 인사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지난해 10월 31일 구성한 총선기획단 역시 친황계 일색이었다. 이 총선기획단은 12월 2일 당직자 전원을 교체할 때에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친황계 당직자부터 총선기획단까지, 황 대표는 장외투쟁 와중에도 알뜰하게 친정체제 구축을 완료한 것이다. 장외투쟁으로 시선을 외부로 돌려놓고 본인은 친정체제만 강화하다 보니,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이가 많아지는 실정이다.

    친황 친정체제 구축 완료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오른쪽) 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가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오른쪽) 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가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리더십 위기론 속에 던진 수도권 험지 출마와 보수통합 카드도 그래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통합해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공천 룰을 발표하는가 하면 인재 영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공천관리위원회도 친황계 일색일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10월 31일 1차 인재 영입 명단이 발표됐다. 박 전 대장에 비해 덜했지만, 당시 나머지 인사들 역시 적절성 논란에 휩싸였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신보라 한국당 의원의 학교 후배이자 단체 후임인 동시에 비서의 남편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고,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은 노조 탄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머지 인사들 역시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민주당은 각 분야의 상징적 인물을 중심으로 인재 영입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인재 영입 경쟁에서도 한국당이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2차 인재 영입 명단에 탈북 인권운동가(지성호)와 체육계 ‘미투 1호’ 인사(김은희)를 포함시키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박찬주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인재 영입은 상징적인 것이다. 그래서 1호가 중요한데, 1호가 실패한 상황에서 상징성 만회가 쉽진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던진 야당심판론 프레임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는 흐름이다. 한국당이 내걸 정권심판론 프레임에 맞선 대응 프레임이다. 한국갤럽이 1월 7~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해 10일 발표한 결과에는 특이한 항목이 포함됐다. 정권지원론과 정부견제론을 물은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가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지원론)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견제론)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응답률 9.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해 발표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을 발목 잡는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51.3%, ‘국정에 실패한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은 35.2%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더 커지는 야당심판론

    그렇다면 왜 야당심판론이 힘을 받고 있을까. 그것은 반성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한국당 주류인 친박계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반성을 거부한다. 황교안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황 대표는 장외투쟁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태극기집회 세력과의 공조에 더 공을 들여왔다. 반성을 거부하고 과거의 악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당에 신뢰를 보내긴 어렵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한국당 내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친황 감별’이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친박 감별’의 악습을 반복하는 것인데, 그렇게 감별을 받은 인물들이 선거에서 승리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친황 감별’이 낙선의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낙선 인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황 대표와 한국당으로서는 총선 전까지 여론을 뒤집을 비기(祕 技)를 보여줘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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