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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영끌족 “버티느냐 버리느냐”… 빚의 역습 현실화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gna.com

2030영끌족 “버티느냐 버리느냐”… 빚의 역습 현실화

  • ● 20대 주택담보대출 잔액 5년 새 309% 급증
    ● 영끌 1년 후 원리금 상환액 200만 원대로 늘어나
    ● 소득수준에 따른 원리금 상환 가능 여부 따져봐야
금리인상에 거래 절벽까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10월 6일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뉴시스]

금리인상에 거래 절벽까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10월 6일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뉴시스]

“없는 집에서 잔치를 벌이면 그다음 찾아오는 건 빚쟁이들뿐이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시물이다. 직장인 이모(38) 씨는 “요즘 하루에도 이 구절을 여러 번 곱씹는다”고 했다. 이 구절이 지금 자기 처지를 대변해서라고 한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 오르자 조급해져”

이씨는 2021년 9월 서울 노원구 소재의 한 소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끌어올 수 있는 돈을 최대한 모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본래 계획은 부부가 맞벌이로 돈을 모아 2022년쯤 서울 노원구에 6억 원대 아파트를 사는 것이었지만 2020년 하반기 들어 이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그는 “종일 부동산 중계 플랫폼을 들여다봐도 도무지 네 식구가 살만한 서울 중저가 아파트가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씨의 기억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플랫폼 ‘경제만랩’에 따르면 KB국민은행 통계 기준 서울 노원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020년 25.1% 상승했다. 그해 1월에는 3.3㎡당 2279만 원이었는데, 10월엔 2850만 원으로 치솟았다. 이씨가 매매한 서울 노원구 중계동 A아파트(59.94㎡)도 1월 6억6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10월 8억9000만 원에 팔려 9개월 만에 2억3000만 원 상승했다. 이씨는 “평소 눈여겨보던 서울 중저가 아파트들마저 다 가격이 껑충 뛰고 나니 당장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아파트를 사야 할까 고민하는 친구도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봐도 30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7년 105조9000억 원에서 2022년 7월 말 기준 165조2000억 원으로 56%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2조3000억 원에서 38조1000억 원으로 309.8% 급증했다. 40대는 154조8000억 원에서 191조8000억 원으로 늘었는데, 증가 폭은 23.9%로 평균인 37%를 밑돌았다. 부동산 가격 폭등 국면에서 최대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최대한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 등에 투자한 사람)’에 젊은 층이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정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2030세대의 영끌 투자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면서 청년세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버티느냐 매도하느냐” 진퇴양난 영끌족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 상승의 여파로 7%대 대출 금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뉴스원]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 상승의 여파로 7%대 대출 금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뉴스원]

무리한 주택 매매는 최근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리면서 대출 상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9월 30일 기준 연 4.73~7.141%로 집계됐다. 9월 23일 당시 금리(4.38~6.829%)와 비교해 상·하단 모두 0.3%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최고 연 7%대에 진입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연 4.51~6.813%)와 신용대출 금리(연 5.108~6.81%)도 상단이 연 7%에 근접한 상태다.

이씨 사정도 다르지 않다. 10월 원리금 상환액은 100만 원대 초반에서 200만 원 초반대로 급증했다. 변동금리 상품인 주택담보대출에 연 4.63%, 신용대출에 연 6.67%의 금리가 적용된 결과다. 현재 원리금 상환액은 이씨 부부 월수입의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만약 2023년 2월 금리 갱신 시점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추가 상승하고 대출금리도 그만큼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이씨가 내야 할 이자는 200만 원 후반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정상화할 날만 기다리며 버티느냐, 지금이라도 집을 파느냐.”

이것이 요즘 이씨를 짓누르는 고민거리다. 현재 대출을 총동원해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버티기를 고려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전략 중 하나는 변동금리 대출 상품에서 고정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걸림돌이다. 이씨는 “고정금리는 여전히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0.5%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아 선뜻 내키지 않는다. 일부 금액을 먼저 상환하려고 해도 대출 개시 3년을 채우지 않았기에 수백만 원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고 했다.

어떻게든 버티기로 마음먹었지만 그사이 집값이 유지된다는 확신도 없다. 현재 보유한 아파트를 임대로 내놓고 저렴한 월세를 찾아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조언도 있다. 하지만 향후 주변에 주택이 대량 공급돼 전세가격이 급락했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이씨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소송을 당하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도에 나선 이들 앞에 놓인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위축된 주택매수심리가 조만간 풀리기도 힘들어 보인다. KB부동산이 10월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0월 3일 기준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19.9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대로 내려앉은 건 2013년 9월 첫째 주(18.7) 이후 9년 만이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낮으면 매도자가 더 많은 상태를 뜻한다. 매수심리가 154.4로 치솟았던 2020년 7월 첫째 주와 비교하면 2년 만에 180도 상황이 바뀐 셈이다.

원리금 상환 비율 40% 고위험가구, 집 팔아도 빚 갚기 어려워

이런 상황에서 영끌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집값 하락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51% 하락했다. 특히 영끌족이 집중 매수한 ‘도·노·강(도봉·노원·강북)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노원구는 3.25% 내리면서 가장 크게 떨어졌고, 도봉(-3.13%)·성북(-3.09%)·은평(-2.72%)·강북(-2.47%)이 뒤를 이었다. 주로 상계·중계·하계동이나 방학·창동 등 영끌족이 매수에 나섰던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가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9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담긴 내용도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 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리면서 주택매수심리가 약해지고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 주택가격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영끌족의 자산은 어떻게 될까. 상당수는 부채 대비 총자산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6월 수준에서 20% 추가 하락할 경우 가구의 부채 대비 총자산 비율은 기존 4.5배에서 3.7배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률 20%는 팬데믹 기간 20% 정도 오른 아파트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정해 산정한 수치다. 특히 집값이 20% 하락하면 부동산 등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가구의 순부채 규모는 1.5~1.9배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위험가구란 소득에서 원리금상환 비율이 40%를 초과하고 자산평가액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가구를 일컫는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가계 자산의 86%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 모든 계층에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대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 관련 대출 금리가 연 7%를 웃도는 상황에서 전세 난민들도 분노와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지모(33) 씨는 “우리 세대는 건국 이래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린다. 절약하고 저축해서 내 집 마련하는 것은 부모 세대의 재테크 방법이다. 지난 2년간 무주택자로서는 집값이 올라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보다 전세 폭등의 고통이 더 컸다. 2021년 서울 아파트 전세는 100주 연속 상승했다. 구축 빌라마저 값이 뛰었다. 결국 ‘영끌’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뒤 매달 이자를 내면서 사는 처지가 됐는데, 내 집을 마련하기도 전 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빚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집 팔아도 전세금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속출

통계를 봐도 2030세대의 전세대출 잔액이 가장 많았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권 20대 전세대출 차주 수는 30만6013명(22.2%), 30대 차주 수는 54만2014명(39.4%)으로, 전체의 61.6%에 달한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도 이 연령대는 100조 원에 달하는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2030세대 전세대출 잔액은 93조9958억 원으로, 전체 전세대출 비중의 55.6%를 차지한다.

문제는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집값이 비쌀 때 전세로 들어간 세입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8월 8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총 511건(1089억 언)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평균 보증사고율은 3.5%로 집계됐다. 보증사고율은 당월 만기 도래 보증상품 총액 대비 반환되지 않은 보장금 비율을 뜻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서구(60건, 9.4%) 인천 미추홀구(53건, 21.0%), 경기 부천시(51건, 10.5%) 등 수도권에서 보증 사고가 잇따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보증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사고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위험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매물의 권리관계, 주변 매매 및 전세 시세,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계약 후에는 임대차 신고와 전입 신고를 통해 우선변제권을 확보하고 전세자금 보증상품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일 은행 대출상품으로 고정금리 갈아타기 시도”

금리 상승 국면에서 영끌족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출 비중을 본인의 소득수준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절이든 보유든 우선 고려해야 하는 건 자기 소득수준과 그에 따른 원리금 상환 가능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최고 1.2%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된다. 금리를 고려해 대출을 갈아탔지만 이자 절감액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더 많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다만 은행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라도 같은 은행 대출 상품이라면 변동금리에서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으니 상담을 받아보기 바란다. 대출을 받은 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이 지났다면 금리 조건이 유리한 다른 은행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 비중을 줄이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 교수는 “빚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으로 신규 대출을 받는 게 쉽지 않으니 현재 부채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2년 11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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