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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민초단’? ‘치약맛’에 열광하는 대중들[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당신은 ‘민초단’? ‘치약맛’에 열광하는 대중들[김민경 ‘맛 이야기’]

향긋한 민트와 쌉싸래한 초콜릿이 어우러지는 이른바 ‘민트초코’ 맛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GettyImage]

향긋한 민트와 쌉싸래한 초콜릿이 어우러지는 이른바 ‘민트초코’ 맛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GettyImage]

1997년 여름,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볼 계획으로 친구들과 배낭을 메고 떠났다. 어디를 갈지는 정했지만, 기간은 정하지 않은 채 출발했다. 충청도 바닷가와 내륙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울릉도에 들어가려고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 집 떠난 지 열흘 정도 지나서였다. 

기세등등한 폭염에 지치고, 돈 아끼느라 많이 걸어 더 지친 터였다. 짐까지 무거워 몸과 마음도 아주 퀭했다. 게다가 항구 근처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 작은 상점 안쪽 방을 겨우 얻었는데, 큰 방 하나를 미닫이문으로 막아 만든 방의 반쪽이었다. 짐을 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가는 길까지 잃었다. 물어물어 겨우 번화한 곳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마주한 곳이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마침 500원을 더 내면 구매한 아이스크림과 같은 것을 하나 더 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밥 생각은 까맣게 잊고 홀린 듯 ‘쿼터(그 가게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사이즈)’ 두 통을 받아 들고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 옆방에 낯선 아저씨 두 분이 짐을 풀고 있었다. 괜히 무서웠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퍼 먹으며 아저씨 인상이 안 좋다느니, 돌아가면서 잠을 자는 게 안전하겠다느니 속삭이다 어느 순간 스러져 잠들었다. 다음 날 새벽 나지막한 목소리로 “학생들, 울릉도 가는 첫배 탄다며”라고 우리를 깨워주신 건 감사하게도 옆방 아저씨였다.

입안에서 훅하고 퍼지는 상쾌한 맛

최근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왼쪽에서 두 번째), 마카롱, 쿠키 등이 디저트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GettyImage]

최근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왼쪽에서 두 번째), 마카롱, 쿠키 등이 디저트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GettyImage]

당시 우리의 불안과 허기를 달래 준 게 지금 그렇게도 핫한 ‘민초’, 즉 ‘민트초코’다. 요즘에는 사람을 민트초코 맛을 즐기는 ‘민초단’과 그렇지 않은 ‘반(反)민초단’으로 나누는 게 유행이다. 떠올려보면 내가 한창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즐겼던 20여 년 전에도 민트초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맛이었다. 

허브의 일종인 민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흔히 아는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외에도 애플민트, 진저민트, 오렌지민트 등이 더 있는데 하나같이 입안에서 훅하고 퍼지는 상쾌한 맛이 난다. 이것을 매운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고추나 후추처럼 열기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트는 느리게 부채질을 하듯 아주 선선한 맛과 향을 느끼게 해준다. 이 독특한 청량함이 달콤함을 만나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한 커피 브랜드에서 몇 달 전 ‘민초라테’를 선보였는데, 인기가 높아 지금도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이 커피는 뜨거운 물을 부어도 코끝에 시원한 향이 와 닿고, 분유 같은 단맛에서 청량함이 감돈다. 뜨거운데 개운하고, 달콤한데 산뜻하다. 야릇하게 맛있고, 비교해 견줄만한 대상이 없다. 



민초가 유행 물살을 타며 요즘 맛있고 재밌는 것이 꽤나 보인다. 민트초콜릿 크림을 듬뿍 넣은 마카롱이 있고, 민트초코에 아몬드와 캐러멜소스를 듬뿍 넣고 섞은 아이스크림도 출시됐다. 빵이나 떡 안에 민트초코 크림을 넣어 파는 가게도 많다. 초콜릿 쿠키에 민트칩을 넣거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와 한입 크기 과자에 민초의 맛과 향을 입힌 제품도 수두룩하다. 최근엔 다이어트 제품에도 민초 맛이 등장하고 있다.

민트의 해사함, 초코의 무심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민초단’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민초단’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대체로 씹어 먹는 ‘민초’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민트의 상쾌한 맛이지만, 이것을 제대로 즐기자면 초코의 무심함이 필수다. 초콜릿이 달기보다는 쌉싸래하고, 톡톡 부서지듯 씹히는 식감을 갖고 있어야 민초가 더 맛있다. 초콜릿의 농후하고 무거운 단맛이 부각되면 청량한 민트의 개성이 아무래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민초’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1973년 영국에서 민트와 초콜릿을 섞은 디저트가 판매됐다고 하니 거의 반백 년 역사를 가진 맛이다. 게다가 민트와 초코, 캐러멜과 소금, 초콜릿과 고춧가루, 올리브 오일과 아이스크림 같은 절묘한 조합은 늘 있어왔다. #민초단 #민트초코 #민초라떼 #신동아



신동아 2021년 4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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