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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궁극의 맛’ [황승경의 Into the Arte]

연극 ‘궁극의 맛’

  • 황승경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삶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궁극의 맛’ [황승경의 Into the Arte]

  • ● ‘왜 먹는가’에 대한 새로운 담론
    ● 쓰치야마 시게루의 만화를 한국적으로 각색
    ● 투박한 삶, 거친 음식에 대한 재인식
    ● 두산아트센터가 준비한 ‘무료 관람’ 특별 선물
[두산아트센터 제공]

[두산아트센터 제공]

시청자의 침샘을 자극하는 일명 ‘먹방’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끓어오르는 식욕을 억제하기 쉽지 않다. 사람은 먹어야 살지만, 음식은 이제 하루하루 연명하려고 때우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 생존수단에서 삶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진화한 것이다. 누군가는 맛깔스럽게 요리하고 다른 누군가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두산아트센터는 2013년부터 8년째 매년 각기 다른 주제로 ‘두산인문극장’이라는 강연과 공연을 진행한다. 올해 주제는 ‘푸드’. 먹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살펴보고, 먹는다는 의미를 다각도로 되짚어보는 기획이다. 올해 두산아트센터는 특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관객과 창작자들에게 무료 관람이라는 특별 선물을 준비했다. 

음식을 주제로 한 3편의 연극 중 ‘궁극의 맛’(6월 2~20일)에 눈길이 쏠린다. 일본 만화가 쓰치야마 시게루의 동명 만화(2008)를 각색한 작품으로 교도소라는 공간에 갇힌 이들의 이야기다. 시게루는 1995년부터 ‘라면짱’ ‘신장개업’ 등의 음식 만화로 요리 배틀(대결)이나 요리사의 인생역전을 다뤘다. 2018년 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은 ‘덕후’를 거느린 인기 만화가였다.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재소자들이 자신들의 음식 추억에 빠지는 ‘궁극의 맛’은 2011년에는 영화로, 2018년에는 TV드라마로 리메이크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번 연극은 평범한 일상 음식의 다양한 질감을 통해 생의 기쁨과 함께 ‘감옥’이라는 단절된 생의 슬픔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만화 ‘궁극의 맛’은 여타 음식 만화에서 자주 접하는 ‘직접 요리하는 진검승부’가 아니다. 한마디로 얼마나 맛난 것을 먹었는지 이야기하는 ‘맛 자랑 승부’다. 국립대 엘리트 대학생인 아이다 순스케는 호스트바를 경영하다가 폭행죄로 나니와미나미 교도소 204호에 수감된다. 그곳에는 조직폭력, 도박, 사기, 횡령 등 다양한 죄목으로 수감된 재소자들이 모여 있다. 사회에서 산해진미를 탐닉하던 입맛이 담백한 교도소 식단에 적응해 갈 무렵, ‘204호’는 한 달 후 나올 설날 특식에 들떠 있다. 교도소에서는 1년에 한 번, 새해 첫날에 특별히 푸짐한 설날 특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204호 재소자들 중 연장자 하치노헤 고자부로는 설날 요리 쟁탈전을 제안한다. 그동안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해 가장 많은 군침을 흘리게 한 승자가 설날 요리를 마음껏 가져가는 내기였다.



교도소에서 찾은 궁극의 맛

[두산아트센터 제공]

[두산아트센터 제공]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나이, 고향, 직업, 배경이 제각각인 재소자들은 자신들이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에 얽힌 사연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하루 살아가던 그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진귀한 음식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소박한 음식이었다. 

4부작 만화는 매 권 교도소 호실을 바꿔 다양한 재소자가 등장하지만 궁극의 맛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먹는 음식이다. 돈가스덮밥, 운동회 찬합, 통조림 과일 시럽, 오락실 카페에서 먹던 나폴리탄 스파게티, 스낵바 마담 누나가 위로하며 해주던 오므라이스, 추운 방에서 먹는 눈물 젖은 봉지라면 등등. 모두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음식이다. 

‘궁극의 맛’은 과도한 감격이나 과장된 찬사 없이 단순하게 기억하는 맛으로만 ‘먹고 싶은’ 승부를 건다. 화려한 요리 향연이나 극적인 조리법의 전수가 아니기 때문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음식 이야기를 듣기만 할 뿐 먹을 수 없다.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독자나 관객은 동병상련 느낌이 든다. 더더욱 작품에 집중한다. 

만화나 영화, TV드라마는 추억 속 음식이나 음식을 먹는 표정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장르 특성상 연극은 음식 안에 담긴 흥미진진한 사연에 더 집중한다. 관객은 우리 삶을 채우고 있던 진정한 맛의 가치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사색한다. 


동아연극상 수상자 신유청의 연출

연극 ‘궁극의 맛’을 연출한 신유청.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극 ‘궁극의 맛’을 연출한 신유청.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극 ‘궁극의 맛’은 우리 현실이나 연극 특성에 맞춰 원작을 각색해 다채롭게 되살렸다. 원작에는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애달픈 ‘사나이’들이 등장하지만 연극에선 여자 재소자들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바꿨다. 죗값을 받는 이들의 예민한 감각으로 맛보는 음식이 우리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제56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신유청이 연출하는 ‘궁극의 맛’은 한국인들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간다. 다소 둔탁한 원작을 간결하고 수려하게 풀었다. 연기파 배우 강애심, 이수미가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각자 자신들이 맛과 연관된 정서를 끄집어낸다. 결국 우리가 막다른 골목에서 찾는 궁극의 맛은 값비싸고 진귀한 음식이 아니었다. 하찮고 시시한 길거리 음식이라도 눈물겨운 우리네 삶의 스토리가 있던 우리 주변 음식이었다. 더불어 연극은 우리를 교화할 수 있는 인생 궁극의 맛도 일상 속에 있다는 깨우침을 준다. 

한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시 멈춤’했던 공연계는 5월 6일부터 서서히 공연을 재개했다. 물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극장 내 방역을 강화해 운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고려해 좌석을 운영하고, 관람객과 공연 관계자들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극장을 방문하는 관객은 체온 측정 후 입장할 수 있다.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선착순 마감.

황승경
● 1976년 서울 출생
● 이탈리아 레피체국립음악원 디플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성균관대 공연예술학 박사
● 국제오페라단 단장
● 前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 리포터, 월간 ‘영카페’ 편집장
● 저서 : ‘3S 보컬트레이닝’ ‘문화와 사회’(공저)



신동아 2020년 6월호

황승경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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