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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보험사는 ‘진흙탕’ 은행은 ‘꽃길’

[금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금리인상기, 보험사는 ‘진흙탕’ 은행은 ‘꽃길’

  • ● 채권 가격 떨어져 보험사 재무 건전성 악화
    ● 부실금융기관 겨우 면한 MG손해보험
    ● 4대 금융지주 1분기 당기순이익 역대 최고
    ● 금감원 “금융지주사 주주환원 정책 신중하게 해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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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보험사들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보험사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는 탓이다. 통상 금리인상기가 되면 보험사들은 보유하던 채권 가격이 떨어져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험사들은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 중 상당액을 국채 등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곤 한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채권 금리가 올라갔고, 반대로 채권 가격은 떨어지면서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지급여력(RBC)비율로 재무 건전성을 평가받는다. RBC비율은 지급할 보험금 대비 보험사가 쌓아둔 채권 등 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적으로 탄탄하다는 뜻이다. 보험업법상으로는 100% 이상 돼야 하고, 금융 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금리 오르자 자본 확충 나선 보험사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RBC비율 현황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RBC비율은 254.5%, 손해보험사는 231.4%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다만 이는 전 분기에 비해 각각 7.4%포인트, 9.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흐름은 좋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일부 보험사의 경우 금융 당국 권고치에 턱걸이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올해 1분기 RBC비율이 161%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말 184.6%에서 23.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한화생명은 이를 연말까지 1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RBC비율이 179.4%에서 162.3%로 17.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KB손보는 최근 서울 합정빌딩과 경기 구리빌딩 등 보유 건물을 매각하는 등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자본 건전성 악화로 ‘부실금융사’로 전락할 뻔한 사례까지 있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던 것. 이 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은 88.28%에 불과했다. 다만 MG손해보험 최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 JC파트너스가 법원에 부실금융기관 지정 집행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5월 4일 법원이 JC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금융감독원은 4월 22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긴급 소집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당분간 기준금리가 지속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일부 보험사의  RBC비율이 법정 기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경우 금융 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유상증자나 빌딩 매각 등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추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실제 MG손해보험에 대한 부실기관 효력 정지를 결정한 법원 판결문에도 기존의 규제가 자칫 보험사에 더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법원은 부실금융기관 지정의 효력이 이어질 경우 MG손보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고 판단했다. 기존 보험 계약자들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신규 보험 계약을 유치하기가 어렵다고 예상했다. 또 자금이 새로 유입될 기회를 잃는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보험사가 이처럼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은행업계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은행은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올라가 이익이 늘어나곤 한다. 물론 예·적금 등 수신 금리도 올라가지만 대출금리 인상 폭이 더 크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은행 예대마진은 잔액 기준 2.32%포인트로 2019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7월 2.11%포인트였는데, 이후 지속해 확대하고 있다. 수신 금리보다 대출금리 인상이 더 빠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KB금융·신한금융 나란히 ‘4조 클럽’

은행들은 이미 호황을 누리고 있다. 눈덩이처럼 증가한 가계대출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KB금융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일제히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해 주목받은 바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나란히 당기순이익이 4조 원을 넘어서며 ‘4조 클럽’에 가입했고, 하나금융의 경우 3조5000억 원가량의 순익을 냈다. 전년보다 33.7% 증가한 규모다. 우리금융의 경우 전년보다 98% 늘어난 2조6000억 원가량의 순익을 냈다. 4대 금융지주가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순익만 14조5000억 원이 넘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은행지주사들은 올해도 기록을 경신하며 질주하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총 5조2000억 원가량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이런 호실적은 이자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의 경우 1분기 이자 이익이 2조6000억 원 정도로 전년보다 18.67% 늘었고, 신한금융은 전년보다 17.4% 증가한 약 2조5000억 원의 이자 이익을 거둬들였다. 예대금리차 확대로 별다른 노력 없이 돈을 더 많이 거둬들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들은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끌어올리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번 돈을 주주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나눠주겠다는 의미다. ‘땅 짚고 헤엄쳐’ 돈을 벌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인상기라고 해서 은행들의 이런 ‘실적 잔치’가 언제까지나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있을지 모를 경기침체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 수익의 원천인 가계부채가 금리인상기에 더 많은 돈을 벌게 하지만, 경기침체가 겹칠 경우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나 개인들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부실 대비 충당금 쌓을 때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은 5월 3일 ‘은행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은 손실 흡수 능력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1]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은 5월 3일 ‘은행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은 손실 흡수 능력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1]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이 나서서 금융지주사들의 최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기도 했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은 5월 3일 은행장 간담회를 통해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은 손실 흡수 능력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4대 국내 은행의 충당금 잔액은 총대출채권의 0.44%로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충당금은 대출 채권 부실에 대비해 순이익 일부를 떼어내 쌓아놓는 돈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과 ‘대손충당금 미래전망 반영방식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충당금 적립 기준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은행들은 충당금을 쌓을 때 미래 경기 전망 등을 반영하는데 이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은행들이 충당금을 기존보다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기에 보험사와 은행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 은행 역시 힘들어지기는 마찬가지”라며 “은행들도 당장의 호실적에 만족하기보다는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22년 6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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